[강은성기자]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2가 공개되면서 단말기 출고가격이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갤럭시노트2 뿐만 아니라 최근 1주일새 출시된 각 제조사의 전략 스마트폰들이 모두 100만원을 호가하다보니 통신업계와 이용자 모두 술렁이는 모습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전일 출시한 갤럭시노트2는 32GB 모델이 108만원, 64GB모델은 115만원에 출고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주 출시된 LG전자의 전략 스마트폰 옵티머스G도 100원이 모자란 100만원, 즉 99만9천900원의 가격을 붙였다. 이 회사는 곧 출시할 옵티머스뷰2의 가격도 100만원을 넘긴 선에서 책정할 것으로 보인다. 팬택의 최신폰 베가R3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최신 스마트폰이 100만원을 훌쩍 넘기자 시장과 업계에서는 비싼 출고가가 결국 가계 통신비 상승으로 직결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소비자-통신사 "가격이···"
스마트폰 단말기 가격이 90만원대를 훌쩍 넘어선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애플의 아이폰에 대항해 삼성전자가 전략적으로 출시한 갤럭시S가 아이폰보다 더 비싼 90만원대에 출시되면서 국내 제조3사의 스마트폰 가격은 약속이나 한 듯 90만원대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해외 단말기 출고 가격이 국내 출고 가격보다 20만~30만원가량 싸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비난여론이 들끓었고 제조사들은 갤럭시S2 등 두번째 전략 스마트폰의 출고가를 80만원대로 낮춰 내놨다.
그러나 이는 미봉책에 불과했다. LTE 단말기가 새롭게 출시되면서 스마트폰 가격은 다시 90만원대를 회복하더니 현재는 '누가 더 비싼 가격에 내 놓나' 경쟁이라도 하듯 최고가 출시 퍼레이드를 벌이고 있다.
제품의 가격을 얼마로 정할 것이냐는 상품을 만드는 제조사가 결정할 일이라 하더라도, 문제는 휴대폰의 경우 '시장의 선택'을 직접 받는 제품이 아니라는 점에서 걱정스런 시각이 나온다.
휴대폰은 이동통신 대리점을 통해 판매되는 경우가 98% 이상이다. 보조금이나 요금할인, 할부 구입 등을 통해 출고가격 그대로 '일시불'로 구매하는 소비자도 거의 없다.
그러다보니 100만원이 넘는 출고 가격은 통신요금이나 보조금 등으로 희석되기 일쑤고, 비싼 가격이 어떻게 할부로 나뉘어 실제로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지는 지 확인하기 쉽지 않은 것.

통신업계 관계자들은 비싼 단말기가 줄을 잇는 것이 달갑지 않다고 말한다.
이동통신사 고위임원은 "결국 100만원이 넘는 그 스마트폰 가격은 통신사가 보조금으로 '때워야' 한다"면서 "보조금에 대한 여론이 지금 매우 안좋은 상황인데, 출고가가 높을 수록 지급하는 보조금의 규모도 늘어날 수 밖에 없으니 진퇴양난"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임원은 "만약 보조금을 쓰지 않는다면 소비자들과 정치권은 더욱 나서서 '요금을 인하하라'고 압박할테고, 보조금을 쓰면 쓰는데로 이용자를 차별한다고 지적하니 정말 어찌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이동통신사 임원은 "삼성이 완전히 애플 전략을 따라 하고 있다. '우리는 이 가격(100만원대)에 내놓을테니, 판매하는 쪽에서 알아서 하라'는 식"이라면서 "예전에는 출고가에 대해 통신사와 제조사가 서로 협의를 할 수 있는 구조였는데, 지금은 삼성전자도 애플처럼 '슈퍼 갑'이 돼 버린 상황이라 납품을 받기 위해서는 그쪽 입맛을 맞춰줄 수 밖에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용자들의 불신도 극에 달한 상황이다. 갤럭시S3를 두고 빚어진 보조금 전쟁이 스마트폰 출고가격 '불신'에 결정타를 날리는 역할을 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희정 의원(새누리당)은 지난 26일 방송통신위원회를 대상으로 진행한 '통신현안 긴급질의'를 통해 "똑같은 갤럭시S3를 두고 누구는 100만원을 주고 사고, 누구는 17만원을 주고 사니 억울하다는 민원이 빗발친다"면서 "일각에서는 환불 요청이나 차액에 대한 반환 소송 등을 준비하는 등 민심이 요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랑곳 않는 제조사 콧대
통신사나 이용자 모두 비싼 스마트폰 가격에 불만이 높지만, 제조사들은 아랑곳 하지 않는 눈치다.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은 "(100만원이 넘는)출고가는 더욱 커진 화면과 고성능 CPU 등 원가 상승 요인을 감안해 책정된 것"이라면서 "명품은 가격에 상관없이 소비자가 선택하는 법이며, 갤럭시노트2 역시 (적정한 가격인지 소비자들의 구매로)시장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LG전자 박종석 부사장 역시 전략폰 옵티머스G를 출시하면서 가격이 너무 비싸 보조금 경쟁을 유발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G는 프리미엄 제품군이기 때문에 이같은 가격을 책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싼 출고가가 가계 통신비 상승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함수관계'의 핵심이라는 것은 지적은 피하기 어렵다.
이계철 방통위원장은 "통신비가 높다는 여론이 강하지만 진짜 통신비는 30%에 불과하고 40%가 단말기 가격, 나머지 30%가 콘텐츠 및 서비스 비용"이라면서 "결국 단말기 가격을 낮춰야 가계통신비 인하에 체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선교 국회 문방위 위원장도 "가계 통신비가 부담이 되는 수준이 된 것은 사실"이라면서 "이에 대한 업계 전방위 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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