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기자] 평가전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본 게임이 열리게 됐다. 애플이 삼성의 최신 폰인 갤럭시S3까지 소송 대상에 포함시킨 때문이다.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애플은 31일(현지 시간) 갤럭시 넥서스 관련 소송에 갤럭시 S3 2개 모델과 갤럭시 노트 2개 모델 등 2개 제품을 추가했다. 이에 따라 삼성과 애플은 또 다시 21개 모델을 놓고 치열한 특허 공방을 벌이게 됐다.
지난 달 24일 끝난 삼성과 애플 간 특허 소송은 굳이 따지면 평가전 성격이 강했다. 삼성이 10억5천만 달러에 이르는 거액의 배상 판결을 받긴 했지만 당장 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은 편이다. 대부분 구형 모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소송은 성격이 다르다. 삼성의 최신 폰들만 겨냥했다. 따라서 두 회사의 진검 승부는 지금부터 시작된다고 봐도 된다. 특히 이번 소송에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공급 업체인 구글도 무관하지 않다.
한편 애플이 갤럭시S3를 추가 제소한 것은 지난 24일 끝난 특허 소송과는 별개로 애플이 지난 2월 갤럭시 넥서스 등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 소송이다.
따라서 "배심원 평결이 끝난 사안에 갤럭시S3를 추가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오보다.
◆링크 자동 완성 등 네 가지가 핵심 이슈
애플이 갤럭시 넥서스를 특허 침해로 고소하면서 문제 삼은 특허권은 크게 네 가지였다.
우선 문제가 된 부분은 컴퓨터 생성 데이터 구조에서 행동을 실행하는 시스템과 방법(특허번호 5,946,647)이다. 특허 전문가인 플로리언 뮐러는 이를 '데이터 태핑' 특허라고 불렀다.
쉽게 설명하자면 이 특허권은 텍스트에 링크를 자동으로 연결해주는 기능이다. 현재 거의 모든 안드로이드 기기는 이 특허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을 정도로 중요한 부분이다.
두 번째로 문제 삼은 것은 '컴퓨터 시스템에서 정보를 검색하는 보편적인 인터페이스(특허번호 8,086,604)이다. 이 특허권은 애플의 음성인식 시스템인 시리와 관계가 있다. 애플이 이 특허권을 확고하게 인정받게 될 경우 구글의 검색 사업에도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뮐러는 지적했다.
따라서 애플은 이번 소송에서 이 부분에 화력을 집중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물론 안드로이드 진영에선 당연히 애플의 공세를 막는 데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세 번째 문제가 된 특허권이 바로 '밀어서 잠금 해제(특허번호 8,046,721)'다. 애플이 안드로이드 진영을 공격할 때 단골로 동원되는 특허권이기도 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문제삼은 특허권이 단어 자동완성 기능(특허번호 8,074,172). 이 특허권의 공식 명칭은 단어 추천 기능을 제공하는 방법, 시스템, 그리고 그래픽 이용자 인터페이스다. 이 특허권은 시리 관련 특허와 마찬가지로 모바일 검색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뮐러는 구글의 모바일 검색 앱에도 이 특허에서 규정하는 기능이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허 전문가 뮐러 "안드로이드 OS의 근본적 문제"
위에서 살펴본 특허권이 인정될 경우 삼성 뿐 아니라 안드로이드 진영 전체가 큰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데이터 태핑이나 밀어서 잠금 해제 기능을 피해갈 제품은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자동 단어 완성 역시 대부분의 스마트폰들이 적용하고 있는 기능이다.
따라서 본안 소송에선 특허권 침해 여부보다는 특허권 자체의 효력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이냐는 부분에 논의가 집중될 가능성이 많다.
특허 전문가인 플로리언 뮐러는 애플이 지난 2월 갤럭시 넥서스를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한 직후 삼성 보다는 구글 쪽의 행보를 문제 삼았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단에서 애플 특허를 무차별 이용한 부분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삼성은 본안 소송에서는 애플이 주장하는 특허권이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는 점을 집중 부각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특허권과 혁신의 경계선을 어떻게 볼 것이냐는 점 역시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포브스는 법원이 갤럭시 넥서스 판매금지 명령을 확정한 직후 "특허 전쟁이 혁신을 가로 막고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떠안긴다"는 비판 기사를 게재했다.
윌리엄 제임스란 미국의 전문 프로그래머는 갤럭시 넥서스에 대한 판매금지 조치가 내려진 직후 "애플이 주장하는 특허권이 받아들여질 경우 스마트폰 뿐 아니라 수많은 사이트와 앱들이 침해 판결을 받을 수 있다"면서 "애플은 특허 공세가 아니라 혁신을 통해 완성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구글의 막후 역할에도 관심 집중
삼성과 애플 간의 다툼이었던 지난 번 소송과 이번 소송은 성격이 다르다. 안드로이드 진영 전체와 관계된 문제다. 당연히 구글도 이번 특허 공방에서 구경꾼에 머무를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갤럭시S3나 갤럭시 넥서스 특허 소송이 시작될 경우 안드로이드의 기본 작동 방식을 둘러싼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애플이 문제삼은 실용 특허 중 상당 부분은 굳이 따지자면 구글과 관계된 것들이다. 구글로선 '결자해지' 차원에서도 모르쇠로 일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래리 페이지 구글 CEO간 전화 협상이 관심을 모으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둘이 지적재산권 관련 논의를 했다면 이번 소송과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따라서 이번 특허 공방은 삼성과 애플 간 힘겨루기 못지 않게 구글의 역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구글이 삼성을 비롯한 동맹군들을 보호하기 위해 적극 행동에 나설 경우 특허소송 중 상당 부분은 원인 무효가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이번 소송은 삼성에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평가전에 이어 또 다시 맞붙게 된 삼성과 애플. 과연 이번엔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IT 시장 최대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스마트폰, 태블릿 시장 패권을 노리는 '사상 최대 전쟁'이 될 이번 소송의 향배에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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