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보면서 내가 좋아하는 주인공이 입은 옷을 선택해 구입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른바 T커머스가 상용화되면, 이런 일쯤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증권방송을 보면서 주식을 주문하고 결제할 수 있으며, 홈뱅킹으로 계좌이체와 송금도 할 수 있습니다. PC와 휴대폰에 이어 이제는 TV를 이용해서도 전자상거래를 할 수 있는 세상이 열리는 것입니다.
T커머스는 정통부가 연내 100만대 이상의 디지털TV를 보급키로 하는 등 디지털방송 육성 계획을 발표하면서 더욱 힘을 받고 있습니다.
주최측인 전자지불업체 티지코프와 데이터방 송솔루션업체 아카넷티비는 1시간 동안 솔루션을 설명하고, 30여분 동안 시연회와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습니다.
시연회는 영화 ‘동감’을 MPEG2로 만들어 40분 분량으로 소개하면서, 여기에 사람과 사물에 관한 60가지 정보를 넣어서 이뤄졌습니다. 데이터 용량으로 따지자면 이미지가 900KB, 애플리케이션이 100KB 정도됩니다.
셋톱박스(디지털위성방송수신기)는 필립스(Philips MHP 1.01) 제품이 사용됐으며, 무선키보드로 작동했습니다.
전자지갑 서버(Wallet Sever)와 정산을 위한 백오피스 서버는 티지코프 사무실에 있는 것을 활용했지요.
T커머스는 이런 절차로 진행되더군요. 무선키보드로 아이디와 비밀번호, 비밀번호확인, 사용자이름, 연락처 등을 입력해 인증서를 등록합니다. 이 정보는 셋톱박스에서 모뎀을 통해 티지코프측에 전송되지요.
그런 다음 TV를 시청하다가 마음에 드는 인물(혹은 상품)을 선택하게 됩니다. 이 때 물품구매를 택하게 되면 셋톱박스는 전자지갑 서버를 호출하게 되고, 전자지갑 서버는 셋톱박스에 전자지갑 관련 정보를 요청합니다.
그러면 사용자가 결제정보(신용카드 종류, 신용카드 번호, 유효기간, 비밀번호, 주민등록번호)를 무선키보드로 쳐 넣게 되지요.
그후 로딩을 거쳐 다시 구매내역을 받게 됩니다. 구매내역에는 인증서와 이름, 연락처 등이 들어 있고 사용자가 이것을 다 메운후 다시 티지코프 측에 전송해 지불승인이 이뤄지게 되지요. 물론 그 중간에 쇼핑몰과 티지코프사이에 결제가 이뤄지고, 또 신용카드 VAN과 연결돼 처리됩니다.
복잡해보이지만, 실제론 인터넷상거래때 이뤄지는 신용카드 결제 프로세서와 비슷합니다.
그런데 시연이 끝난후 150여명에 달하는 관객들의 반응은 그다지 신통치 않았습니다.
객체인식 기술을 이용해서 사용자가 상품정보에 접속하는 시간이 적게 걸리고, 메뉴에 들어가는 절차도 간단하다고 했지만 셋톱박스 성능 때문인지 불편해 보였습니다.
특히 티지코프가 내놓은 T커머스용 지불결제 제품에 대해서는 보안문제가 강력하게 제기됐지요.
KBS관계자는 “티지코프 서버에 고객정보와 결제정보를 저장하거나 아니면 셋톱박스에 이런 정보를 저장하는 방식 모두 보안성에서 뒤떨어진다”며 “최근 발생한 셋톱박스 해킹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일반에 깔려 있는 셋톱박스의 보안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방송사에서 서비스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PP(프로그램공급업체)관계자는 “객체 DB에 기반한 저작시스템이 지원하는 속도가 아직은 만족스럽지 못하다”며 “셋톱박스 성능 문제라고 하지만 시청자가 TV시청을 거부하는 수준이라면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프로그램 제작업체가 관련 데이터를 만드는데 시장성을 보장하기 어렵다”며 “모든 상품과 인물의 정보가 제작돼 있는 게 아니라면, 소비자가 어떤 정보가 들어가 있는지 상품구매전에 인식할 수 있는 수단은 없는가”라고 물었습니다.
이에 대해 주최측은 “서버에 고객정보를 저장하는 방법은 셋톱박스와 전자지갑서버간 전송시 보안문제로 제기될 수 있지만, 서버에 저장될 때 암호화돼 저장되기 때문에 크게 무리는 없다고 본다”며 “장기적으로는 셋톱박스에 보안솔루션을 넣어 여기에 전자지갑을 넣는 방식을 사용할 것이며, 이는 셋톱박스의 메모리 문제 등을 해결하면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셋톱박스에 인증서 기반의 PKI(공개키기반구조) 모듈을 심어 해결한다는 것이지요.
또 “속도 등의 문제는 셋톱박스 업체가 관련 플랫폼을 임베디드하는 수준이 되면 크게 향상될 것”이라며 “별도의 색깔이나 번호를 줘서 데이터 정보의 유무를 판별할 수 있는 제품도 생각했지만, 이러한 것은 고사양의 셋톱박스가 필요해서 경제적이지 않다고 보고 저사양의 셋톱과 저비용의 인프라로도 가능하도록 기술을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크게 만족스럽지는 못했지만, 이번 시연회는 국내 T커머스의 발전상을 알아보는데 좋은 기회가 된 것같습니다.
객체인식 같은 신기술과 전자지갑 방식을 이용한 비즈니스 모델 등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었던 것이지요.
시연회장을 빠져나오던 사람들은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T커머스의 현재와 고쳐야 할 점, 그리고 미래의 모습을 보여주는 행사였다”고 말했습니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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