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남기자] '전기는 국산이지만 원료는 수입입니다.'
전력당국이 몇년 전부터 국민에게 전기절약을 호소하기 위해 사용하는 문구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전력당국이 올 여름 전력난에 대비해 '정전 대응 훈련'을 시작하기 2시간 전인 지난 21일 정오께 서울 번화가 가운데 한 곳인 강남대로를 찾았다.
당시 강남대로변에 위치한 상가 대부분은 여전히 냉방기를 가동하고 출입문을 열어 놓은 채 영업을 하는 등 예전과 달라진 모습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이유는 문을 닫고 영업을 할 경우 매출이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지난 11일 정부는 에너지사용제한조치 시행에 들어갔다. 이번 조치는 과도한 냉방을 금하고, 냉방 상태에서 개문영업을 제한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를 위반했을 경우 오는 7월부터는 과태료를 내야한다. 1회 적발 시 50만원, 2회 100만원, 3회 200만원, 4회이상 300만원이다.
또 정부는 종전 예비전력 500만kW 유지 방침을 고수했으나, 최근 이를 400만kW로 하향 조정했다. 가용할 전기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 12년만에 6월 서울 기온이 33.5도로 사상 최고에 다다른 지난 19일 오후 한때 국내 예비전력은 관심단계인 300만kW 대로 떨어지는 등 벌써 올 여름 전력난을 예고했다.
이는 전력당국이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순환정전을 실시한 작년 9월15일 15시 예비전력(334만kW)보다 63만kW 정도 높은 수준에 불과하다.
당시 상가 수족관과 양식장의 고기가 떼죽음을 당했으며, 엘리베이터에 갖히는 사고가 1천900건, 병의원 중환자실 의료기기 작동 중단 등 생명을 위협하는 사건들도 잇달아 보고됐다.
전력당국이 집계한 피해는 8천962건에 모두 610억원이다. 시민단체는 작년 순환 정전으로 753만5천가구가 피해를 겪었다고 파악했다.
이에 앞서 작년 지난 1월 여수산업단지 입주업체 23개社에 발생한 23분 간 정전으로 GS칼텍스 등은 모두 707억원, 협력업체까지 감안할 경우 1천억원 이상의 피해를 입었다.
더위가 극성을 부리는 7월 말부터 8월 하순까지는 예비전력이 100만kW∼150만대로 심각과 경계단계를 반복할 것으로 전력당국은 내다보고 있다.
전력당국은 예비전력이 100만kW이하인 심각단계로 내려갈 경우 계획 정전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전력난을 극복하기 위한 절체(전기를 강제적으로 끊는 것)이기는 하지만 올 여름 한반도가 대규모 정전상태인 블랙아웃에 빠질 우려도 배제할수 없는 상황이다.
전력당국은 블랙아웃이 발생할 경우 3일이면 복구가 가능하다고 했으나, 전국이 블랙아웃으로부터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최소 일주일 이상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전국이 캄캄한 암흑 속에 일주일이상 빠진다고 상상해 보라.
일부 비상 발전기를 갖춘 시설물을 제외하고는 병의원, 학교, 은행, 상가, 지하철, 기차, 산업시설물 등 모든 게 멈추게 된다. 게다가 사회 질서도 무너질 것이다. 작년 유럽 일부 국가에 발생한 정전으로 시민들이 약탈과 폭력을 일삼는 등 커다란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다는 외신 보도를 접한 바 있다.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 되는 것이다.
블랙아웃에서 빠져나오더라고 그 사회적 복구 비용은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간다. 생각만해도 끔직하다. 블랙아웃은 총성 없는 전쟁터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현재 우리 국민은 전기를 물 쓰듯 하고 있다. 오는 2014년부터 전력당국이 순차적으로 발전소를 준공하고 가동에 들어갈 때까지 국민은 절전의 생활화를 몸소 실천해야 한다. 그 이후에도 마찬가지겠지만 말이다.
오는 9월 21일까지를 전력당국은 하계 전력수급 비상 기간으로 정했다. 올 여름 우리나라의 블랙아웃 여부는 결국 국민의 손에 달렸다.
정수남기자 perec@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