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국지는 위촉오 세 나라가 명운을 걸고 싸운 기록을 소설화한 것이다. 동양 최고의 고전으로 꼽히는 삼국지의 백미는 살아있는 듯한 인물들이다. 조조, 유비, 공명, 조자룡, 관우, 장비, 주유 등 어느 한 사람 그저 스쳐 지나갈 수 없는 인물들이다.
조조는 처세의 달인이며 제갈량은 책사의 표상이다. 유비는 무능하면서도 덕이 많은 군주, 장비는 용맹하나 그리 너그럽지 못한 장수이다. 의리와 야망, 승리와 패배의 기록이기도 하며 선 굵은 삶을 원하는 사람들의 로망이기도 하다.
삼국지는 동양문학의 보고로 각종 고사성어와 공명의 출사표, 조식의 칠보시와 같은 명문들이 화수분처럼 쏟아진다.
'영한대역 삼국지'(비욘드올) 한역을 한 지민준씨는 시류에 편승한 깊이 없는 책을 읽는 것은 득보다는 해가 되며 따라서 독서의 궁극적 실천은 고전읽기에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믿음과 영어 학습에서는 재미가 최우선 되어야 한다는 신념이 결합하여 최고의 동양고전이자 가장 재미있는 텍스트 중 하나인 '삼국지'를 영문으로 읽는 것이야말로 가장 효율적인 영어 학습법이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한다.
그는 번역자이자 편집자로서 '삼국지'를 번역했기 때문에 원문 삼국지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수많은 모순들을 바로잡을 수 있었고, 현존하는 '삼국지' 역사상 앞뒤 내용의 모순이 가장 적은 삼국지 텍스트를 만들어냈다.
- 주로 어떤 독자층을 염두에 두고 집필 했나?
"삼국지는 고전이므로 세대를 막론하고 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특히 삼국지를 재미있게 읽으신 분 중에서 영어공부를 필요로 하시는 분들께 제 책을 추천해 드립니다. 역자의 직강파일이 무료로 제공되기 때문에 학원을 다니면서 공부하는 게 뭔가 좀 편하지 않으신 분들께는 제 책이 굉장히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해요. 특히나 어학이라는 것은 질로 승부해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습니다. 반드시 양으로 승부하셔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20권이나 되는 방대한 삼국지를 역자의 직강파일의 도움을 받아서 독파해 내신다면 여러분의 영어공부는 반드시 성공한다고 보장해 드릴 수 있습니다."
- 삼국지 한역을 하면서 가장 흥미진진했던 역사의 한 사건을 꼽는다면?
"역자로서 삼국지를 읽다 보니까 황건의 난에 주목하게 되었는데요. 황건은 소설에서는 황건적, 그래서 도적으로만 묘사되고 있지만 이것은 사실 중국 최초의 종교적 봉기이며 인류 역사적으로도 굉장히 중요한 사건이었습니다.
혹시 제갈량이 입는 옷이 도인의 복장이라는 점 기억나시나요? 그리고 우길이라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황건과 연결되는 이 인물은 강동과 강남 지역에서는 거의 신적으로 추앙을 받던 인물입니다. 즉, 주류인 유비 형제 이야기뿐만 아니고 그 한걸음 뒤에 내제해 있는 이러한 역사적인 사실이나 내용에 주목을 하면서 삼국지를 읽었던 것이 나름대로 인상 깊었던 점이었고요. 역자가 달아놓은 풍부한 내용주석을 통해서 영한대역 삼국지 독자 여러분께서도 아마 역자와 똑같은 경험을 하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 삼국지에 가장 강한 장수는 누구일까?
"‘싸움은 상대적이다’는 답변을 드리는 것으로 질문에 대한 답을 갈음해야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삼국지에서 싸움의 절대 고수는 여포죠. 여포는 부동의 1위고요. 그 밑으로 관우며, 장비며 허저며 전위 같은 여러 무장이 나와서 서로 무공을 뽐내고 있는데요. 싸움이 상대적일 수밖에 없다고 제가 말씀을 드리는 게, 예컨대, 장비 같은 경우에는 분명히 관우보다는 한 수 아래로 취급이 됩니다.
그 이유가 관우 같은 경우에는 중국을 포함해서, 우리나라, 그다음에 동남아 국가 거의 전역에서, 심지어 무신으로까지 추앙받는 그런 경지에 이르렀지만, 장비는 그런 대우까진 아직 받지 못하거든요. 그런데 이런 관우가 원술 수하의 기령이라는 장수와 맞붙었을 때 삼십 합까지 싸우고도 승부를 내지 못합니다. 물론 2차 싸움에서 관우가 기령에게 다시 나오라고 외쳤을 때, 기령이 숨어버림으로써 실질적인 관우의 승리이긴 했지만요. 그런데 관우와 기령이 싸운 지 2, 3년 후에 이번엔 기령과 장비가 맞붙게 되는데 장비는 기령을 단 8합 만에 척살해버립니다.
즉 일반적으로 관우보다 약간 하수로 여겨지는 장비가 기령과의 싸움에서는 관우보다 훨씬 뛰어난 무공을 보여줬던 것이죠. 질문에서 약간 벗어난 이야기이긴 하지만요, 이러한 무공의 고수를 가늠하는 이러한 기준을 일반 개인과 기업으로 약간 확장을 시켜보면요. 적과 맞서 싸우는 이런 일회성 전투를 리지스턴스(resistance)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에게 전해지는 압박을 내가 맞서 이겨내는 거고요. 그런데 사람은 물론이고, 개인은 물론이고 기업도 여포처럼 절대 고수 즉, 모든 사업분야에서 1위가 될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특히나 기업 같은 경우에 있어서는 어떤 압력을 일회성으로 극복해내는 리지스턴스(resistance)보다는 한 번의 압력에 굴복하더라도 그것을 다시 극복하고 일어날 수 있는 리질리언스(resilience)를 기르는 것이 오래 지속하는 훌륭한 기업을 만드는 관건이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즉, 리지스턴스(resistance)보다는 리질리언스(resilience)를 기르는 것, 이러한 능력이야말로 개인은 물론이고 기업에 있어서 사실은 정말 중요한 그런 어떠한 핵심적인 특질이 된다는 것이죠. 시쳇말로 강한 놈이 이기는 것이 아니고 오래가는 놈이 강한 것이라는 말이 있는데요. 이 말은 단순한 농담이 아니고 깊게 곱씹어봐야 할 내용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 청소년 교육에 어떤 도움이 될까?
"이미 말씀드린 바와 같이 삼국지의 내용은 70%가 실제적인 역사적 사실입니다. 그리고 가장 격동기에 일어난 다종다양한 사건들의 집합체이기 때문에 이러한 내용이 나열돼 있는, 기록되어 있는 삼국지를 읽으시는 게 청소년의 입장에서도 굉장히 큰 인생 공부가 되는 것이지요.
청소년 여러분, 그리고 삼국지를 읽으시는 모든 여러분,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도구는 어학이 아닙니다. 영어능력이 아니에요. 정말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도구는 지식과 경험치 입니다. 이것은 모든 분이 공감을 하실 거라고 믿습니다.
사람의 인생은 어학만을 습득하면서 다 허비해도 될 만큼 길지가 않습니다. 그러므로 어학, 특히 영어를 잘하고자 하시는 분들은 잘못된 패러다임(paradigm)인 언어중심 읽기를 벗어나셔서 내용 중심 읽기를 하셔야만 하는 거고요. 내용중심 읽기를 하시면서도 단순한 영어라는 어학에만 중점을 두지 마시고 그 텍스트를 통해서 여러분이 얼마나 많은 지식과 경험치를 얻을 수 있는가에 주목을 하시기 바랍니다. 이러한 면에 있어서 삼국지는 가장 이상적인 텍스트입니다. 여러분이 삼국지를 풍부한 내용주석과 곁들여서 제대로 이해하고 읽으실 때 굉장히 많은 지식과 지혜와 경험치, 간접경험치겠지만요. 경험치들을 얻으실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
좋은 책의 발견 북스커버리 cbci 서하나 jindalae@cb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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