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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원대 이어폰, 어떻게 만드는가 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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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지텍 맞춤 이어폰 제작소를 가다…'소녀시대 이어폰'으로 국내서도 인기

[김현주기자]"사람의 귀는 지문처럼 각자 다른 모양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직 한 사람의 귀에 '완벽히' 맞는 이어폰을 만드는 곳, 바로 로지텍 얼티밋이어(Ultimate Ears, UE)입니다."

최근 소녀시대가 가진 이어폰으로 화제가 된 로지텍 UE의 이어폰. 100만원대 가격도 세간을 놀라게 했지만, 세상 단 하나 밖에 없는 '맞춤 이어폰'이라는 점이 관심을 끌었다.

맞춤 이어폰은 어떤 공정을 거쳐 탄생하는 것일까. 7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 위치한 로지텍 'UE' 제작소를 찾았다.

개인용 PC 주변기기 전문기업인 로지텍은 지난 2008년 주문형 이어폰 전문회사인 UE를 인수했다. UE는 현재 로지텍의 맞춤 이어폰 전담조직으로 자리 잡았다.

'UE'라고 표시한 문을 열고 들어가니 기타, 드럼 등이 놓인 개인용 스튜디오가 있다. 누군가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을 듣고 있다.

"이 곳은 음악가들이 와서 이어폰 음향을 점검하는 곳입니다."

로지텍 UE 필립 데팔란스(Philippe Depallens, 43) 부사장은 이 곳에서 취급하는 이어폰은 단순히 음악을 들려주는 도구가 아닌 '귀 안의 모니터'라고 설명했다. 소리를 '감시하듯' 섬세하게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음악 밴드들은 시끄러운 음악을 계속 들어 청력을 잃는 경우가 많았어요. 악기를 연주하면 시끄러워서 스스로 어떤 소리를 내는지 알 수 없었죠. 지금은 귀에 딱 맞는 맞춤 이어폰을 '모니터'로 이용하는 추세입니다. 소음은 완벽히 차단하고 어떤 소리를 내고 있는지 정확히 듣는 거죠. 각각의 소리를 모니터 콘솔에서 모아 완벽한 음악을 만들 수 있습니다."

데팔란스 부사장은 세계 라이브 투어 공연 전문 아티스트 중 75%가 UE의 맞춤 이어폰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UE는 설립 초기인 90년대 주로 음악가를 위해 이어폰을 제작했다. 지금은 고성능 이어폰을 갖고 싶어 하는 일반인에게도 판매한다.

◆귓본 뜨기부터 완성까지 수작업…"세계에서 주문 쇄도"

맞춤 이어폰을 제작하는 과정을 살펴봤다. 동행한 로지텍 직원이 귓본 뜨는 작업에 참여했다. 로지텍의 공인 청능사가 해당 직원을 의자에 앉힌 후 귀를 확인하고 핀셋으로 솜을 넣었다.

솜은 일종의 '댐' 역할을 한다. 귓본을 뜰 실리콘이 귀에 남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직원이 입에 작은 고무를 물자 청능사가 분홍색 실리콘을 주입했다. 고무는 턱을 고정하는 역할을 한다.

약 5분이 경과한 후 굳은 실리콘을 빼냈다. 이렇게 만들어진 귓본을 가지고 제작소로 발길을 옮겼다. 마치 과학 실험실과 같은 풍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하얀 가운을 입은 직원들이 조그마한 이어폰 틀을 들여다보며 분주히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필립 데팔란스 부사장은 "일단 귓본을 받으면 3D 스캐너를 이용해서 디지털화한 다음 주문자가 선택한 색상으로 속이 빈 아크릴 틀을 만든다"며 "이 틀을 손으로 정교하게 다듬으면 부드러운 감촉의 이어폰 모양이 만들어지는데, 착용감이 세계에서 최고다"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로지텍 UE의 기술은 단순한 착용감에 그치지 않는다. 외부 소음을 완벽히 차단하는 한편 최상의 음향 품질을 보장한다.

고객의 선택에 따라 오디오 드라이버(스피커)인 '아마추어'를 이어폰 속에 삽입한다. 한 쪽에 최대 6개의 스피커를 넣을 수 있다. 스피커 개수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최소 55만원에서부터 최대 200만원까지 7개 종류가 있다.

스피커가 많이 들어갈수록 음향은 더욱 풍부해진다. 각 스피커가 고음부터 저음까지 각자 역할을 하며 풍부한 음색을 꾸며내는 것. 데팔란스 부사장은 "6개가 가장 최고의 소리를 내며, 그 이상의 스피커를 넣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 다음 단계는 각 이어폰의 소리 출력을 최적화하기 위해 스피커 위치를 정교하게 다듬는 작업이다. 이 작업을 담당하는 직원은 출력 모니터링 기기를 들여다보며 손으로 스피커를 세심하게 조정했다.

완성한 이어폰은 마무리 작업 후 디자인 작업부서로 넘겨진다. 고객 이름과 모델명 등을 이어폰에 새기는 작업을 진행한다. 고객이 원하는 그림이나 디자인, 사진 등을 넣을 수 있고 큐빅 등 악세사리를 붙일 수 도 있다.

세심한 디자인 작업을 거친 후 'UE' 로고가 새겨진 상자에 넣어 세계 고객들에게 배송한다. 이 모든 공정은 5일을 소요하고, 한국의 경우 배송까지 2주가 걸린다.

필립 데팔란스 부사장은 "세계에서 주문 받은 이어폰을 오직 이 곳에서만 만든다"며 "세계 최고의 기술을 집약한 이어폰을 세계 고객에게 전달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로지텍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주요 국가 지사에서 본을 떠 이곳 UE로 보내면 작업을 마치고 배송하는 방식으로 판매한다. 전세계 이어폰 시장은 대략 2조5천억원 규모의 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도 음악 전문가나 애호가들의 고급 이어폰 이용이 확산되는 추세이다.

"UE의 맞춤 이어폰을 소유한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정교한, 오직 나만의 모니터를 갖게 된다는 뜻입니다. 소리의 모든 디테일과 미묘한 뉘앙스까지 전달돼 음악에 완벽히 몰입할 수 있게 해줍니다."

/어바인(미국)=김현주기자 hann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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