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기자]케이블TV에서 지상파 HD방송이 사라지고 말았다. 지난 28일 전국 93개 케이블TV방송사(SO)들은 지상파 HD방송 신호를 껐다.
지상파와 케이블TV간 법적 분쟁은 지난 2009년부터 시작했지만 방송이 끊어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방송 중단이란 파국은 일찍 예고된 일이긴 하지만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지난 2010년 케이블TV 진영은 지상파와의 협상이 결렬되면 지상파 방송을 중단하겠다고 말해왔지만, '엄포'를 넘은 현실이 되고 말았다.
되돌아 보면 올해 4월에는 같은 문제로 분쟁을 겪던 KT스카이라이프가 MBC, SBS 등 지상파의 HD방송을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번 케이블TV 진영과 지상파간 갈등은 평행선만 달려왔다. 지상파 방송사는 방송 프로그램 저작권을 주장하면서 대가를 받아내려고 한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유료방송인 케이블이 지상파로 수익을 거두려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케이블TV로부터 거둬들인 돈은 국민을 위해 콘텐츠 투자와 디지털전환 등에 쓰겠다고 설명한다.
케이블TV는 공공서비스인 지상파방송은 '무료 보편'하게 제공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상파방송사들은 다른 기업들과 달리 국민의 주파수를 사실상 무료로 쓰면서, 공영방송으로서 대우와 혜택만 주장한다고 반박한다.
케이블TV방송사들은 지상파 방송의 보편적 서비스 책무를 강조하는 유럽의 경우, 지상파 방송사들이 플랫폼 사업자들에 재송신 대가를 지불하거나 대가거래를 아예 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한다. 그래서 하루 빨리 무료보편 서비스와 지상파의 애매한 영역을 법적으로 구분하라고 요구한다.
결국 한쪽은 저작권 대가를, 한쪽은 유·무료재송신 채널 구분을 명확히 해달라는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법원의 명령에 관련없이 방송을 중단한 케이블TV 진영에 시정명령을 내릴 전망이다. 또한 지상파 방송사에도 원만한 협상타결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방통위는 양측 갈등의 미봉책 뿐만 아니라 미디어빅뱅 시대에 맞는 공영방송에 대한 새로운 규정과 보편적 시청권에 대한 개념을 세워야 할 것이다.
이 문제가 처음 불거진 지 몇 년이 지난 지금, 그 결과가 방송중단이라는 최악의 사태로 이어졌다는 점에 대해 케이블TV 업계와 지상파 방송사들은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한다. '구두합의' 및 파기 논란으로까지 이어지는 진흙탕 싸움을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때로는 법원의 소송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때로는 마땅한 권한이 별로 없다며 스스로를 합리화하지 않았는지 방통위는 스스로 되돌아 보아야 한다. '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애정남에게 물어보아야 하는 것인지, 법원 판결 뒤 시정명령 내리는 것밖에 할 일이 없다면 방송 정책당국이 과연 필요한 행정기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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