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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6단계 분리' 정말 줄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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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결과 '4.7단계' 발표…'최단경로 추적'으로 봐야

[김익현기자] 1967년 하버드대학 심리학 교수였던 스탠리 밀그램은 흥미로운 실험을 기획했다. 1920년대 이래 선험적으로 제기돼 왔던 '6단계 분리' 이론을 직접 검증해보기로 한 것이다.

그는 자원봉사자 296명을 모집했다. 그리고 이들에게 편지를 하나씩 준 뒤 보스턴 교외에 사는 한 인물에게 전달하도록 했다. 조건은 단 하나. "반드시 아는 사람을 통해 전달하도록 하라."

이렇게 실험한 결과 평균 5.5명을 거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최종 목표가 된 사람까지 따지면 '6단게 분리'가 맞다는 결론이 나온다.

6단계 분리 이론은 이후 사회 자본 연구 등에서 자주 인용됐다. 상대적으로 동질적인 집단이 거주하고 있는 한국에서는 3단계를 조금 넘게 거치기만 하면 다 연결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6단계 이론'이 새롭게 쓰여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세계인을 그물망처럼 촘촘하게 연결해주는 페이스북 덕분이다.

페이스북은 22일(현지 시간) 밀라노대학과 공동 실험한 결과 평균 4.74단계만 통하면 전 세계 사람들이 모두 연결된다는 연구 결과를 얻어냈다고 발표했다.

◆'6단계 분리' 이론은 과장?

이번 연구는 지난 5월 시행됐다. 당시 페이스북 가입자는 세계 인구의 10%가 넘는 7억2천100만명이었다. 이들이 형성한 친구 관계만 690억 건에 달했다. 소셜 네트워크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던 1960년대 말 300명 남짓한 표본을 대상으로 실험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규모다.

일단 페이스북의 연구 결과부터 살펴보자. 페이스북은 이번 연구를 위해 밀라노대학 웹 알로리즘 연구소가 개발한 최신 알고리즘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페이스북과 밀라노대학 연구팀은 이 알고리즘을 이용해 지난 5월 한 달 동안 7억 명 이상의 페이스북 이용자를 분석했다.

페이스북은 "이번 조사 결과 99.6% 사람들은 5단계, 92%는 4단계를 거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6단계 분리 이론은 과장돼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페이스북은 또 "미국, 스웨덴, 이탈리아 같은 나라에선 평균 3단계 정도만 거치면 다 연결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결과는 지난 2008년 조사 결과와 비교해봐도 단계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당시 조사에서는 5.28 단계를 거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은 일제히 페이스북의 이런 연구 결과를 기사화했다. 국내 언론들 역시 경쟁적으로 "세계인은 이제 6단계가 아니라 4.7단계만 거치면 모두 연결된다"는 기사를 실었다.

페이스북의 이번 연구 결과는 표본 수나 연구 기법 면에서 소셜 네트워크 연구의 신기원을 열었다는 평가를 내릴 순 있다. 저 정도로 방대한 규모의 네트워크를 분석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기 때문이다.

◆전체 네트워크에 대한 지식도 감안해야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를 기사화하는 방식엔 약간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다. 소셜 네트워크가 활성화되지 않았던 1967년 300명을 표본으로 한 실험과 수평 비교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밀그램의 실험 방식을 다시 떠올려보자. 1967년 실험 당시 밀그램은 "절대로 목표 인물에게 직접 편지를 보내지 말라"면서 "그 사람을 알 법한 사람에게 보내도록 하라"는 조건을 달았다.

이 지점부터 상상력을 한번 발휘해보자. 여러분이 당시 실험 참가자라고 가정해보라.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편지를 보내야 한다. 지금처럼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 볼 수도 없다. 한정된 지식을 토대로 편지를 전달해야만 한다.

당연히 수 많은 시행착오를 거칠 수밖에 없다. 편의상 편지의 최종 목적지가 될 사람을 A라고 해 보자. 그리고 내 주변에 B, C 두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물론 나와 B, C는 세 사람 모두 서로 아는 사이다. 하지만 B와 C 두 사람 중엔 C가 A와 더 가까운 사이다.

이럴 경우 나는 당연히 C에게 편지를 보내는 것이 좋다. 하지만 밀그램의 실험에선 꼭 C에게 먼저 보내라는 법이 없다. 상대방의 소셜 네트워크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면 페이스북의 이번 실험은 전체 네트워크를 꿰뚫고 있는 상황에서 진행됐다. 두 사람 간의 최단 거리를 계산했단 얘기다.

따라서 이런 결과를 밀그램의 1967년 실험과 수평 비교하는 것은 다소 위험하다. 실제로 밀그램의 1967년 실험 역시 전체 네트워크를 아는 사람이 분석할 경우 분리 단계가 더 좁혀질 수도 있다.

페이스북 역시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런 점을 지적했다. 페이스북 측은 "밀그램은 소셜 네트워크에 대해 제한적인 지식만 갖고 있었던 반면, 우리는 전체 구도에 대해 완벽한 지식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페이스북이 이번에 발견한 것은 '6단계 분리'의 최단 거리를 측정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페이스북 측은 강조했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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