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첫 글로벌 중형차 '말리부' 타 보니

[정수남기자] 지난 19일 따가운 가을 햇살을 받으며 KTX를 타고 창원중앙역에 도착했다.

창원 중앙역 광장에는 역시 가을 햇살에 번쩍번쩍 빛을 반사하고 있는 100여대의 신형 말리부가 곧 튀어 나갈 듯한 자세로 잔뜩 움추린 채 애타게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말리부에 올랐다. 말리부의 인테리어는 차분한 블랙톤을 살렸다. 센터페시아는 완만한 곡선으로 차량 제어를 한눈에 보고 조작 가능토록 변속기 상단에 모두 배치했다. 또 그 위에 매립형 내비게이션을 장착했다.

말리부는 모든 기능이 원터치로 작동한다. 시동부터 전조등, 트렁크 모두 버튼만 누르면 작동한다. 다만 엔진룸은 걸쇠를 풀어야 열리는 반자동이다.

스타트 버튼을 누르자 흰색의 말리부는 조용하게 작동하기 시작했다. 창원-부산 간 고속도로에 들어서자 산업도로를 방불케할 정도로 트럭과 함께 출근 시간대처럼 많은 차량이 질주했다.

차량이 뜸한 곳에서 가속패달에 힘을 실었다. 말리부의 가속 능력은 탁월하다. 낮은 RPM에서도 에코텍(Ecotec) 엔진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면서 빠르게 속도가 올라간다. 가속페달을 살짝만 밟아도 100km/h 돌파는 1,2초 사이에 이뤄진다.

도로 사정상 최고 속도는 내지 못했으나, 말리부는 시속 200km는 무난히 돌파할 수 있는 힘과 순발력을 지녔다. 또 말리부는 빗길과 눈길 등 미끄러운 노면에서 최적의 가속을 낼수 있도록 돕는 TCS도 갖췄다.

아울러 선루프 개폐 단추도 룸미러 위에 버튼만 누르면 자동으로 작동, 운전시 불필요한 행동을 최소화했다. 다만, 흠이라면 뒷좌석 창문을 열었을 때 풍음과 함께 급가속 시 킥다운 소음이 귀에 슬리는 정도.

차가 많았지만 공간이 있을 때 마다 핸들링을 알아보기 위해 추월을 시도했다. 말리부는 140∼150km/h의 고속이나 60km/h 이하의 저속에서도 정숙성과 함께 우수한 핸들링을 제공했다.

이는 정교한 응답성을 자랑하는 전자 조향장치 덕분인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 시내에 들어서면서는 가다서다를 반복했다. 이때 저속과 마찬가지로 고속에서도 말리부의 제동력은 흠 잡을 데가 없었다. 말리부의 전자 주행안전 제어장치 ESC는 제동과 코너링에서 신속하고 정교하게 차체를 제어해 주며, EBD-ABS는 급제동 시 바퀴의 잠금을 막으면서 네개의 바퀴에 제동력을 골고루 분산하는 역할을 맡는다.

아울러 긴급 상황 시 제동거리를 줄이는 BAS 등의 첨단 장치들이 말리부의 뛰어난 제동력의 비밀이라는 후문이다.

말리부는 안전 사양도 탁월하다. 차체의 65%가 초고장력·고장력 강판으로 설계됐으며, 차선이탈 경고장치, 6에어백 장착, 차량 충돌시 안전벨트를 역으로 감아 상체와 골반을 고정 시킬수 있는 듀얼 프리텐셔너 등을 기본으로 갖췄다.

이로 인해 말리부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과 유럽의 신차 충돌 안전성 시험에서 최우수인 별 5개를 획득, 안전 검증을 마쳤다.

이번 시승에서 말리부의 모든 성능을 검증할 수는 없었지만 4일 간 진행된 시승식에서 300여대의 차량이 한 건의 사고가 없던 점을 감안하면 말리부의 우수한 성능과 첨단 안전장치 덕이 아닌가 싶다.

시승의 막바지에 이르러 광안대교로 들어섰다. 넓은 대교에 차량이 없어 가속패달에 힘을 실었다.

속도가 160km/h를 넘어가자 부드러운 바닷 바람이 유려한 곡선의 스포츠 세단 말리부의 차체를 휘돌면서 빠르게 뒤로 밀려 났다. 하지만 스포일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과학적인 말리부의 차체 디자인 때문에 부력으로 인한 차체의 흔들림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오랫만에 색다른 중형차를 만나 볼 수 있었던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