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이균성 특파원] 지난 5일 췌장암으로 타계한 스티브 잡스는 암 진단 초기 9개월 동안 수술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식이요법과 침술 등 동양적인 대체 의료 기술에 의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스티브 잡스는 또 지난 2003년 10월에 암 진단을 받고 2004년 7월에 수술을 받기 전까지 이 사실을 외부에 숨긴 것으로 알려졌다.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즈 등 미국 일부 언론이 24일부터 공식적으로 판매되는 630 페이지 규모의 스티브 잡스 공식 전기 '스티브 잡스' 사본을 입수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같이 나타났다. '스티브 잡스'는 타임의 전 편집장이자 전기작가인 월터 아이작슨이 저술했으며 오는 24일 공식 발매된다.

아이작슨에 따르면, 스티브 잡스는 자신의 병 치료에 대한 방법을 바꾼 뒤 그의 암세포의 유전자와 정상적인 DNA염기서열을 아는 세계 20명 가운데 한 명이 됐다. 이를 아는 데에만 10만 달러의 비용이 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기는 잡스의 지병 외에도 그의 사랑, 결혼, 자매들과의 관계, 사업 등에 대해서 새로운 사실들을 알려주고 있다. 이 전기를 쓰기 위해 아이작슨은 잡스가 사망하기 전까지 2년여에 걸쳐 40차례 인터뷰를 진행했다.
◆스티브 잡스가 암을 다루는 방식
잡스는 지난 2003년 10월 자신이 암에 걸린 사실을 알게됐다. 잡스는 이 사실을 알고 나서 내과의사인 래리 브릴리언트에게 전화를 걸었다. 두 사람은 인도에 있는 힌두교 수도원에서 처음 만나 알게된 사이다.
스티브 잡스는 브릴리언트에게 "아직도 신을 믿느냐?"고 물었고, 브릴리언트는 "무슨 안 좋은 일이 있냐"고 잡스에게 되물었다.
잡스는 "암에 걸렸다"고 대답했다.
잡스는 그러나 9개월 동안 수술을 미뤘다. 친구들과 여동생인 모나 심슨을 포함한 가족들은 잡스에게 수술과 화학요법의 치료를 받으라고 요구했지만 잡스는 이를 미뤘다고 아이작슨은 기록했다. 특히 그의 친구이자 멘토인 앤드류 그로브 인텔 전 회장은 식이요법과 침술은 치료가 될 수 없다고 스티브 잡스에게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로브는 "(수술을 하지 않는 잡스에게)미쳤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의 이사회 멤버이고 제넨테크의 회장인 아트 레빈슨은 "잡스가 수술을 받도록 설득할 수 없다는 데 좌절했었다"고 회고했다.
잡스의 아내인 로렌 파웰은 "중요한 것은 잡스가 (수술을 위해) 그의 몸을 절개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암 진단 이후 당시를 회상하면서 "노력은 했지만 원하지 않는 사람을 그렇게 하도록 몰아가는 것은 쉽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아이작슨에 따르면, 잡스는 그러나 수술을 받고 과학에 의존하기로 마음을 바꾼 뒤에 열정과 호기심을 갖고 새로운 치료에 응했다.
잡스가 마지막까지 시도했던 DNA염기서열을 이용한 치료는 스탠퍼드대와 존스 홉킨스, 하버드,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의료팀들이 협업의 형태로 진행됐다. 잡스는 이와 관련해 아이작슨에게 자신이 "이런 종류의 암을 극복한 첫번째 사람이거나 이 병으로 죽을 마지막 사람일 것"이라고 말했다.
◆스티브 잡스와 음악
아이작슨에 따르면, 인터뷰는 종종 잡스의 거실에서 음악을 들으면서 진행됐다. 한 번은 잡스가 아이패드2로 음악을 틀었다. 비틀스, 베네딕스회 수도승들이 부른 그레고리 성가, 배치 푸가, 스코틀랜드 뮤지션인 도노반의 '캐치 더 윈드(Catch the Wind)' 등이 잡스가 틀었던 노래들이다.
음악에 대한 잡스의 선호와 음악가들과의 우정은 그가 아이튠스를 만들고 아이팟의 여러 버전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
잡스가 암에 걸린 사실을 안뒤 그는 프랑스 출신 중국계 첼리스트인 요요마(Yo-Yo Ma)로부터 그의 장례식에서 연주해줄 것을 약속받기도 했다.
◆스티브 잡스와 비즈니스
잡스는 때때로 그의 집에서 비즈니스와 관련된 인물들을 초대해 즐기기도 했다. 루머트 머독 뉴스코프 회장은 저녁에 두 번이나 초대됐다.
아이작슨은 특히 구글의 안드로이드에 대한 스티브 잡스의 견해에 대해 소개했다. 2008년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개발한 것에 대해 잡스는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에 대해 크게 분노했다고 아이작슨은 설명했다.
잡스는 아이작슨에게 안드로이드는 애플 기술을 베낀 "훔진 제품"이라고 비판했다.
◆스티브 잡스의 사랑과 결혼
잡스의 첫 사랑은 끝이 좋지 않았다. 그는 1985년에 컴퓨터 컨설턴트인 티나 레드세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 그들은 수년 동안 불규칙하게 함께 살았다.
잡스는 1989년에 청혼을 했지만, 그녀는 거절했다. 그녀는 잡스가 그녀를 미치게 할 것 같다고 친구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잡스는 이후 골드만삭스 트레이더였던 현재의 부인 로린 파웰을 만났다. 잡스는 1990년 1월1일 청혼을 했고, 10월에 약혼 반지를 줬으며, 곧 결혼했다.
한편, 잡스는 지난 봄부터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보기를 원하는 사람들과 집에서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 설립자도 그중 한 명이다. 빌 게이츠는 지난 5월 팔로알토에 있는 잡스의 집에 초대됐고 3시간 이상 환담했다. 잡스는 빌게이츠가 전에 봤던 것보다 더 행복해보였다고 아이작슨에게 말했다.
/로스앤젤레스(미국)=이균성 특파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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