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논 국내법인들 삼성동에 총집결…통합하나?

[박웅서기자] 일본계 기업 캐논의 국내 법인들이 한 건물로 집결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캐논코리아 컨슈머 이미징은 최근 서울 강남구 역삼동 강남 파이낸스센터에서 삼성동 캐논타워 5층으로 이전했다.

캐논코리아 컨슈머 이미징(CI)의 이전으로 인해 삼성동 캐논 타워에는 캐논의 모든 국내 법인들이 입주해 함께 사용하게 됐다.

캐논은 현재 국내에 디지털 카메라 사업을 전담하는 캐논코리아CI 외에 프린터 및 의료기기 사업을 진행하는 캐논코리아 비즈니스 솔루션(BS), 반도체 관련 사업을 하는 캐논 쎄미콘덕터 엔지니어링 코리아(CSEK) 등 3개 법인으로 나뉘어 들어와 있다.

캐논과 관련한 국내 법인들이 한 지붕 아래 모이는 등 3사간 긴밀한 관계가 구축되면서, 업계에서는 캐논이 국내 법인들을 하나로 통합하려는 것 아니냐는 예상을 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예전부터 캐논이 컨슈머 이미징과 비즈니스 솔루션을 합칠 것이라는 이야기는 계속 있었다"고 말했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캐논코리아BS을 제외하고는 모두 일본 캐논 본사가 100%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에 법인들이 합쳐질 경우 경영권을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캐논코리아CI과 캐논코리아BS 두 업체만 통합하더라도 롯데의 지분 비율은 떨어진다. 캐논 입장에서는 경영권을 가지고 좀 더 주도적인 사업 운영이 가능하다.

캐논코리아CI와 캐논코리아BS는 지난해 각각 4천억원과 5천300억원의 매출을 거둬들였다. 단순 합산하면 두 법인이 통합할 경우 연매출 약 1조원에 육박하는 거대 기업이 탄생하게 되는 셈이다.

물론 캐논 본사 차원에서는 한국 법인들이 한 건물에 모였기 때문에 굳이 법인 통합이라는 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국내 지사들의 사업을 관리하기 수월해졌다.

하지만 법인들이 통합하면 조직 슬림화를 통한 원가 절감 등 효율적인 경영 활동이 가능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캐논 타워로 이전한 캐논코리아CI 입장에서는 임대료가 비싸기로 유명한 강남파이낸스타워에 있을 때보다 비용 절감이 가능해졌다.

일정 부분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 우선 디지털 카메라와 컨슈머용 프린터 사업에서 더욱 다양한 활동을 펼칠 수 있다. 이를테면 DSLR 카메라와 고사양의 포토 프린터를 포함한 잉크젯 프린터를 묶은 통합 마케팅 또는 프로모션이 가능하다.

캐논코리아BS가 담당하고 있던 의료기기 쪽에서도 광학업체인 캐논코리아CI가 힘을 실어줄 수 있다.

실제로 캐논 법인들의 통합 가능성은 지난 2006년에도 거론된 적이 있다.

당시 캐논과 롯데의 합작회사 롯데 캐논은 캐논코리아 비즈니스 솔루션으로 사명을 바꾸고 새롭게 출범했다. 이 회사는 현재도 일본 캐논이 50%의 지분을, 나머지 50%는 호텔롯데와 롯데로지스틱스, 롯데정보통신, 롯데알미늄, 롯데상사 등 롯데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다.

2005년 9월 새롭게 법인이 설립된 캐논코리아 컨슈머 이미징 역시 2006년 LG상사로부터 캐논카메라 수입 및 국내 도매유통 사업을 양도받고 사업을 시작했다.

캐논의 국내 시장 공략 움직임이 활발해졌던 당시, 업계에서는 캐논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통합 가능성을 점쳤다. 하지만 캐논코리아CI가 삼성동 캐논 타워가 아닌 역삼동에 둥지를 트면서 통합설은 한동안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

이와 관련해 캐논코리아 컨슈머 이미징과 캐논코리아 비즈니스 솔루션측은 "단순한 사무실 이전일 뿐 어떠한 의미도 없다"고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