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BM 엿보기-67]실용주의 로봇의 대명사 '아이로봇'

바이올린을 연주하거나 노래를 부르는 등 장기자랑은 할 수 없지만 맡은 바 임무는 충실히 수행하는 로봇이 인기다. 재난현장이나 군사지역에서 명성을 얻고 있는 미국 아이로봇의 팩봇(PackBot)과 워리어(Warrior)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 정찰 또는 군사용 로봇은 인간과 다른 외형을 갖추고 있지만 인간을 대신해 위험 현장에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지뢰매설지역이나 테러현장에서 폭발물 해체 작업을 수행하고, 원자력발전소 내부의 방사선 오염물질을 대신 처리한다.

팩봇과 워리어를 만든 아이로봇(iRobot)은 로봇 보급에 앞장을 서 온 20년된 로봇전문 회사다. 아이로봇은 1990년 미국 메사추세추공과대학(MIT) 인공지능연구소의 과학자들이 설립한 회사로, 미국에서 쓰이고 있는 모바일 로봇의 80% 이상을 개발했다. 화성탐사로봇인 '소저너'와 군사용 로봇인 팩봇을 개발해 미국 911 뉴욕 무역센터 테러당시 인명구조용으로 사용했으며, 현재도 이라크전장을 누비고 있다.

아이로봇은 2000년 청소기 로봇 '룸바(Roomba)'를 선보이면서 일반인들에게 알려졌다. 룸바는 뛰어난 성능과 저렴한 가격으로 600만대 이상 판매된 히트상품이다. 룸바는 여러 버전이 개발됐는데, 기존 제품보다 저렴하고 깨끗하게 청소를 하면서 인기를 모았다. 로봇청소기가 세계적으로 대중화 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아이로봇의 룸바라 할 수 있다.

룸바가 출시되면서 경쟁사들도 잇따라 저렴한 보급형 로봇청소기를 공급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룸바는 국내시장에서도 인기가 높다. 가격과 성능 모든 측면에서 만족스런 평가를 받고 있다. 아이로봇의 합리적인 가격 정책이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셈이다.

아이로봇 설립자인 콜린 앵글 최고경영자(CEO)는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돈되는 로봇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런 취지 아래 다양한 용도의 로봇이 개발됐다. 거실바닥이나 욕실을 청소해주는 로봇 '스쿠바(Scooba)', 수영장 전문 청소 로봇 '베로(Verro)', 애완용 로봇 '커넥트알(ConnectR)', 지붕 물받이나 배수로를 청소해주는 로봇 '루즈(Looj)' 하비용 로봇 '크리에이트(Create)' 등이 미국시장에서 공급되고 있다.

아이로봇은 군사용 및 정찰 로봇으로 정부관련기관에서 그 실력을 먼저 인정받았다. 아이로봇이 1991년 최초로 개발한 로봇 '징기스(Genghis)'도 이런 목적으로 개발됐다. 징기스는 다리 6개 달린 로봇으로 복잡한 중앙통제장치없이 각각의 다리에 달린 센서를 이용해 장애물을 피해가며 움직일 수 있다. 그 뒤 아리엘(1996년)과 어비(1997년) 등이 개발됐다. 오비는 기술검증용 로봇으로 계단을 오를 수 있도록 궤도바퀴를 가진 것이 특징이다. 오비는 군사용 로봇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팩봇으로 진화돼 현장을 누비고 있다.

팩봇은 군사용 로봇의 대명사로, 정찰, 수색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팩봇은 이라크나 아프카니스탄 등 다양한 지역에 2천대 이상이 공급돼 활용되고 있다. 워리어는 110kg의 군사용 로봇으로 시속 19km로 이동할 수 있으며, 부착된 로봇팔을 이용해 45kg의 물건을 들어 옮길 수 있다.

워리어는 이런 기능 때문에 전장터에서 폭발물 처리나 원전의 방사선 물질 수거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팩봇과 워리어는 최근 일본 원전폭발가 일어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방사선에 오염된 잔해를 수거해 주목을 받고 있다. 원전 폐허 속과 같이 인간이 진입할 수 없는 곳에서 팩봇과 워리어없이는 이 일을 대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이로봇은 지난 8월 미해군무기체계사령부로부터 2천100만 달러 규모의 군사용 로봇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아이로봇은 연구조사를 위한 탐사용 로봇도 공급하고 있다. 레인저(Ranger)와 씨글라이더(Seaglider)가 그것이다.

아이로봇은 이런 다양한 로봇을 공급해 연매출 4억 달러, 시가총액 10억 달러 회사로 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