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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PC or PC플러스' 컴퓨팅의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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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는 끝났다" vs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 공방

[김상현(북미 전문 에디터)] 태블릿과 스마트폰이 판치는 요즘, IT 기업들 중에서 가장 마음이 편치 않은 곳은 어디일까? 확실히 순위를 매길 수는 없겠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그 중 하나일 것이라는 데 반박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표나게 내세울 만한 태블릿 제품이나 스마트폰이 없어서만은 아니다. 엑스박스나 마우스, 윈도우 폰 7 같은 게 있어도 마이크로소프트의 본령은 여전히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PC의 미래를 짊어질 것처럼 보였던 저가 노트북PC인 '넷북'을 일거에 구식으로 밀어낸 태블릿. 하지만 그 중 윈도 운영체제를 쓰는 제품은 없다. 태블릿의 최강자 아이패드는 애플의 독자 운영체제 iOS를, 다른 PC 진영 태블릿들은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쓴다. 그 뿐 아니다. 스마트폰 시장에 자꾸 문을 두드려보지만 이 또한 애플의 'i' 시리즈와 구글의 안드로이드 블록에 막혀 도무지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

태블릿과 스마트폰이 PC 시장과는 전혀 다른 영역에서 새로운 시장을 열어주면 그나마 안심이겠는데, 이들이 PC 시장을 야금야금 잠식해 들어오니 더 문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나 스티브 발머 입장에서는 밤잠을 설칠 만도 하다. 하지만 서둘러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독점 시대는 끝났다"라고 속단하지는 말자. 지난 20여년을 통틀어 가장 낮은 시장 점유율이라는 게 아직도 82%나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을 압도하다가 불과 1, 2년 사이에 '추억의 옛 노래'로 전락한 제품이 어디 한둘이던가. 일례로, 브라우저 시장의 최강자였던 넷스케이프를 혹시 기억하시는가? 따라서 끝났다, 는 속단까지는 아니어도, 앞으로 몇 년 안에 윈도가 "아직도 그런 걸 써?"라는 비아냥의 대상이 될 공산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다.

지난 몇 주간 PC와 윈도의 미래를 둘러싼 논란이 여러 매체를 통해 흘러 나왔다. 태블릿과 스마트폰 - 을 비롯한 휴대전화들 - 이 점점 더 일상의 도구로 자리잡고, 그 전까지 PC 기능으로 여겨졌던 여러 역할을 대신하게 된 것이 한 계기이고, PC는 30주년, 윈도 운영체제는 25주년을 맞았다는 역사적 의미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윈도 1.0이 처음 출하된 것은 1985년 11월20일이므로 이미 26년째지만 여전히 이곳 계산법으로는 여전히 '25세'이다).

◆포스트-PC냐, PC 플러스냐

이 논란을 새삼 불지핀 사람은 최초의 PC를 디자인한 주인공 중 한 사람인 마크 딘 (Mark Dean) 씨다. IBM의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 기술담당 최고 책임자 (CTO)인 딘 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PC 이후', 곧 '포스트-PC' 시대를 점쳤다.

그는 자신도 이미 PC 대신 태블릿을 더 자주 이용한다며, PC가 "새로운 아이디어들"로 대체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내 생애 중에 PC가 몰락하는 일은 없을 것이고, PC는 계속 컴퓨팅의 여러 방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하지만 PC는 더 이상 컴퓨팅의 첨단이 아니다. PC는 진공관이나 타자기, LP 레코드, CRT 브라운관, 백열전구와 같은 길을 걸을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프랭크 X. 쇼 (Frank X. Shaw) 커뮤니케이션 담당 부사장은 그 대척점에 서 있다. 같은 현상을 다른 각도에서 본다. PC의 쇠락을 보는 것이 아니라 강화되고 부가된, 'PC 플러스'의 시대를 읽는다. 그는 "올해 전세계적으로 4억대의 PC가 팔릴 것"이라면서 PC를 넘어서는 것이 곧 PC의 종말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우리는 계속해서 훌륭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것이고, 이들은 개인과 기업용 장비들에서 구현되어 더욱 높은 가치를 창출할 것이다."

쇼 부사장은 윈도 PC, 윈도 폰 플랫폼, 그리고 엑스박스 등이 PC의 진화, 혹은 'PC 플러스'를 명징하게 드러내는 증거라고 단언한다.

"엑스박스나 키넥트의 경우처럼 직접 하드웨어를 만들기도 하지만 우리의 핵심 방향은 여전히 PC와 스마트폰 하드웨어 파트너들과 손잡고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양쪽의 최적화된 ‘이용자 경험’을 실현하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향후 방향이 적어도 당분간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그리고 오는 9월의 BUILD 컨퍼런스에서 더 상세한 내용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되는 차세대 운영체제 윈도8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심대한 의미와 부담을 마이크로소프트에 안길 것으로 전망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핵은 여전히 윈도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트트의 핵은 여전히 윈도 운영체제다. 엑스박스가 게임 부문에서 선전하고, 셰어포인트(SharePoint)가 기업용 정보 관리 플랫폼 시장에서 급성장하고 있지만 매출의 중추는 아직도 윈도다. 2010년 회계연도의 경우 윈도 소프트웨어 매출액은 190억달러 (약 20조원)였고, 순이익도 123억달러에 이르렀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총매출액과 총 영업수입이 각각 700억달러, 240억달러인 것을 고려하면, 순이익은 절반에 이르는 셈이다.

문제는 윈도 부문의 매출이 지난 1분기와 2분기에 연속 감소했다는 점이다. 또 같은 기간에 구글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과 애플의 아이폰 판매량이 급증했고, 애플의 아이패드를 위시한 태블릿의 인기도 크게 높아졌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4월 골드만 삭스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아이패드 같은 태블릿은 넷북을 대체한 데 그치지 않고, 기존 PC 시장 자체를 '심각하게 잠식해' (highly cannibalistic) 2011년에는 PC 판매량의 35%를, 2012년에는 33%를 빼앗아 갈 것으로 전망했다.

PC와 맥을 구분하지 않고 'PC 시장'으로 뭉뚱그려 보는 조사 기관도 있다. 예커대 캐널리스 (Canalys) 같은 곳은 애플을 HP에 이어 세계 제2위의 PC 제조업체로 구분한다. 그에 따르면 애플의 아이패드와 맥 컴퓨터는 현재 세계 컴퓨터 출하량의 5%를 차지하고 있고, 올해 2분기에 13.6%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HP는 15.7%).

PC와 맥을 구분하든 구분하지 않든, 애플의 약진이 두드러진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캐널리스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와 인텔 동맹을 가리키는 윈텔의 현재 시장 점유율은 82%로, 지난 20년래 최저 수준이다.

주식 연구 회사인 ISI 그룹의 분석가인 빌 와이먼 씨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스마트폰과 태블릿 같은 모바일 기기의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마이크로소프트와 윈도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컴퓨팅의 미래, 마이크로소프트의 미래

윈도 운영체제에 작지 않은 위협 요소로 여겨지는 또 다른 변수는 '앱'(app)이다.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급팽창을 이끌어낸 공신 중 하나로 꼽히는 '앱'은 손쉽고 값싼 구매 및 이용 절차, 다양하기 그지 없는 선택 사항들로 일대 ‘붐’을 조성했고, 애플이 맥용 컴퓨터로도 앱 시장을 확대한 것은 물론, 구글 안드로이드, RIM 블랙베리, 아마존닷컴 등도 그에 편승했다.

그 때문에 윈도8 출시와 더불어 마이크로소프트도 앱 시장을 개설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아무리 빨라도 2012년 가을께나 시장에 나올 것으로 보이는 윈도우 8이, 과연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은 애플의 앱 시장과 경쟁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도 그 때문이다. 보통 40~100달러씩 하는 윈도우용 소프트웨어의 가격으로, 5달러만 해도 비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가격 파괴’에 성공한 앱 시장에 대응하기는 역부족이라는 이야기다.

실리콘밸리의 투자자이자 분석가인 로저 맥너미 (Roger McNamee) 씨는 "윈도를 되살리기는 이미 늦었다"라며 윈도의 느리지만 확실한 고사(枯死)를 확신하는 경우다. 그는 컴퓨팅의 문법에 일대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났고, 그로 인해 윈도와 PC의 핵심 역할은 아이패드와 스마트폰으로 넘어갔다고 주장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익스체인지(Exchange)를 중심으로 한 메시징 사업과 스카이프 연계 사업으로 여전히 전도 유망하지만, 적어도 윈도우로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는 이미 늦었다."

윈도의 미래는 그처럼 어두워도, 현재는 여전히 안녕해 보인다. 지난 2010년 이후 애플이 2천870만대의 아이패드를 판매한 데 견주어, 마이크로소프트는 2009년 출시 이후 지금까지 4억개 이상의 윈도7 소프트웨어를 판매했다. 이 둘을 직접 비교하기는 다소 무리지만, 적어도 컴퓨팅 분야에서 두 회사 간에 아직도 크나큰 격차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데는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기업에서 문제는 늘 미래다. 미래의 성장 가능성, 매출 예상치를 놓고 주가가 등락하고, 그 기업에 대한 신뢰도 부침을 겪기 때문이다. 윈도우 운영체제와 PC의 미래는, 그런 면에서 밝아 보이지만은 않는다. 미국 포천 선정 500대 주요 기업 10곳 중 9곳 꼴로 아이패드의 비즈니스 용도를 시험하고 있다는 보도도 여기에 도움이 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윈도는 과장하기 좋아하는 시장 분석가들이나 언론인들의 전망처럼, 앞으로 쇠락할 수밖에 없는 운명일까? 아니면 일대 신드롬을 낳은 아이패드나 아이폰과 같은 혁신적 기술, 혹은 기법을 통해 환골탈태하게 될까? 요즘의 IT 시장을 좀더 흥미롭게 바라볼 수 있는 한 잣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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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김상현(북미 전문 에디터) kevin.sh.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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