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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시장' 오세훈, 서울에 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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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3구 '오세훈 지키기' 불구 참패...사퇴시기 놓고 당과 마찰 빚을 수도

[정진호기자] '역시 악수(惡手)였나?'

오세훈 서울시장이 결국 무릎을 꿇었다. 8.24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실시된 24일 최종 투표율이 25.7%에 그치면서 투표함 개봉에 필요한 33.3% 달성에 실패했다.

투표 결과에 시장직까지 걸었던 오세훈 시장의 운명도 내일을 기약할 수 없게 됐다.

오 시장은 주민투표가 마감된 직후 이날 오후 8시30분에 시청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참으로 안타깝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 복지정책 방향을 확인할 수 있는 단 한번의 유일한 기회를 놓쳐 참으로 안타깝다"며 "투표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즉각적인 거취표명은 없었지만 한나라당과의 조율을 걸쳐 하루 이틀 안에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오 시장은 지난 21일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투표결과를 통해 패하거나 투표함을 열 수 있는 최소 투표율 33.3%를 넘지 못할 경우 '시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오세훈, 정치적 치명상-한나라당, 애써 자위…내년 '복지폭풍' 불가피

한때 내년도 대권 후보로 물망에 올랐던 오세훈 시장은 이번 주민투표 무산으로 치명상을 입게 됐다. 향후 시장이 아닌 정치인 오세훈으로서의 행보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주민투표 지원에 나섰던 한나라당 입장에서도 속이 타기는 마찬가지다. 25.7% 투표율에 나름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만 마냥 자위만 할 수 없게 됐다.

이날 치러진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내년 총선과 대선의 전초전 성격으로 보수-진보 진영간 대립하고 있는 복지정책을 심판하는 성격이 강했다. 여당은 이번 주민투표 무산으로 내년도 대선의 핵심 키워드인 '복지 정책'에 대한 큰 부담을 안게 된 셈이다.

무엇보다 이번 투표에서 내년 총선의 최대 격전지로 예상되는 서울 시민들이 보편적 복지는 이제 시대적 흐름이고 국민적 요구라는 민주당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면서 무분별한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공격도 어렵게 됐다.

홍준표 투표 마감 직후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오세훈 시장이 25.4%로 당선됐는데 그에 비춰볼 때 25.7%라는 투표율은 굉장히 의미 있는 수치"라며 "여러 차례 제안한 투표도 거부하고 반민주적 작태로 투표도 거부한 민주당은 심판받아야 한다"고 책임을 민주당에 돌렸다. 하지만 이를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는 서울 시민은 많지 않을 듯 싶다.

◆'역시 강남시장'… 강남 3구, 투표율 모두 30% 넘어

이날 주민투표 투표는 강남 대 非강남의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오세훈 시장을 지키려는 강남 3구의 투표 참여는 실로 대단했다. 이른바 서초구, 강남구, 송파구 등 소위 강남 3구는 모두 30% 이상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자치구별로는 12만6천296명이 투표한 서초구가 36.2%로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고 강남구는 35.4%(16만3천509명), 송파구가 30.6%의 투표율로 그 뒤를 이었다.

반면 금천구는 20.2%(4만729명)로 가장 낮은 투표율을 보였고 관악구도 20.3%에 그쳤다.

당초 오 시장이 개표요건인 투표율 33.3%를 넘기려면 서울시 총 유권자 838만7278명 중 279만5천760명의 투표 참여가 필요했다. 하지만 이날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는 215만7천744표에 그쳤다. 지난해 자신이 지방선거 때 얻은 208만여표 보다 높았지만 투표율 개함에는 실패했다.

어쨌든 오 시장은 소위 '강남 시장'이란 말 답게 이 지역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입증했지만 서울 시민의 민심을 얻지는 못한 셈이었다.

◆'식물 시장' 명예롭게 퇴진?…당과 마찰 빚을 수도

주민투표는 끝이 났지만 오 시장의 사퇴 문제는 정국의 뇌관으로 떠 올랐다. 문제는 오 시장의 '시장직 사퇴' 시기다. 오 시장의 사퇴 시점이 중요해진 것은 보궐선거 때문이다.

오 시장이 9월 30일 안에 사퇴를 할 경우 10월 26일에 치러질 보궐선거에 서울시장 선거도 포함된다. 하지만 10월 1일 이후에 사퇴할 경우에는 내년 4월 11일 국회의원 선거와 맞물려 함께 치러진다.

시점에 따라 정치적인 스탠스가 달라지기 때문에 여권은 이 문제를 놓고 고민 중이다. 주민투표 무산 이후 오세훈 시장의 즉각적인 거취 표명은 없었다. 다만 서울시 대변인이 하루 이틀쯤 후에 사퇴와 관련된 사안을 밝히겠다고 언급했다.

주민투표가 무산된 마당에 오 시장 입장에서는 당장 사퇴를 선언하고 명예롭게 물러나기를 바랄 것이다. 하지만 사퇴시기와 관련 오 시장 개인의 결단은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주민투표 무산으로 모든 것을 걸었던 오 시장이 이미 식물 시장으로 전락한 만큼 당 차원의 결정에서 따를 수 밖에 없지 않느냐는 게 안팎의 전망이다.

특히 주민투표와 시장직 연계에 우려를 표명했던 한나라당 친박계의 목소리가 더 커지면서 당 차원의 전략에 따라 오 시장의 사퇴시기도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악화된 민심을 수습한 이후 내년 총선 시기에 서울시장 선거를 치르는 것이 낫다는 지도부의 의견이 우세해 시장 사퇴 시기가 장기화되고 서울 시정에 난맥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명예(?)롭게 퇴진하고 싶은 오 시장과 한나라당의 대립이 또 한차례 심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정진호기자 jhjung@joynews24.com 사진 김현철기자 fluxus19@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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