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리 기자] 트위터, 페이스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대표주자로 불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SNS가 사회적으로 큰 영향력을 미치며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올랐다. 국내에서도 지난해부터 시작된 스마트폰 대중화로 트위터, 페이스북 이용자가 급증했다. 하지만 국내 이용자들에게는 이들 서비스가 왠지 낯설지 않다. 왜일까? 이미 10여 년 전부터 국내에서는 PC통신 동호회를 시작으로 아이러브스쿨, 다모임, 싸이월드 등 SNS의 명맥은 꾸준히 유지돼왔기 때문이다.
SNS는 쉽게 말하자면 온라인 인맥구축 서비스다. 사람들이 다른 이들과 서로 의사소통을 하고 정보를 공유하면서 인맥을 넓혀간다.
현재 페이스북, 트위터로 대변되는 SNS의 진원지는 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의 SNS 사업자들은 창업 과정에서 아이러브스쿨의 사회관계망 서비스와 싸이월드의 도토리라는 수익모델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9년 처음 등장한 아이러브스쿨은 추억을 되새기며 잊었던 초등학교, 중학교 동창들을 온라인에서 만날 수 있게 해줬다. 2000년대 중반에는 일촌 맺기 개념을 도입, 싸이월드가 큰 인기를 끌며 전국의 2천500만 명이 ‘싸이질’에 매달렸다.
지난 10년 간 흥망성쇠를 거듭하며 꾸준히 명맥을 지켜온 이들 토종 SNS는 해외 서비스로부터 역공을 받고 있다. 심지어 왜 페이스북과 트위터 같은 글로벌 SNS로 발전시키지 못했냐는 비난도 받고 있다. 이들이 글로벌화에 뒤쳐진 이유는 무엇일까. 정말로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공격에 당하고만 있는 것이 사실일까?

국내 SNS 흥망성쇠의 역사
우리나라는 PC통신 시절부터 온라인 서비스가 커뮤니티 중심으로 발전했다. 원조는 1988년에 시작된 국내 최초의 온라인 서비스인 케텔이다. 여기서 지금은 일반화 된 정모, 번개라는 단어들이 생겨났다.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이 모인 동호회 정기 채팅은 채팅문화 활성화에 큰 기여를 했다. 이후 하이텔을 통해 PC통신 동호회가 대중화됐고 모뎀에서 ISDN, 광랜 시대로 넘어가면서 WWW(World Wide Web)이 등장했다.
이 시기에 ‘다음’이 생겨났고 사람들은 PC통신 동호회에서 다음 카페로 이동, 커뮤니티를 형성했다.
다음이 카페로 커뮤니티의 대명사가 됐을 때 ‘프리챌’이 나타났다. 프리챌은 당시 1천만 명의 회원과 100만개 커뮤니티를 보유하며 다음 카페와 함께 인터넷 커뮤니티 시장의 양대산맥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2002년 프리챌이 섣부른 판단으로 유료화를 시작하면서 대다수 이용자들은 대거 탈퇴했고 ‘싸이월드’와 ‘아이러브스쿨’ 등으로 둥지를 옮겼다.
기존의 커뮤니티가 ‘단체’라는 개념으로 성장했다면 아이러브스쿨과 싸이월드는 이용자 자신이 중심이 돼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넓혀나가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었다. 이 시점에서 ‘관계’를 강조한 SNS가 태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이러브스쿨은 온오프라인 동창회 열풍을 몰고 오며 2년여 만에 회원 1천만 명을 모았다. 하지만 당시 벤처 열풍을 타고 벌어졌던 머니 게임에 휩쓸려 한 순간에 무너졌다. 당시 아이러브스쿨의 대주주는 창업자의 지분을 넘겨받고 대금은 지불하지 않았다. 이후 해외로 도피하며 아이러브스쿨은 더 이상 인터넷세상의 흐름을 쫓아가지 못하고 재기불능의 상태가 돼버렸다.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것은 싸이월드다. 싸이월드는 1999년 인맥 기반의 커뮤니티로 선보인 후 2003년 SK커뮤니케이션즈에 합병되면서 크게 성장했다. 한 때 싸이월드 역시 비즈니스 모델의 부재로 서버 용량 증설 및 서비스 질 개선의 한계와 재무 상황 악화로 고사위기에 처한 적이 있었다. 사원들의 월급도 제 때 지급하지 못해 핵심 인력들이 떠나가자 이동형 싸이월드 창업자는 고육지책으로 포털에 매각을 결심하게 된 것이다. 싸이월드를 인수한 SK컴즈는 네이트와 연계한 다양한 서비스를 출시하며 싸이월드 활성화에 노력했고 수익모델도 확보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싸이월드의 뒤를 이어 네이버의 미투데이, 다음의 요즘 등 2세대 SNS가 쏟아지고 있다.
싸이월드는 왜 페이스북처럼 못하나
싸이월드는 페이스북보다 5년이나 먼저 서비스됐지만 후발주자에 밀리는 형국이다.
대한민국 국민 절반 이상이 회원으로 가입해있는 싸이월드는 국민 SNS로 승승장구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소위 ‘듣보잡’인 것이다.
국내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글로벌 SNS들이 국내 시장에 본격 진출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로 옮겨가는 이들이 늘면서 미니홈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멀어져 갔다. 페이스북은 현재 전 세계 7억명이 이용하는 글로벌 SNS로 성장했다. 가입자의 70%가 미국 외 지역 거주자이며, 70개 이상의 언어로 서비스되고 있다. 트위터 역시 전 세계 2억명의 가입자를 확보했으며 국내에서도 400만명을 넘어섰다.
SNS의 원조라고 불리는 싸이월드가 뒤처진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글로벌 전략의 실패라고 지적한다.
싸이월드는 페이스북이 나타나기도 전에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도모했다. 하지만 2005년 이후 계속된 해외진출 시도는 연이어 실패했다. 미국·독일·일본·중국·대만·베트남 등 6개국에 진출했지만 성과를 보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에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현지화 전략이 실패의 주요 원인이었다”며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는 하나의 플랫폼에서 전 세계에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싸이월드는 그 나라에만 한정된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는 전 세계 어느 누구와 교류할 수 있는데 반해 싸이월드는 해당 지역의 친구하고만 일촌을 맺게 한 전략이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것.
또한 국내 SNS와 해외 SNS의 방향성이 다르다는 점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싸이월드는 오프라인의 지인을 위주로 다시 온라인에서 만나 친목을 도모하는데 중점을 둔 서비스다. 반면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새로운 사람으로부터 정보를 얻고 공유하기 위한 서비스로, 이용자들의 목적이 다르다. 예컨대 친구 중심의 싸이월드와는 달리 트위터, 페이스북에서는 정치인, 연예인, 기업의 회장 등과도 스스럼없이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다가온 것.
이런 상황에서 싸이월드가 해외 시장에 재도전한다. SK컴즈는 올 하반기 페이스북과 트위터처럼 전 세계 인터넷 이용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글로벌 플랫폼을 내놓을 예정이다. 또한 싸이월드의 폐쇄성이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보이고 있다.
주형철 SK컴즈 대표는 “사용자들은 다양한 오퍼링을 필요로 할 것”이라며 “글로벌 싸이월드에 상당한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SNS의 반격
싸이월드 뿐 아니라 미투데이, 요즘 등 토종 SNS도 반격을 꾀하고 있다. 지난해 트위터, 페이스북이 들어오면서 이용자들의 관심을 끌었지만 최근에는 변화의 흐름이 보이고 있다.
트위터, 페이스북은 올해 들어 방문자수가 정체되고 있다. 초기에는 돌풍을 일으켰지만 더 이상 확대되지 않고 마니아층에 한정되고 있는 모양새다. 반면 미투데이, 요즘 등의 방문자 수는 크게 늘었다. 싸이월드 역시 하락세가 주춤하다.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달 NHN의 미투데이 방문자수는 623만명으로 나타났다. 페이스북 882만명, 트위터 788만명에 비하면 격차가 있지만 지난 3월 353만명에 비해 2배 가량 늘어난 것. 다음의 요즘 역시 지난해 12월 77만명 수준에서 지난달 315만명까지 증가했다.
반면 트위터, 페이스북의 월 방문자 수는 최근 6개월 간 600만~800만명에 머무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포털들이 자사 서비스와 연계해 SNS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며 “페이스북, 트위터 등 지나친 개방에 거부감을 가진 이용자들의 귀환도 한몫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리 기자 miracl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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