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성기자] "이리로 오게 해 봐요!" 어린 기환이는 또로롱 노랫소리를 내며 돌아다니는 로봇에서 눈을 뗄 줄 모른다.
어린이용 로봇 '키봇'이 서울 연희동의 한 유치원을 찾았다. 이곳에 재학중인 이기환(6세, 연희동 거주) 어린이는 처음 보는 로봇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흥미를 보였다.
KT가 출시한 유아용 '키봇'은 강아지만한 크기에 동글동글한 원숭이 모양으로 제작된 교육용 '스마트'한 로봇이다.
키봇은 ▲스스로 움직이고 장애물을 회피하는 자율주행 기능 ▲RFID(무선인식 전자태그) 기술을 활용한 통화기능 및 책 읽어주는 기능 ▲와이파이를 활용한 영상통화, 원격 감시기능 등 복합적 IT기술이 적용된 제품이다.

키봇을 직접 만난 기환이는 키봇 안에 내장돼 있는 콘텐츠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터치스크린으로 돼 있는 키봇 앞쪽의 패널을 누르면 '뽁뽁' 하는 소리와 함께 동요, 동화, 애니메이션, 어린이 색칠공부, 퀴즈, 영어 학습 등 다양한 콘텐츠가 실행되는데 기환이는 이 콘텐츠들을 하나하나 열어보며 금새 키봇에 빠져들었다.
키봇이 노래를 부르면 기환이는 들썩들썩 어깨춤을 추다가 "어흥하고 큰 소리로 우는 동물의 왕은 누구게?" 하고 퀴즈를 내면 혼자 "곰!"하고 외치며 답을 말한다.
답은 호랑이인데 기환이가 자꾸 곰을 누르니까 키봇도 정답을 유도하기 위해 "다시한번 잘 들어봐~"하며 더 쉬운 질문으로 유도해간다.
기환이가 RFID 칩이 내장된 호랑이 카드를 키봇에게 내밀자, 자동으로 칩을 인식한 키봇은 정답을 맞춘 기환이에게 "정답이야!"라며 신이 난 기환이와 함께 춤을 추고 돌아다닌다.
실제로 키봇에는 명작·영어·창작으로 이루어진 동화 콘텐츠와 한글·영어·학습·율동으로 이루어진 동요 등 어린이들이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내용이 담겨있다. 키봇을 제작한 KT는 추후 고객반응에 따라 유아교육 업체들과의 제휴를 통해 보다 전문적인 콘텐츠를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기환이보다 좀 더 활동적인 석준이(노석준, 7세, 연희동 거주)는 뱅글뱅글 돌아다니는 키봇의 자율 주행기능에 관심이 높다.
머리를 누르면 주행하고 다시 누르면 멈추는 기능을 금새 파악하고는 이모저모로 키를 눌러본다.
키봇은 감지센서를 통해 장애물이 있을 경우 자동으로 방향을 전환할 수 있어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친구가 될 수 있다. 또 키봇의 턱 밑과 발 밑에는 낙하방지 센서가 있어, 테이블 위나 높은 곳에 올려두고 돌아다니게 해도 스스로 떨어지지 않는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다.
키봇의 옆구리를 쓰다듬으면 "간지러워~ 그만해~", "아이 기분좋아"하며 반응을 하는데, 석준이는 이 기능이 영 재미있는 모양이다. 석준이가 엉덩이를 만지자 "뿡 뿌붕~"하고 그만 키봇이 방귀를 뀌어댔다. 석준이는 본인이 더 쑥쓰러운지 싱긋 웃고 만다.
KT 측은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기 전 두뇌발달과 오감발달을 위한 방법을 찾고 있던 부모들은 와이파이를 통해 매월 업데이트 되는 콘텐츠를 이용해 가장 큰 고민인 취학 전 교육을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영상통화 카메라를 통한 사진 촬영이 가능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해 재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족 사진이 붙은 RFID 통화카드를 통해 번호를 누르지 않아도 바로 영상통화 연결이 가능해 영유아도 손쉽게 엄마 아빠에게 전화를 걸거나 받을 수 있다.
사전에 아빠, 엄마로 등록한 휴대폰은 '키봇'을 원격으로 조종해 집안 내부를 영상으로 볼 수 있어 자녀의 안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KT 관계자는 "아이들은 항상 옆에 두고, 만지고, 같이 놀 수 있는 친구를 필요로 하는데, 끊임없이 반응하는 키봇은 아이들에게 질리지 않는 즐거움을 준다"며 "또한 떨어져 사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은 손자를 자주보기 원하는데 영상통화기능을 통해 키봇이 서로의 마음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KT와 아이리버가 공동 개발한 키봇 가격은 49만원선으로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휴대폰처럼 KT 요금상품으로 이용할 수 있다. 향후 통신사들도 지금보다 더 기능적이고 비용이 적게드는 제품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들의 '친구'라는 콘셉트로 다정하게 말을 건네고 반응하는 키봇의 기능은 칭찬할만 하지만, 아이들의 부모님과 선생님은 따끔한 지적도 잊지 않는다.
이 유치원 교사 이 모(30)씨는 이 날 아이들이 키봇과 함께 노는 모습을 보고 "아이들의 관심을 끌만한 제품인데다 엄마와 통화 기능이 있어서 흥미롭다. 특히 아이들 교육에 재미를 더 할 수 있다는 점이 눈길이 간다"면서도 "하지만 키봇이 '놀아줘~'라거나 '배고파 밥줘~'라며 아이들과 반말로 대화하는 부분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교육 로봇을 표방한 이상 기왕이면 존댓말로 키봇이 말을 하는 기능이 있다면 아이들이 존댓말도 금방 따라하고 예의를 익히는데 유리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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