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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갈대] 송일곤의 "꽃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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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죽은 네 나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

따르코프스키의 [희생]에서 고사(枯死)한 나무에 물을 주는 수도사 이야기가 나옵니다. 기독교적인 맥락에서 말라죽은 나무는 하나님이 처음부터 인간들에게 심어준 씨앗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말라죽은 나무는 어떻게 다시 살아나 무성한 잎을 드리우고 열매를 맺어 또 다른 씨앗을 뿌릴 수 있을까요? 수도사는 죽은 나무를 살리기 위해 아무런 기약도 없는 상태에서 계속 물을 줍니다. 바로 그것이죠. '너는 어떤 기약 없이도 자신을 죽이고 무한한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느냐'란 문제입니다.

이 영화에서도 이와 유사한 메타포가 나옵니다. 설암에 걸린 가수가 남겨두고 온 새싹이 돋은 화초들이다. 이 새싹들은 그녀(가수)가 서원했던 바를 통해 얻었던 노래하는 재능(gift-성취된 것이 아니라 부여된 것이다)을 의미할 겁니다.

그 새싹들은 그녀가 서원했던 대로 상처 받은 사람들을 위한 재능이어야 했으나 그녀의 교만에 의해 좌절되었습니다. 자신의 교만에 의해 새싹을 키워낸 비옥한 토양은 거친 땅으로 변해버렸고 결국 설암에 걸린 것이죠. 그녀는 죄를 지었고 이를 속죄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녀는 속죄하기보다는 자살을 택합니다. 역시 이기적인 선택, 즉 교만의 표현입니다.

"꽃섬"의 기독교적 특성

한 번 지은 죄(그것은 원죄다)는 현세 내에서 소거될 수 없습니다. 이 점이 이 영화의 기독교적 특성을 극명하게 드러내 보이는 듯 합니다. 죄의 소거는 오직 들림(혹은 구원, 신의 부름)을 통해서만 가능하며 영화는 이 공식을 시종일관 지켜냅니다. '꽃섬'의 존재를 회의하던 여가수가 나머지 두 여자의 믿음에 의지해 꽃섬을 향해 떠나는 여정은 여가수의 [쇼생크탈출]식의 고난극복의 여정이 아니라 죄 사함과 구원의 여정으로 철저하게 말세적이고 피안적입니다.

'꽃섬'은 그런 들림을 위한 제단(祭壇) 역할을 합니다. 최면심리상담을 해 주는 여자는 사제가 되고 이 여자를 통해 암에 걸린 가수가 토해내는 것은 고해성사가 되며 크레인을 실은 바지선은 성소(聖所)가 됩니다. 바지선으로 가는 길목에 세워진 철골구조로 된 입구는 교회의 메타포에 다름이 아니죠.

그리고 죽음의 이미지 또한 빠질 수 없는데 미친 아내에게 불의의 습격을 당한 알콜중독환자의 난자된 시신을 담은 관은 결국 관객에게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 혹은 너도 죽는다!)"하고 외치는 격이 됩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영화가 추구하는 이상(교만과 자의식의 부정)과는 반대로 지나치게 자의식적이고 뻔하게 도식적인 듯 합니다. 영화는 그런 도식성을 일상성으로 은폐 시키려고 아둥바둥 시도하고 있지만 그리 성공한 것 같지 않습니다.

제가 보기에 영화는 계시성을 지향하는 듯 보입니다. 가장 강한 계시성은 일상 속에 알게 모르게 묻어 나올 때 가장 강력한 법이라는 점을 상기하게 되는군요. 그러나 [꽃섬]은 너무 노골적입니다. 이것이 이 영화의 치명적인 약점인 듯 합니다.

"고양이를 부탁해"와의 비교

얼마 전 개봉한 정재은의 [고양이를 부탁해]와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합니다. 아주 유사한 소재와 구조를 지니고 있는 이 두 영화는 그 지향성에 있어서는 완전히 상반됩니다. 우선 유사성부터 살펴보죠.

이야기의 주축으로 세 여자가 등장한다는 점과 세 여자 중 한 여자의 행보가 극구조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도 유사하죠. [고양이...]에서는 지영이가, [꽃섬]에서는 설암걸린 가수가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이 둘은 모두 암울한 상황에서 길을 잃고 허우적대다가 나머지 두 여자들을 통해 어떤 길을 찾으며 이 찾음의 여정이 이 두 영화의 주축을 구성합니다.

그렇지만 또한 이 두 영화는 극명하게 상반되기도 합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꽃섬]이 수직적이고 지향적이라면 [고양이..]가 수평적이고 확장적입니다.

이런 특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이미지가 "배"인데 이 두 영화는 이 이미지가 사용되는 방식에서 차이를 보여줍니다. [꽃섬]에서 배는 크레인에 매달려 하늘로 올라갑니다. [고양이..]에서 배는 태희를 태운 채 어딘 가로 그저 유유히 흘러갑니다. 또한 공간적으로 꽃섬은 지상 '너머'의 세계에 가깝고, [고양이...]의 공간은 지상 위의 항구(인천)입니다. 항구는 [고양이...]의 등장 인물들은 자신들이 속박당한 세계를 '넘어'서고자 하는 의지의 표상입니다. [꽃섬]은 '너머'를 [고양이...]는 '넘어'를 추구하지요. 그런 점에서 [꽃섬]은 종교적이고 [고양이...]는 초인적인 지향을 보여줍니다.

어느 영화가 더 좋습니까? 그건 관객 여러분의 몫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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