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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과전이하(瓜田李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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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와 내외하던 공정위, TF까지 꾸린 것은 과욕

'독점거래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은 1975년 '물가안정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물가안정법)에서 시작됐다.

물가안정법 체제에서는 정부가 공정거래보다는 물가안정에만 집중하다보니 발전하는 시장경제의 흐름과 맞지 않는다고 보고, 1980년 공정거래 내용만을 담은 경쟁법을 별도로 만든 것이다.

시장경제 질서의 감시자가 물가안정까지 신경쓰기는 어렵다는 것을 이미 30년 전 체득한 셈이다.

그런데 이러한 배경에서 태어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올해 들어서 돌연 '물가 관리 기관'으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물가가 불안해 보이는 품목과 산업을 상시적으로 들여다보는 이른바 물가안정TF를 사무처장 직속 조직으로 만들고 이를 위원장이 관리한다는 복안을 내놨다.

사실 대놓고 '관리'하겠다고는 했지만, 물가안정TF가 하겠다는 일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가격인상을 유발하는 답함이나 재판매가격 유지행위를 시정하고 경쟁제한적 시장행태를 개선하는 것 등 기존 업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공정거래법상 물가인상을 직접적으로 통제할 만한 정책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위원장의 진두지휘하에 동반 성장과 물가안정이라는 핵심과제에 조직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 국가적 과제 달성에 전념하겠다"(7일자 보도자료 중)고 공언하는 공정위의 모습은 신임 위원장이 덕수상고와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의 MB라인이라는 사실과 겹쳐지면서 어딘지 어색하다.

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 오이밭에서는 신을 고쳐 신지 말고 오얏 나무 아래에서는 갓을 고쳐 매지 말라)이라 했다. 본래의 취지가 의심받을 만한 행동은 하지 않는 게 좋다는 뜻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물가 감시는 하지만, 물가 안정 자체가 우리의 역할은 아니다'는 입장이었는데, 대통령이 물가와의 전쟁을 선언하자 그 타이밍에 맞춰 공정위가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선회한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공정위의 갈지자 행보에 대해 안팎에서 이를 우려하는 쓴소리도 나온다.

2005년 공정위 사무처장을 지낸 허선 법무법인 화우 선임컨설턴트는 6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공정위의 주 임무는 경쟁촉진이지 물가안정이 아니다"며 "물가 관리에 예산과 인력을 집중하다보면 기본 업무에 소홀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도 이날 성명을 내고 "금리와 환율은 묶어놓은 상태에서 공정위를 동원해 직접 가격을 통제하는 방식은 단기적으로는 성과를 낼지 몰라도 인플레 압력을 잠복시켜 더 큰 가격상승으로 폭발하게 만들 것"이라며 "위원장이 고유 업무는 부위원장에게 내팽개치고 대통령의 관심사인 물가관리만을 챙기겠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과잉충성"이라고 꼬집었다.

물가안정이 국가적 과제로 대두된 만큼, 소비자 정책을 맡고 있는 공정위도 어느 정도는 책임이 있다. 신임 위원장이 재정경제부 시절 물가 쪽을 주로 맡았던 만큼, 전공을 발휘하고픈 욕심도 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공정위가 물가안정에 발벗고 나서는 것에 대해 혼란스러운 시선이 많은 상황에서, 위원장이 취임하자마자 '물가기관이라는 공정위 역할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직원을 색출하겠다'는 강경발언까지 하고 나선 것은 '과욕'이 아닌지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공정위가 괜히 '국가적 과제 실현을 위한 부처간 충성 경쟁에 경도된 나머지 기업들 팔 비틀기에나 치중한다'는 비난을 듣지 않길 바란다.

공정위는 말그대로 공정한 경쟁을 촉진시켜 시장 전체의 후생을 극대화하기 위해 존재하는 조직임을 잊지 말아야 할 때다.

김지연기자 hiim29@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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