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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직업]'야동 보는 남자' '취객 상대하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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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야한 동영상만 보는 유해 정보 심의 직원이 있다. 그런가 하면 인터넷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업무를 보고 있지만 취객의 인생 상담에 귀를 기울이는 상담원도 있다. 스마트폰, 태블릿PC 열풍이 불면서 매일 액정 보호필름만 부착하며 살아가는 기술자도 있다.

IT업계에는 이처럼 이색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아이뉴스24는 연말을 맞아 특이한 일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봤다.

◆'야동 보는 남자' 방통심의위 이용배 차장

지난 8년간 매일 100여편의 야한 동영상(야동)을 '합법적(?)'으로 봐온 남자가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유해정보심의팀 이용배 차장이 바로 그 주 인공. 이 차장은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에서 유통되는 음란, 선정성 정보를 수집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방통심의위에 입사한 첫날 여자 선배가 커다란 모니터 한가득 음란물을 틀어놓고 손으로 가리키며 일을 가르쳐줬습니다. 얼마나 당혹스러웠는지 그때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납니다. 그땐 총각이었고 그렇게 공개된 장소에서 음란물을 본다는 게 적응이 안됐죠."

올해 8년차인 그는 유해 정보 수집의 '달인'으로 손꼽힌다. 8년전 까지만 해도 '음란물을 보는 직업'이 있을지 꿈에도 몰랐다는 그는 이제 1시간 30분짜리 동영상 100여편을 하루에 심의할 정도로 배테랑이다.

"친구들은 제 직업을 굉장히 부러워합니다. '좋은 거 없냐'고 묻기도 하죠. 주위 사람 대부분이 제가 무슨 일을 하는지 정확히 모르고 부러워 하지만 고충이 많은 직업입니다."

그는 가족들을 생각하며 이 일에 매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입사 초기, 힘들고 적응이 안될 때 주위에서 그만두란 충고도 많았지만 생각을 바꿨다는 것이다.

"지금은 결혼해서 아이가 있습니다. 이 아이가 커서 학교를 다니면 음란물을 접할 수 있겠죠. 제가 그런 유해 콘텐츠를 차단해서 제 자식한테 조금이나마 건전한 인터넷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길 바랍니다."

그는 최근 청소년 접근이 가능한 유흥업소 홍보 사이트를 걸러내는 작업에 여념이 없다. 최근 전국적 건수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청소년이 손쉽게 볼 수 있게끔 성인인증장치가 없는 사이트를 적극 규제합니다. 제 심신이 힘들더라도 아이들의 인격 성장과 건전한 가치관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살아야죠."

◆'새벽 1시, 인생 상담 해주는 여자' KISA 118센터 소가연 주임 연구원

"새벽 1시가 넘어가면 가끔 취객분들이 전화를 하세요. 본의 아니게 저보다 연배 높으신 분들의 인생상담을 해 드릴때도 있어요. 그래도 뿌듯한 건 다른 곳도 아닌 118센터로 전화 주신다는 거예요. 그만큼 저희 센터에 애정이 있다는 거 아니겠어요?"

118센터는 해킹, 바이러스, 불법 스팸, 개인정보침해 등 인터넷 사용 중 겪는 불편한 점을 상담해주는 곳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118센터가 업무를 시작한 건 작년 1월 18일 오전 11시 8분. '118'이라는 숫자에 초점을 맞춘 것이 눈에 보인다.

이곳의 소가연 주임 연구원은 118센터의 베테랑 상담원이다. 센터가 처음 문을 열 때부터 지금까지 상담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전화 거시는 분은 남녀노소 구분할 것 없이 다양한 연령층입니다. 게임계정을 해킹당했다며 전화하는 어린아이부터 인터넷을 처음 접한 노년층 까지 다양하죠. 연령층도 다양하지만 상담내용도 다양해요."

118센터는 주간 17명, 야간 2명의 상담원이 24시간 업무에 임한다. 하루 접수되는 평균 상담건수는 1천300건 정도. 수치상으로 하루에 상담사 한명 당 7∼80여건의 상담을 하는 셈이다. 소 연구원은 지금까지 했던 수많은 상담 중 한 할아버지와의 통화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어떤 할아버지께서 전화를 하셨어요. 인터넷을 하다가 좋은 글귀가 새겨져 있는 그림파일을 발견했다고 하시면서 아들에게 메일로 파일을 보내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시겠다는 거였죠."

할아버지와 같은 메일 페이지를 열어놓고 자세히 설명해드리다 보니 상담시간은 30분이 훌쩍 넘었다. 짜증이 날 법도 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소 연구원은 말했다.

"상담이 끝나고 나니 연신 고맙다고 하시면서 복받을 거라는 덕담도 해주셨어요. 긴 시간 통화에 조금 지쳤었지만 그런 말씀 하나가 피로를 싹 달아나게 했죠. 이런게 118센터 상담원으로써 느끼는 보람이 아닐까요?"

◆'액정보호필름전문부착사(?)' 에스토핑 장연기 씨

하루 종일 다른 사람의 휴대폰만 쳐다보는 직업이 있다.

서울 종로구 SGP 종로부착점 '에스토핑'의 장연기 씨. 그는 스마트폰 관련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스마트폰 케이스 같은 액세서리를 판매하기도 하지만 업무 시간에 주로 하는 일은 전자기기의 액정화면에 스크린을 보호해주는 필름을 붙이는 것이다. 이 직업에 굳이 이름을 붙인다면 액정보호필름전문부착사(?)라 할까.

"요즘에는 아이폰4, 갤럭시S, 아이패드, 갤럭시탭이 효자 품목 4총사입니다. 아이폰4가 처음 국내에 출시됐을 당시에는 하루종일 아이폰 액정만 뚫어져라 쳐다보며 일한 적도 있었죠."

지난 5년 동안 그는 MP3플레이어, 전자사전, 노트북에서 스마트폰, 테블릿PC까지 수많은 전자기기들을 다뤄왔다. 그의 삶은 우리나라 IT산업의 발전과 궤를 같이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기에는 쉬워 보이지만 사실 제대로 하려면 굉장히 어렵습니다. 평균적으로 일을 손에 익히는데 약 3개월이 걸릴 정도니까요. 저처럼 오래 한 사람이라도 신제품이 나왔을 때는 굉장히 조심스러울 정도입니다."

과정은 은근히 까다롭다. 처음에는 제품의 액정을 LCD 클리너를 묻힌 후 융으로 깨끗하게 닦아낸다. 그 다음에는 스카치테이프로 남아 있는 먼지를 일일이 떼어낸다. 이때 지문이 액정에 묻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어 액정보호필름을 모서리부터 평행을 맞추며 서서히 부착한다. 먼지가 끼었거나 기포가 발생했다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처음에는 만원이 넘는 액정필름 가격에 손님들이 손사래를 쳤어요. 그래도 최근에는 스마트폰 덕분에 장사가 잘돼 지난 9월에는 매장을 확장 이전했습니다. 운이 좋았는지 바로 옆에 애니콜 서비스센터가 있더라고요."

취재 도중에도 중·고등학생은 물론 40-50대 직장인까지 저마다 자신의 휴대폰을 들고 매장을 찾고 있었다.

"스마트폰의 대중화가 관련 시장을 키우는데 한몫을 든든히 하고 있습니다. 또 스마트폰의 가격이 만만치 않다 보니 사람들이 제품을 보호하는데 돈을 아끼지 않는 추세이기도 하고요. 내년부터는 태블릿PC도 큰 인기를 끌게 될 것 같은데 그럼 저는 더 바빠지겠죠?"

/김병주·김현주·박웅서기자 kbj021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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