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냥 예쁘다는 이유만으로도 지갑을 열고 싶게하는 애플 노트북 '맥북에어'지만 외모만큼이나 속은 꽉 찼을까?
최근 휴대성이 더 강화된 11인치 모델이 출시됐다. 1.06kg 무게에 두께는 0.3cm~1.7cm로 웬만한 태블릿이나 스마트폰만큼 얇다. 얇은 대신 유선 랜포트는 없어 와이파이나 테더링으로 인터넷을 해야 한다.
특유의 알루미늄 유니바디에 은은한 사과 로고 불빛. 세련되고 날씬한 외모는 정평이 나있어 길게 설명 않겠다. 과장 안보태고 가방에서 꺼내는 순간 시선받는다.
예쁜 디자인 얘기 빼고 기능성 제품으로서의 맥북에어는 어떨까. 129만원으로 몸값까지 낮춘 11인치 맥북에어 신제품을 체험해봤다.

◆켜는데 15초, 끄는데 5초
지인 20여명에게 제품을 간단하게 시연해봤더니 대체로 가방에서 꺼내는 순간, 전원을 켤때…전원을 끌때…그리고 네손가락 멀티터치 기능에서 좋은 반응을 보인다.
윈도7 노트북의 부팅시간은 전원 버튼을 누르는 순간부터 약 35~40초가량이다. 맥북에어 신제품 부팅시간을 직접 재보니 15초다. 전원을 끌땐 곧 다들 "뭐야 꺼졌어?"라고 한마디한다. '시스템 종료' 클릭 후 고개 한번 돌리면 이미 꺼져있기 때문. 시간을 재보니 5초가 소요된다.
단 부팅 시간은 제품을 오래 사용하다 보면 점점 느려짐을 감안해야 한다. 기자는 사용한지 1년이 넘은 구모델 맥북에어를 쓰고 있는데 부팅시간이 25초가량이다. 종료시간의 경우 여전히 5~6초로 빠르다.


이 제품엔 인텔 코어2듀오 중앙처리장치(CPU)와 엔비디아 지포스 320M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탑재됐는데 신형도 아니며 중사양 정도다. 그럼에도 최고사양 부품을 장착한 윈도 노트북보다 부팅 속도가 빠른 것은 운용체계 등 소프트웨어 성능의 공이다. 물론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HDD) 대신 장착된 저장장치인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의 공도 있다.
키보드 밑 트랙패드엔 멀티터치가 적용됐다. 두손가락으로 아이폰에 하듯 사진 등의 화면을 쉽게 늘리고 줄인다. 두손가락을 위아래로 내리고 올리면 스크롤바가 된다. 가장 좋은 반응을 얻은 멀티터치 기능은 4손가락 터치다. 4손가락을 트랙패드에 대고 아래로 내리면 현재 띄운 작업창들이 작은 크기로 한 화면에 모두 표시되고 손가락을 위로 올리면 모든 창들을 스크린 위로 치울 수 있다.
◆그래픽 기반 '정리의 기술'
작업을 하다보면 이창 저창 띄우게 되고 여기 저기 방문하게 된다. 그래서 작업하던 창을 잃어버리고 아까 갔던 사이트를 다시가야 되는데 기억 안나 엉켜버리는 경우가 많다. '정리'가 필요해진다. 이 제품은 이럴 때 창을 찾기 쉽다. 방문한 사이트들이나 작업창들을 그래픽 기반으로 찾을 수 있어 직관적이다.

현재 작업창을 모두 축소해서 표시해주는 4손가락 멀티터치 기능은 이럴때 유용하다. 윈도7의 '에어로' 기능과 개념은 유사하다. 윈도7의 경우 화면 아래쪽에 위치한 작업줄에 커서를 대면 작업창들이 작게 표시되는데 맥의 경우 전체 화면에 가득 표시돼 그래픽 인터페이스가 쉬운 편이다.
웹브라우저는 '사파리' 최신버전이 탑재돼있는데, 새로운 탭을 띄우면 자주 방문하는 사이트들이 축소판으로 12개가 뜬다. 그림 보고 고르면 되니 사이트 주소를 잊어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다시 가야할 사이트가 기억이 안날때 유용한 또다른 방법은 '방문 기록'을 보면된다. 인터넷창 좌상단에 책모양 아이콘을 클릭하면 며칠간 방문한 사이트들이 쭉 나열되는데, 실제 사이트 화면들을 넘겨가면서 기록을 볼 수 있다.
그 외 사파리 최신버전의 '읽기도구' 기능은 기사 등을 볼때 어지러운 광고를 정리하고 텍스트만 제공해줘 읽기 수월하다. '확장' 기능을 통해 맥북에 필요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들을 취향에 맞게 다운로드 해 기능을 늘릴 수 있다.
◆영상 편집 탁월…누구나 감독·PD로
일반인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맥북의 숨은 매력 중 하나는 누구나 쉽게 전문가 못지 않은 영상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맥북에 기본탑재된 소프트웨어 '아이라이프' 덕분이다. 맥북에어에는 새롭게 업데이트된 '아이라이프11'이 기본 탑재된다.
아이라이프 중 사진 관리 프로그램인 아이포토는 얼굴 인식 기능과 슬라이드쇼 기능 등이 더 향상됐다. 아이폰을 맥북에어에 연결하고 아이포토를 실행시켰다. '현주의 아이폰'-'모두 가져오기' 메뉴를 클릭하니 아이폰에 저장된 수백장의 사진들이 얼굴·날짜·장소별로 자동으로 분류된다. 소요시간은 5분~10분정도다.

얼굴별 분류 메뉴에 가보니 얼굴 하나하나가 뜨고 이름을 입력하라 나온다. 이름을 한번 입력해 두면 같은 인물이 나올 때 얼굴 인식 기능이 "그 사람이 맞냐"고 물어본다.
전체 화면으로 사진 슬라이드쇼를 볼 수 있다. 구글 지도가 나오고 장소별로 사진이 지도 위에 뜬다. 이같은 슬라이드쇼 프레임이 12개 있다. CD로 만들 수도 있고 SNS로 공유할 수도 있다.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인 아이무비는 기존 버전도 누구나 웬만한 독립영화 한편은 만들 수 있겠다 싶었는데, 새 버전에 재밌는 기능들이 추가됐다. 사람 목소리를 괴물이나 기계음처럼 바꿀 수 있는 음성변조 기능, 영화 예고편같은 영상을 제작할 수 있는 기능 등이 새로 생겼다.

◆아이폰·아이패드 닮았지만 차이점은…
스티브 잡스 애플 CEO가 맥북에어 지난 달 신제품을 소개하며 아이폰과 아이패드 기능을 품었다고 강조했을 때 "그럼 제품간 차별력이 흐려지는 게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실제로 맥북에어 신제품은 아이폰용 영상통화 기능인 페이스타임 탑재가 가능하고, 켜고 끄는 시간도 빨라졌으며, 하드웨어 휴대성도 개선됐다.
하지만 '아이라이프' 제품군을 써보니 잡스 CEO의 의도가 조금 파악이된다. 같은 모바일 기기라 해도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콘텐츠 '소비'용이라면 맥북에어는 '생산'에 초점을 맞춘 게 차별력이라 파악된다.

◆'MS 장벽'이 문제
문제는 국내 컴퓨팅 환경이 대부분 마이크로소프트(MS) 기반이라 맥북은 불편한 게 많다는 점이다.
사파리로 잘 가는 연극 사이트에 접속해 예약을 하려했는데 '플러그인 유실'이란 메시지가 뜨고 예약은 불가능 했다. 금융거래는 물론 안된다.
많은 사이트들이 MS의 '인터넷익스플로러' 기반으로 개발됐기 때문이다. 맥용 MS 오피스 프로그램도 있지만 100% 호환은 안된다는 게 써본 이들의 말이다. 듀얼부팅으로 윈도를 탑재하는 방법이 있지만 속도 저하를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아이폰의 제품력이 국내 휴대폰 시장을 재편했듯 맥북이라고 PC 시장서 그러지 말란법 있을까. MS 환경에서만 되던 전자결제가 이젠 아이폰에서도 되듯이, 높아지는 인기에 힘입어 맥 기반 시장 환경도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맥의 최근 성장율은 윈도 PC 성장율 대비 8배에 달한다.
/강현주기자 jjo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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