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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프로 게이머, 알고 보면 '속빈 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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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게이머.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직업이다. 임요환, 이지훈 등 특급 선수들은 청소년들의 우상으로 통할 정도. 몇 년 사이에 신세대들이 가장 동경하는 직종 중 하나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그 뒤 켠에 자리잡은 현실은 초라하기 그지 없다. 기업체들이 프로게임 구단 운영을 꺼리면서 갈 곳이 없어진 것. 게다가 아마추어와의 실력 격차가 줄어들면서 프로게이머가 설 땅도 점차 좁아지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은 불과 1년 전과 비교해도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다. 지난 해 이맘 때엔 20개에 가까운 기업체들이 프로게임 구단을 운영했다. 전문 프로 리그 만도 2개가 운영됐다.

하지만 2001년을 마감하는 현재 남아있는 구단은 불과 4개. 프로 게임 대회도 1개만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위기에 처한 프로 게이머

지난 4일부터 9일까지 열렸던 세계 최대의 게임 대회인 월드사이버게임즈(WCG)에선 이변이 속출했다. 한국 국가 대표 선발전에선 프로 게이머들이 무명의 아마 선수들에게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간 것.

게임 전문 케이블 채널 온게임넷이 운영하는 ‘온게임넷리그’는 실력만 있으면 프로와 아마 누구든 참여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전략이 잘 알려진 프로 게이머보다 신예 선수들이 심심찮게 우승을 차지한다.

지난 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배틀탑과 PKO가 대기업의 후원을 받아 프로 게임 리그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두 회사는 올 하반기부터 사실상 프로 리그를 중단했다. 프로 게임 구단이 줄어들면서 운영비를 맞추지 못하기 때문이다. 배틀탑은 앞으로 프로와 아마 구분을 없앤 게임 대회만 개최할 계획이다.

현재 프로 게이머로 자격 조건을 제한하고 있는 대회는 한국프로게임협회가 운영하는 ‘KPGA’ 하나 뿐이다. 현재 남아 있는 프로 게임 구단은 삼성전자, KTF, 게임아이, 더미디어 4곳 뿐이다. 프로 게이머, 프로 게임 구단, 프로 게임 리그 등이 이제 유명무실해진 것이다.

◆ “저기, 프로 게이머가 되고 싶은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소년들 사이에선 아직도 프로 게이머가 인기 직종 중 하나다. 프로게임협회(www.21cpga.or.kr) 게시판엔 하루에도 몇 건씩 어떻게 하면 프로게이머가 될 수 있느냐는 질문이 올라온다. 이들이 알고 있는 프로 게이머란 단순히 ‘게임을 잘해 게임으로 돈을 벌어 먹고 살 수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 같은 질문에 대해 협회도 속 시원하게 대답해 줄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프로게임협회는 공인 게임 대회의 정식 게임 종목에서 연 2회 이상 입상할 경우 소양 교육을 거쳐 프로 게이머로 등록한 후 인증서를 발급한다.

게다가 프로게이머가 될 수 있는 공인 대회 중 프로 리그도 없어진 데다 정식 종목이란 것도 해마다 달라진다. 가령, 정식 종목 중 ‘아트록스’가 있지만 이 게임은 현재 거의 팔리지 않는 상태. 사실상 정식 종목이란 명칭이 유명무실한 셈이다.

협회 게시판에 ‘프로 게이머 되고 싶으세요? 그러면 잘 팔리는 게임 열심히 하면 돼요’라는 명답을 적어 놓기도 했다. 이름만 유지한 채 기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프로 게이머 제도를 꼬집고 있는 것이다.

◆프로 게이머 제도 재검토 필요

지금은 과연 프로 게이머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과 함께 그 제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때다. 하지만 실무를 맡고 있는 관련 단체인 한국프로게임협회와 프로게임구단협의회는 속수무책이다.

한국프로게임협회는 활동비 전액을 회장사인 한빛소프트가 지원하면서 폭 넓은 활동 기반을 얻지 못하고 있다. 10개 회원사가 존재하지만 협회 사업엔 무관심하다. 협회 정명곤 사무국장은 “1년에 약 3억 5천만원 정도 운영비가 필요한 데 전부를 한빛소프트에 의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게임구단협의회는 구단이 4개로 줄어들면서 활동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게임 구단도 회장사인 삼성전자와 KTF만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 상황에서 프로 게이머 제도가 제 자리를 찾기 위해선 두 단체의 공조가 시급하다. KTF의 프로게임단을 맡고 있는 장기욱 대리는 “중소 IT업체들이 게임 구단을 모두 해체한 지금 장기적인 안목에서 두 단체가 힘을 모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강희종기자 hjka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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