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의 게임 접속을 강제로 차단하는 청소년보호법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함에 따라, 게임업계가 이중규제에 대한 공포감에 휩싸였다.
게임산업 전반을 담당하는 게임산업진흥법(이하 게임법)이 게임 이용자에 대한 보호 조치를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강한 규제조항이 들어간 별도의 법이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게임업계는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와 함께 일부 게임에 청소년 대상 심야시간 접속 제한 제도를 도입하고, 피로도시스템 도입을 확대하는 계획을 발표하는 등 자율규제를 선언하고 나선 터라, 난개발식 규제가 업계의 의지를 꺾을지 모른다고 걱정하고 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위원장 신낙균, 이하 여가위)는 21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어 청소년보호법 일부 개정법률안 위원회 대안을 통과시키고, 오는 27일 열릴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로 넘기기로 의결했다.
이 법안은 여가위 법안소위에서 청소년의 게임 이용 시간을 제한하는 최영희 의원안과 심야시간 게임 접속 차단을 강제하는 김재경 의원안을 병합심사해 내놓은 것이다.
이 법안에 들어있는 내용 중 청소년 자녀의 게임 이용 현황 및 정보를 부모 등 친권자에 알려주도록 하는 조항이나 게임 내 경고 문구 표시, 게임 과몰입 예방 상담, 치료 프로그램 마련 등은 모두 문화부가 발의한 게임법 개정안과 겹친다. 과몰입이라는 말 대신 중독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도 게임법과 충돌하는 지점이다.
이 때문에 문화부와 게임업계는 여가위의 청보법 논의 과정에서 '게임 규제는 게임법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수 차례 전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날 신낙균 여가위원장은 '중복 규제'를 지적한 문화부의 반발을 의식한 듯 전체회의 맺음말로 "게임중독으로부터 청소년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법이 있어야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해 우리 위원회가 의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게임업계는 규제의 필요성을 공감하면서도 이제 막 시작된 자율규제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는 효과가 나올까 우려하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업체로서도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려고 노력하지만, 게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죄를 짓는 것처럼 취급하는 사회적 인식이 남아 있으면 자꾸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수근 게임물등급위원회 위원장도 지난 20일 기자들과 만나 "문화부와 게임산업협회가 자율규제 합의안으로 과몰입 문제에 대처하고 있는데 또다른 법으로 규제하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게임 관련 규제는 게임법으로 일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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