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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오]한 소녀의 '죽음'과 이건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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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24일

'삼성공화국'의 총수, 이건희 씨가 돌아왔다. 그룹 대표회사인 삼성전자 회장으로 복귀했다. 이 회장은 징역 3년·집행유예 5년·벌금 1천100억원을 선고받았던 인물이다.

복귀하면서 이건희 회장은 이런 말을 한다.

"지금이 진짜 위기다. 글로벌 일류 기업이 무너진다. 삼성이 어찌 될지 모른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일주일 뒤인 3월 마지막날

한 소녀(故 박지연)가 서울 강남성모병원에서 마지막 숨을 몰아 쉬었다. 23세의 꽃다운 나이를 뒤로 하고 세상을 떠났다. '또 하나의 가족'이라는 삼성에 근무했던 소녀였다.

소녀는 활기넘치고 꿈많던 열아홉 고3 때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 들어갔다. 3년 뒤 백혈병 판정을 받고 투병 생활을 해 왔다. 소녀는 온양공장에 입사해 '1일 2교대' ‘1일 3교대’로 일을 했다. 한달에 100만~130여만원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공장에서 일한지 2년7개월 만에 '급성 골수성 백혈병' 이라는 희귀병을 얻었다.대전성모병원을 거쳐 도착한 여의도성모병원 의사가 소녀에게 제일 처음 물었던 말은 "화학약품 만지다 왔느냐"였다고 한다.

박지연 씨의 사망으로 '또 하나의 가족' 삼성반도체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으로 운명을 달리한 직원은 8명으로 늘어났다.

故 황유미, 故 이숙영, 故 황민웅 씨 등…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이들 직원들에 대해 단 한명도 산업재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자신들과 무관하다는 것이다. 공장 근무로 인해 생긴 병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8명의 죽음 앞에 산업재해를 인정해야 하지 않느냐고 하면 삼성은 '돈을 목적으로 억지를 부린다'고 잘라 말한다.

그리고 4월1일

소녀의 죽음 앞에 '이런 기사'로 위로해 본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복귀한 뒤 첫 공식활동으로 故 박지연 씨의 장례식장을 찾았다. 박 씨는 삼성 온양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 판정을 받고 투병 중 지난달 31일 숨졌다.

이 회장은 박 씨를 조문한 뒤 유족을 위로했다. 이 회장은 박 씨의 가족에게 산업재해뿐만 아니라 앞으로 삼성반도체에 근무하는 모든 직원들의 건강검진을 강화하고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이 일반 직원의 빈소를 찾은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故 박지연 씨의 추모 페이지에 "하늘나라에서는 삼성 없는 세상에서 행복하게, 건강하게 살길 바란다"는 글이 보인다.

삼성이 있는 현실을 버리고, 삼성 없는 세상에서 행복하기를 바라는 이 현실…삼성은 지금 위기이며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또 하나의 가족'이었던 한 소녀의 죽음앞에 책임조차 느끼지 못한다면 앞으로 '삼성이 어찌 될 지' 모른다.

/정종오 경제시사부장 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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