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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한글.한글' 인터넷 주소와 효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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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인터넷주소기구(ICANN) 회의가 서울에서 최초로 열렸습니다. 이번 회의 주요 안건인 '다국어 최상위 도메인(IDN, Internationalized Domain Name)'을 ICANN이 승인하게 되면서 '.한글' 도메인을 사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도대체 IDN은 무엇이고, 우리의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각자 자신의 나라 말로 인터넷 주소를 쓰자는 이야기인데 왜 이제야 도입이 되는 것인지부터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인터넷은 '미국 최대의 수출품' 중 하나입니다. 미국 국방성이 군사 목적으로 발명해 인트라넷 형태로 쓰다가 오늘처럼 월드 와이드 웹(www) 형태로 '대확장'되게 된 것이지요. 인터넷 주소 정책을 관장하는 기구가 이번에 서울에서 회의를 진행한 ICANN입니다.

미국의 발명품이다 보니 당연히 인터넷 주소는 영문 아스키코드 기반으로 운용됩니다. 아스키코드란, 미국에서 표준화한 정보 교환용 7비트 부호입니다. 인터넷의 주소를 입력하면 이 코드에 기반해 인식하게 되는 것입니다. 복잡하지만 어쨌든 인터넷 주소가 영어를 기반으로 돌아간다는 이야기입니다.

IDN이 이제야 도입된 데에는 정책적인 이유와 기술적인 이유가 있었습니다.

정책이 나오려면 '인식'이 전환돼야 하는데 비 영어권 국가에서 "우리 말로 인터넷 좀 쓰자"는 이야기가 커진 지 그리 오래 되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한 논의는 2000년대 초반 ICANN 회의 때 일반인 참여자들 사이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물론 비 영어 사용 국가에서 제기했지요.

그러나 당시에는 관심을 끌지 못했습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입니다. 여타 사회 의제도 주장하는 사람이 좀 많아야 "한 번 얘기해 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됩니다. 그때는 워낙 소수의 의견이었다고 합니다.

기술적인 이유는 'DNS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DNS는 인터넷 네트워크에서 도메인 이름을 숫자로 된 IP 주소로 해석해주는 시스템입니다. 영문으로 주소를 인식하는 인터넷에 한자, 아랍 문자 등이 들어가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거라는 것이지요.

이러한 논의가 제기되고 매년 수차례 열리는 ICANN 회의에서 비 영어권 국가의 목소리가 높아집니다. 지난 2005년 브라질 회의에서 중국 등 비 영어 사용 국가의 제안에 따라 공식 안건으로 오르면서 IDN이 본격 논의되게 된 것이죠.

목소리가 높아지다 보니 "필요를 못 느낀다"는 의견이 "고려해야 한다"로 바뀌게 됐습니다. 당시 회의에서 "안정성이 문제"라고 부정적인 의견이 나오면 "그건 기술자들의 문제다. 인터넷을 비 영어로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반박했다고 전해집니다.

이후 각종 기술 및 정책 논의가 이뤄지고 2009년 서울에서 오늘과 같은 결정이 이뤄지게 된 것이지요.

'.kr'과 같은 국가 IDN을 '.한국'으로 할지 '.대한민국'으로 할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한글.kr'은 예전에 도입됐지만 이제는 '한글.한국' 같은 100% 한국어로 된 주소를 사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도메인의 한글 주소 표기 원칙을 들여다 보면 재미있습니다. 한국기술표준원에서 정리한 1만1천72자의 한글 문자가 모두 가능합니다. '.싫어' 같은 의미 있는 문자부터, '.햁꽱' 같은 무의미한 글자까지, 그 범위 안에 있는 문자는 모두 가능하다고 합니다.

문자 목록의 맨 끝이 한글 자모로 만들 수 있는 가장 마지막 순번의 글자인 '힣'이라고 합니다. '.ㄷ'이나 '.ㅗ'처럼 합쳐지지 않은 자음과 모음은 따로 못 쓰입니다.

하지만 실제 광범위한 도입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실적 파장도 그다지 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우선 IDN을 사용하기 위해 ICANN에 내야 하는 돈이 18만5천달러입니다. 지금 환율로 약 2억원 정도의 적지않은 돈이지요. '.한국'이 될지도 모르는 국가 IDN은 나라마다 꼭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약 3천만원에 받기로 했다는군요. 인도 같은 다언어 국가는 '하나 플러스 알파' 정도로 받을 것 같다고 합니다.

베리사인(Verisign)이라는 도메인 등록 업체가 소유한 '.com'의 경우는 나라의 도메인 등록 회사가 위탁을 받아 고객에게 팔고 베리사인에 수수료를 냅니다. 아이뉴스24가 '.아이뉴스24'를 하려면 2억원의 돈을 내고 직접 사거나 그것을 산 사람에게 허가받아 돈을 내고 사용해야 합니다.

도메인 등록 업체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도메인 회사도 2억원이 넘는 돈을 주고 IDN을 구매하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어느 대기업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com'처럼 '.회사' 또는 적절한 IDN을 등록하는 곳이 한국에서 나올 지는 미지수입니다.

한국에서는 영어의 사용이 갈수록 많아지고 영문 주소 체계가 이미 널리 퍼졌기 때문에 그 효용성과 필요성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이번 '다국어 최상위 도메인 도입'의 성과는 실제 파장이 그다지 크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매우 중요한 결정입니다.

'인터넷 정신'이 무엇인지 재고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어느 나라 말을 사용하는 것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사이트를 드나들고 정보를 얻는, 인터넷의 기본 정신에 한 발 더 가깝게 다가가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도움말 :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강혜영 팀장>

/정병묵기자 honnez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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