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는 막연하게 불량식품을 먹지 말라고 잔소리만 했지만 지금은 직접 눈으로 보고 식품안전을 확인하니까 아이들에게 좀 더 쉽게 설명할 수 있어요. 사회 전체로 봤을 땐 작은 변화지만 먹을거리에 대한 아주머니들의 입소문으로 인해 학교 주변이 바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서울시가 '안심하고 드세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난 3월 발족한 '학부모 식품안전지킴이' 활동이 학부모들과 업주들의 긍정적인 호응에 힘입어 서서히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법에 의한 단속이 아닌,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식품안전의 중요성을 공감하고 학부모와 업주가 서로 협력해 불량식품을 퇴출시키고 있다는 데서 의미가 크다.
서울시 서초구 내 한 초등학교에서는 오후가 되면 하교하는 학생들과 함께 녹색 조끼를 입은 학부모 2명이 주변 슈퍼와 분식점, 문구점 등을 들르며 가게 주인들과 얘기하는 모습을 거의 매일 볼 수 있다.
이들은 활동을 막 시작했던 올해 초까지만 해도 다소 어색하고 업주들의 따가운 눈초리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이제는 가게 주인들과 스스럼없이 얘기를 나눌 정도로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바뀌었다.
'학부모식품안전지킴이'는 학부모들이 직접 나서 관내 초·중·고등학교 주변 어린이 식품안전보호구역(푸드존) 내 식품취급업소를 대상으로 계도·홍보 활동을 통해 어린이들의 식품안전 교육 및 홍보를 할 수 있도록 서울시가 만든 단체다.
6개월 째 지킴이 활동을 하고 있는 학부모 유지영(40세·여)씨는 직접 불량식품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아이들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좀 더 상세하게 알릴 수 있게 됐다면서 식품안전지킴이 활동이 긍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고 높게 평가했다.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에 규정된 학교 근방 200미터 범위의 '푸드존'을 매주 1회씩 순찰하고 있다는 유 씨는 "실제 지킴이 활동 이후 처음보다는 동네 문구점 같은 곳에서 불량식품들이 확실히 줄어들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며 "몇몇 가게들은 단속으로 아예 사라진 뒤 다시 돌아오지도 못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학교 주변 불량식품을 몰아내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심과 조기교육, 법적·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길거리 음식 청결과 관련한 정보를 유치원에서부터 교육시켜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면서 "원래 식품규정을 고열량과 저열량으로 나눠 별도로 관리해줘야 하는데 현행법은 그렇지 못하는 바람에 규제범위가 대폭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유 씨는 서울시의 '안심하고 드세요'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그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니 결과를 예단할 순 없지만 확실히 부정적인 면보다는 긍정적인 면이 더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부모도 "지킴이 활동으로 식품위생 관련 정보도 많이 얻게 됐고 약간의 활동비(?)로 아이들 간식도 사줄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고 있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서울시는 '학부모식품안전지킴이'로 활동하는 학부모들에게 주 단위 활동비로 4만원씩을 지급해주고 있다.
그는 또 "활동 초반에는 업주들이 (학부모들 활동을)달가워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지만 서로 얘기를 나누면서 함께 식품위생의 중요성과 경각심을 느끼게 됐다"며 불량식품을 팔던 업주들이 자진해서 판매를 자제하고 있다고 성과를 설명했다.
그는 또 "판매하는 분들 본인이 철저히 할 경우 좋은 이미지를 얻게 돼 오히려 장사가 더 잘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식품안전에 관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다른 학부모들도 이런 기회를 한번 쯤 가져보는 것이 아이들과 가족 모두를 위해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교 주변 상점에서도 학부모들의 열성적인 활동에 설득된 듯 자발적으로 불량식품 퇴출에 나서는 업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문구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 씨(50세·남)는 "처음에는 학부모들의 방문이 마치 감시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지만 지금은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면서 되도록 학부모들의 요구를 반영하려 하고 있다"며 "어차피 소비자의 요구에 맞추는 것이 장사에도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서울시 측에서도 학부모들의 불량식품 감시활동이 예상보다 큰 실적을 나타나고 있다면서 고무적인 반응을 보였다.
9월 현재 서울시는 학부모식품안전지킴이 4천515명의 꾸준한 활동으로 슬러쉬 기계, 과자류 뽑기 자판기 자진 철거 172개소, 무신고에서 영업신고를 얻은 업소 257개소, 문구점의 식품취급 포기업소 125개소, 노점상 자진철거 80개소 등의 성과를 거뒀다.
서울시 식품안전과 양철수씨는 "아무래도 자신의 아이들이 먹는 음식과 관련되는 일이다 보니 학부모들이 상당히 적극적이고 의욕적인 활동을 해주고 있다"며 "또 공무원들과는 달리 다들 지역 주민인지라 업주들과 관계도 원만해 자율적인 불량식품 감소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시는 식품안전도시를 만들기 위해 관련 부서를 식품안전과로 통합해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안심하고 드세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프로젝트에는 ▲시민 식품안전성 검사 청구제 ▲'안심하고 드세요' 식품안전 집중 홍보 ▲어린이 식품안전실험교실 ▲범시민 식품안전 업무 협의체 운영 ▲식품안전 전문가(후견인) 연계사업 ▲길거리 음식 안전관리 강화 ▲농·축산물 위생·유통 감시 강화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컨설팅 지원 ▲쇠고기 이력추적제 조기정착 등 24개 세부 사업이 담겨 있다.
서울시 식품안전과 고승효 팀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지난 멜라민, 광우병 사태 등을 겪으면서 시민들의 식품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늘고 있어 식품안전 관련 종합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식품안전대책팀을 만들어 25개의 개별 사업을 '안심하고 드세요 프로젝트'로 단일화 해 추진하고 있다"고 개요를 설명했다.
서울시는 현재 식품안전정보 홈페이지(http://fsi.seoul.go.kr)를 열고 식품안전 관련 각종 정보 및 부정불량식품 시민 고발센터 등을 제공 중이다.
/박정일기자 comj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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