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10시 방송통신위원회 14층 회의실. 이날 전체회의는 여느 때와 다르게 시작됐다.
"심의에 앞서, 모두 아시겠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어제 서거했습니다." 감회에 젖은 듯 잠시 뜸을 들인 최 위원장은 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제안했다. "우리 현대사의 큰 고비에서, 큰 획을 그은 분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잠시 묵념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정치적 신념은 다르지만, 젊은 시절 동아일보 기자로 활동한 최 위원장과 김 전 대통령의 인연은 3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런 인연은 올해 1월1일 최 위원장이 김 전 대통령 자택을 찾아 세배한 마지막 만남으로까지 이어졌다. 최 위원장은 기자시절 만난 김영삼 전 대통령과도 자주 의견을 주고받던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 개인적으로 기자생활을 시작하면서 정치권과 인연이 있었고, 그 뒤 여러 가지 이유로 가장 오랜 인연을 가져온 분으로 생각합니다. 제가 정치권에서 활동하면서 개인적으로는 기회 있을 때마다 만난 분입니다. 갈등하고 타협하고, 도전하고 성취하는 그런 모습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던 것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습니다."
최 위원장은 김 전 대통령이 당시 중앙정보부 요원으로부터 일본에서 납치된 후 생환한 직후의 만남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동교동 김 전 대통령 자택을 찾아간 그는 4~5시간 동안 서재겸 집필실에서 긴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이때 납치됐던 과정, 배에 실려 수장되기 직전의 상황, 멀리서 헬리콥터 소리가 나고 다시 서울로 팽개쳐지듯 돌아왔다는 긴박했던 과정 등을 모두 들었다.
최 위원장은 "35, 36년 전의 얘기지만 인간의 운명이라든가, 인권이라든가, 생명이라든가 이런 것들에 대한 얘기를 진솔하게 많이 나눴고, 삶의 자세에 인상 깊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자연인 김대중의 참담한 심경에 대해 꽤 긴 리포트를 작성했지만 당시는 유신시대여서 보도가 되지 않았고 나중에는 원고를 잃어버렸다"면서 "치열하고 진지하고, 고난에도 스러지지 않고 도전하고 성취한 사람으로, 역사의 흐름 속에서 기록될 인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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