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여당이 미디어법 재투표·대리투표 논란에도 불구, 미디어법 통과 후속조치에 속도를 높이고 있어 야당과 극심한 마찰이 예상된다.
특히 야당이 제기한 미디어법 재투표·대리투표 관련 권한쟁의 심판 및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심리가 이제 막 시작됐는데도 정부여당이 속도전에 열을 올리자 야당과 방송통신위원회 야당 측 위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여당이 이처럼 미디어법 후속조치를 밀어붙이는 것은 미디어법 정국이 장기화돼 정부비판 여론이 거세질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또 반년 이상 정부여당의 발목을 붙잡았던 미디어법을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로 통과시키면서 모처럼 얻은 친이·친박 간 화합무드를 적극 활용하고자 하는 의도도 담겨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여당은 이를 통해 친 서민정책 여론전에 가속도를 붙이고 이를 바탕으로 MB정부 중반기 국정주도권의 향배를 가늠할 10월 재보선에서 승리한다는 전략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우선 야당의 미디어법 무효 주장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고 미디어법 후속조치에 집중, 방송통신위원회를 중심으로 당정 간 협조 체제를 강화할 계획이다.
한나라당 김성조 정책위의장은 지난 26일 미디어법 통과 후속조치로 방송업계의 세제지원 등 각종 유인책을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김성조 의장은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앞으로 방송업계도 (중소기업과 마찬가지로)정부의 세제지원에 포함될 수 있도록 방법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디어법 개정 후속조치가 빨리 시작되고 미디어산업이 선진화된다면 야당과 국민들의 우려는 없어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같은 당 장광근 사무총장도 "이제 미디어법은 적법성 여부가 헌법재판소로 넘어간 이상 더 이상 야당의 미디어법 재투표·대리투표 문제제기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야당의 미디어법 무효 투쟁은 10월 재보선을 위한 정략적인 주장일 뿐"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여당의 이 같은 입장에 발맞춰 정부도 발 빠르게 미디어법 후속 작업에 들어갔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도 같은 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디어법 통과에 따른 시행령 개정 및 8월 중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채널 선정에 대한 구체적 정책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기자단담회에서 "야당 추천 상임위원들이 미디어법 후속 논의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국회를 통과한 의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시행령 마련 등 후속 조치를 해야 한다"며 "가처분 신청 결과가 나올 때까지 행정업무를 중단시킬 수는 없다"고 헌재 판결여부와는 상관없이 미디어법 후속조치를 강행할 뜻을 내비쳤다.

반면 민주당 등 야당은 미디어법 무효를 입증하기 위한 대리투표 채증단을 구성하고 100일 간의 장외투쟁을 계획하는 등 총력 투쟁으로 맞섰다.
민주당 미디어법 대리투표 채증반장을 맡고 있는 전병헌 의원은 26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자투표 로그기록을 분석한 결과 (지난 22일 본회의 신문법 표결 당시)비정상적인 투표 기록이 34건 발견됐다"고 근거 자료를 제시했다.
전 의원은 전자투표 로그기록을 통해 '재석→찬·반 투표' 순의 정상적 표결이 아닌 '재석→찬성→취소→찬성' 등으로 2번 이상 반복된 비정상적인 투표기록이 17건이나 나타났다고 소개하면서 "이는 메뚜기(대리투표를 한 한나라당 의원)들이 지나간 흔적을 보인 것"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나머지 17건에도 '반대→취소→찬성' 식의 이중삼중으로 투표한 기록이 있다고 소개했다.
전 의원은 또 방송법 재투표와 관련해서도 "국민적 용어로 말하면 방송법은 일사부재의 원칙을 어겼기 때문에 '낙장불입'의 원칙에 따라 파투가 된 것"이라고 무효를 주장했다.
이와 더불어 방송통신위원회 야당 추천 위원인 이경자 위원과 이병기 위원도 헌법재판소의 미디어법 논란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시행령 논의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한편 미디어법 직권상정 이후 4일 간 침묵했던 김형오 국회의장은 같은 날 입장발표를 통해 미디어법 대리투표 논란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를 시작하겠다고 밝혀 어떤 결과가 나올지 관심이 집중된다.
/박정일기자 [email protected] 사진=정소희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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