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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칼럼]우생학에 관한 두 권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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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독일은 1930년대 정신박약자 등 40만명을 제거했다. 혼혈아와 청소년 범죄자에게는 강제로 불임 수술을 실시했다. 게다가 나치는 유태인들을 대량 학살하면서 사실상 인종청소를 시도했다.

나치의 이 같은 만행은 '우생학'이 얼마나 악용될 수 있는 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자주 거론된다. 과학기술 발전을 악용해 '아리안족의 우수성'을 계속 유지하려 했기 때문이다.

다윈의 사촌으로 우생학(eugenics)을 체계화한 골턴은 "미래 세대 인종의 질을 개선 또는 저해하는 사회적으로 통제 가능한 모든 수단에 관한 연구"라고 정의했다. 이런 개념 정의를 갖는 우생학을 실제 정치에 활용한 사례가 바로 나치였던 셈이다.

하지만 최근에 출간된 두 권의 우생학 관련 서적은 이런 통념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우생학적인 법률을 통해 인종 차별, 말살 정책을 편 것이 비단 나치 독일 뿐만이 아니었단 것이다.

김호연의 '우생학, 유전자 정치의 역사'는 국내 학자가 펴낸 우생학 관련 전작 저술이란 점에서 관심을 끄는 책이다. '영국, 미국, 독일을 중심으로'란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서구 역사에 짙게 드리워져 있는 우생학의 그림자를 생생하게 해부하고 있다.

우생학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전반까지 서구 세계를 휩쓸었다. 당시 우생론자들은 인간 종 사이에도 생물학적 적격자와 부적격자가 존재한다고 믿었던 것. 이에 따라 정책적 차원에서 부적격자를 제거하거나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서슴지 않았다.

나치 독일의 잔혹한 인종 정책도 당시 서구 세계를 지배했던 우생학적 사고의 한 단면에 불과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실제로 1905년 미국 인디애나주의 혼인법은 정신적 장애나 유전적 질병이 있는 자, 알코올중독자 등의 혼인 금지를 명문화한 우생학적 법률이었다. 20세기 수십만명의 미국인이 정신질환자, 범죄자라는 이유로 강제 불임을 당했다.

'우생학, 유전자 정치의 역사'는 우생학 연구의 쟁점 정리와 함께 영국과 미국, 그리고 독일의 우생학에 대해 깊이 있게 탐구하고 있다. 이 책을 찬찬히 읽어나가다 보면 이성과 합리성이 지배하는 것으로만 알았던 서구 역사가 사실은 인종 편견과 사회적 결정론의 짙은 그림자 밑에 자리잡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저자는 과거만 살피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의 우리들 역시 우생학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는 경고의 메시지도 함께 던지고 있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혈액형에 따른 성격 유형은 과학적 근거가 의심스러움에도 대중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복제 인간을 만들거나 줄기세포를 얻어 유전자의 결함을 제거하면 인간 질병을 극복할 수 있다는 논리 역시 기본적으로 우성 인간만으로 구성된 더 나은 세계가 펼쳐지리라는 생물학적 결정론에 기초한 우생학적 논지를 깔고 있는 것이다." (19쪽)

앙드레 피쇼의 '우생학: 유전학에 숨겨진 역사' 역시 비슷한 관점을 유지하고 있다. 저자인 앙드리 피쇼는 우생학이란 것이 일부 광적인 과학자들에 의해 왜곡된 특별한 과학이 아니라고 단언하고 있다.

19세기말 20세기 초반 생물학의 보편적인 과학 이론에 속해 있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과학의 어두운 그림자에 불과한 것으로 치부되고 있는 우생학이 사실은 과학이 흔히 갖는 오류를 잘 보여준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우생학: 유전학에 숨겨진 역사' 에서 눈에 띄는 것은 바로 뒷 부분에 붙어 있는 역자 해제이다. 과학사를 전공한 역자 이정희는 꼼꼼하게 번역한 원서 뒤에 '역사 속의 우생학'이란 기다란 해제를 붙였다.

우생학이란 사뭇 생소한 학문 분야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준 역자 해제 덕분에 일반 독자들도 좀 더 수월하게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갑자기 웬 우생학?"이란 질문을 던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기자 역시 처음 책을 받아들면서 비슷한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우생학'이 던진 메시지는 어쩌면 전반적인 과학 분야로 확대 적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학은 양날의 검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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