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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山 정상에 오르다 박근혜 만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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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행 깬 李 전 최고…'발언은 조심, 표정은 답답'

한나라당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13일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3월말 미국에서 귀국한 뒤 100여일만의 일이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날 자신의 모교이자 현재 강의를 하고 있는 중앙대에서 '동북아 미래포럼' 국제학술대회에 참석, 그간 구상해 온 '동북아평화번영공동체(North Asian Community for Peace and Prosprerity : NCPP)'를 제시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지난 3월말 10개월간 외유를 마치고 귀국한 이후 100일간 침묵을 지켜왔다. 모교인 중앙대 강의 외에는 정치와 거리두기를 하면서 여의도에 발길조차 두지 않았다. 때문에 이날 공개행사를 시작으로 이 전 최고위원이 본격적으로 정치 기지개를 켜려는 것 아니는 시각이 많다. 최근 들어 이 전 최고원의 언론 인터뷰를 봐도 '정계복귀'에 무게를 실어왔다.

이 전 최고위원은 최근 "귀국한지 100일이 지났으니 자유롭게 다니겠다"는 언급과 함께 이날 한 언론을 통해 "한 정치인이 자중을 하거나 심사숙고를 해야 할 물리적 시간을 끝났다고 봐야(하는 것 아니냐)"라며 정계 복귀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말 아끼는 이재오…"인물따라 계파 형성, 극복해야"

이 전 최고위원은 이날 중앙대에서 열린 세미나 도중 별도의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앞서 이 전 최고위원의 정계복귀를 시사함에 따라 취재진도 대거 몰렸다. 일각에선 조기 전당대회 개최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한 언급이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간담회에서 이 전 최고위원은 정치 현안에 대해서는 말문을 굳게 닫았다. 기자간담회 개최도 자신의 뜻이 아니었다고까지 했다. 또 이 전 최고위원은 기자간담회 내내 조심스럽게 발언을 이어갔다. 자신의 발언에 따라 정치적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또한 국회가 비정규직법과 언론관계법 처리 등을 놓고 여야가 서로 대치중인 상황이 이 전 최고위원의 발언에 부담을 준 듯 하다.

간담회가 다소 길어지자 이날 참석한 친이재오계 의원들은 이 전 최고위원에게 간담회를 빨리 마무리 지으라는 눈짓을 보내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간담회 시작부터 "아직 여의도를 넘지 않겠다는 생각은 유효하다"며 "당내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먼저 선을 그었다. 그는 또 정계복귀 시점과 관련해서도 "내가 바라보는 한강 다리는 엄청 멀게 느껴진다. 천천히 가겠다"며 속도 조절에 나섰다.

그러면서도 그는 우회적으로 현안을 언급, 정치 전면에 나서지 못해 답답해 하는 모습도 감지됐다.

그는 당내 계파 갈등에 대해서 "당이란 게 각각의 노선이 모여 한 노선을 만드는 것이다. 그 목표를 지향하면서도 각기 실천 방법이 다를 수 있다"면서 "문제는 다른 노선간에 토론과 대화를 통해 하나의 실천방법을 만드는 것"이라며 "사람에 따라 계파를 나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인물에 따라 노선을 만들어내는 것은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는 당내 양대 계파의 수장인 박근혜 전 대표와 친박계를 겨냥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는 또 박 전 대표와 대결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삼세판' 발언과 관련, 등반에 비유했다. "산에 가다보면 정상까지 가는 길이 제각각 다르다. 중간에 만나서 같이 갈 수 있고, 중간에 못 만나고 정상에서 만날 수 있다. 그런데 대개의 경우 중간에서 만나더라"며 언제 어느 시점에서 박 전 대표와 대결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나타냈다.

앞서 이 전 최고위원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나와 박 전 대표 관계는 '일대일'이라고 한다. (대통령 후보)경선 때는 내가 반대캠프(이명박 대선캠프)를 지휘해 박 전 대표가 졌고, 그 전에 내가 당 대표에 출마했을 때는 박 전 대표가 강재섭을 밀어 다 이긴 판을 엎어버렸다. 그때 중립만 지켰다면 내가 당 대표가 됐고 오늘의 분열이 없었을 것"이라며 "서로 주고받은 것이 일대일이 됐다. 이제 '삼세판'이 남은 거지"라고 일전불사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이 전 최고위원이 언급한 '산 정상'이 무엇인지, 박 전 대표와 벌일 마지막 승부처가 어디인지 관심이 모아진다.

◆"자리에 관심 없다…현 정부 성공이 최대 관심사"

이날 이 전 최고위원은 현 정부의 성공을 위한 조력자 역할에 나서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지 1년 반이 넘었고, 총선이 끝난 지도 1년이 지났다"며 "이명박 정부 출범에 기여했던 사람으로서, 이 대통령을 탄생시키는 데 참여했던 사람으로서 이명박 정부의 성공이 제일 큰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현 정부가 성공하는 데 필요한 일을 이제 할 것"이라며 "한나라당이 들어서고 처음으로 세운 정부가 이명박 정부인 만큼 한나라당은 이명박 정부를 성공시켜야 할 책무가 있다. 그것이 국민적 도리"라고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10월 재보선과 관련해서도 "(재보선을)염두에 두고 정치하지 않겠다"며 "제 주 관심사는 이명박 정부가 역사에 길이 남고, 국민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지, 제 개인이 어떤 자리에 가고 하는 것은 관심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날 기대와는 달리 이 전 최고위원은 정치현안에 대해선 말을 극히 아꼈지만 발언 중간중간 정계복귀에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는 점에서 그의 복귀는 '초읽기'에 접어든 듯하다.

10월 재보선도 물 건너가는 분위기인데다 조기 전대마저도 쉽지 않아, 이 전 최고위원의 정계복귀는 여의치 않은 실정. 하지만 이날 이 전 의원이 귀국 100여일 만에 공개석상에서 자신이 구상해온 NCPP를 공개하며, 우회적이나마 정계에 복귀할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는 만큼 '이재오의 귀환'은 그리 오랜 시일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민철기자 mc07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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