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북이 진화를 거듭하면서 일반 노트북 못지않게 비싼 제품과 아주 저렴한 제품으로 양극화될 전망이다.
초소형 노트북PC인 넷북은 처음 등장할 때는 인터넷 접속과 간단한 워드 작업 등에 초점을 맞춘 저가형 제품이 주류를 이뤘다. 이에 따라 초창기 넷북 가격은 300~500달러 내외에 머물렀다. 우리나라의 경우 50만~60만원대 정도다.
하지만 최근 PC 업체들이 성능과 기능을 강화한 프리미엄 넷북을 내놓기 시작하면서 '넷북=저가'란 공식이 사실상 무너졌다. 최근 등장한 넷북 제품들 중엔 90만~100만원 대에 이르는 것들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PC업체들은 또 저렴한 프로세서와 무료 운영체제(OS)로 구성된 초저가 넷북도 여전히 시장에 내놓고 있다. 따라서 넷북 시장은 최저 30만원 대의 저가품과 100만원대에 이르는 프리미엄 제품으로 양극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업계는 고성능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와 넷북 본연의 장점인 저렴한 가격을 원하는 소비자 모두를 공략하기 위해 프리미엄 전략과 저가전략을 동시에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윈도7-아이온이 가격 더 높일 전망
그동안 넷북의 인기 비결은 휴대성과 저렴한 가격 두가지였다. 단지 휴대성 때문에 넷북을 선호하는 고객들은 현재 넷북의 성능에 불만이 많다. 넷북은 가격이 저렴한 대신 일반 노트북보다 프로세싱 파워가 떨어지고, 고화질 3D 게임 등을 즐기기에 그래픽 수준이 매우 낮은 등 성능적인 한계가 있다.
하지만 일부 고객들은 넷북으로도 일반 노트북 못지않은 수준의 컴퓨팅을 누리고 싶어한다. 업체들은 이들을 겨냥해 고성능의 프리미엄 넷북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 삼성전자의 경우 디자인 및 배터리 용량을 업그레이드한 넷북 'N310'을 90만원대에 최근 출시했다. 웬만한 일반 노트북 가격과 별 차이 없다. LG전자가 지난 3월 선보인 '엑스노트 미니 X120' 역시 키보드 크기를 키우고 디자인을 강화한 80만원대 고급형 제품이다. 50만원 내외의 넷북을 판매하던 아수스도 70만원대 넷북을 선보였다.
이처럼 일부 넷북제품 가격은 이미 높아진 상태지만 앞으로 성능이 더 개선된 더 비싼 제품이 속속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향후 출시 될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차기 OS '윈도7'과 고성능 넷북용 그래픽 칩셋 '아이온' 플랫폼의 등장이 프리미엄 넷북 탄생을 촉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MS는 당초 윈도7의 6개 버전 중 가장 하위 버전인 '스타터'를 넷북용 OS로 공급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 OS는 현재의 넷북 OS인 윈도XP보다도 기능이 떨어지고, 애플리케이션을 3개까지만 동시에 실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회의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구글은 자사의 OS인 '안드로이드'가 탑재된 넷북이 MS의 윈도7 스타터 기반 넷북보다 더 우수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MS는 윈도7 스타터보다 두 단계 상위버전인 '윈도7 홈프리미엄'을 향후 넷북용 OS로 공급할 예정이다. 외신들에 따르면 윈도7 홈프리미엄은 현재의 윈도XP보다 더 비싸게 공급될 예정이다.
또 아이온 플랫폼의 등장으로 넷북으로도 고해상도를 요하는 게임 및 영상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아이온 플랫폼은 인텔의 넷북 프로세서 '아톰'과 엔비디아의 그래픽 칩 '지포스9400M'을 통합한 넷북용 칩셋으로, 넷북의 그래픽 성능을 높여주는 동시에 가격도 높여준다.
그 외 DVD 등 광디스크를 삽입할 수 있는 ODD를 내장한 넷북도 등장하는 등 넷북의 성능과 기능이 점점 진화하고 있으며, 이는 가격을 높이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안드로이드-ARM 기반 제품은 200달러대
반면 현재의 넷북 가격보다 더 저렴한 초저가 넷북도 조만간 시장에 나온다. 무료 OS인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인텔 아톰보다 절반 가격인 ARM의 프로세서가 만난 200달러대 제품이 조만간 출시될 예정이다.

가장 먼저 안드로이드 넷북 출시를 공식 발표한 업체는 중국의 스카이톤이다. 이 업체는 3분기쯤 안드로이드-ARM 기반의 '알파680'을 약 250달러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최근 발표했다.
스카이톤 뿐 아니라 휴렛패커드(HP), 아수스, 델, 삼보컴퓨터 등 주요 PC 업체들도 안드로이드 넷북 출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RM도 최근 올해 중으로 자사 칩이 탑재된 넷북 제품 6~10종이 출시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ARM의 칩이 탑재된 넷북은 가격이 200달러대 가량이 될 것이며, 가격을 더 낮출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할 것이라는 게 이 회사의 설명이다. 우리나라 돈으로 20만원~30만원대 가격이다.
이처럼 구글과 ARM은 가격경쟁력으로 승부한다는 게 우선적인 전략이다. 이는 윈텔(MS와 인텔) 진영에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인텔까지 넷북용 OS '모블린'을 발표했기 때문에 MS가 특히 난감해졌다. 아군까지 경쟁사로 돌아서 사면초가에 놓이게 된 것이다.
하지만 안드로이드-ARM 기반 넷북은 유저인터페이스(UI) 등이 사용자들에게 익숙하지 않으며, 이미 수많은 사용자들이 MS기반의 애플리케이션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에도 외면 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MS에 심하게 젖어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안드로이드 넷북의 승산이 적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반면 "넷북의 장점은 저렴한 가격"이라며 성능과 가격을 높이는 것이 올바른 전략이 아니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넷북 성능이 개선된다 해도 일반 노트북보다는 덜할 것이고, 가격도 비슷하다면 소비자들이 굳이 넷북을 구입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한편 전세계 이동통신사들은 자사의 무선네트워크를 일정기간 사용한다는 조건하에 '넷북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KT와 SKT가 와이브로 약정 고객에게 10~3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미국 AT&T는 2년 약정 고객에게 넷북을 50달러에 공급하며, 유럽 일부 이통사의 경우 무료 넷북을 공급한다.
/강현주기자 jjo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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