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서울 용산 e스포츠 상설경기장에서 열린 박카스 스타리그 2009 36강 C조 1경기에서 박태민(공군)이 손찬웅(화승)에게 두 경기 연속 몰수패를 당하면서 몰수패 규정에 대한 논란이 네티즌 사이에 뜨겁게 일고 있다.
박태민은 패색이 짙어진 1경기 후반부에 경기 포기 선언인 'GG'를 입력했으나 키보드가 한글로 설정된 상태에서 'ㅎㅎ'로 표기됐다. 이 때문에 한국e스포츠협회 규정 제18조(몰수패 관련) 6항 '일시 중단 요청, 경기포기선언을 제외한 채팅을 하였을 시'가 적용돼 몰수패 선언을 받았다.
이어진 2세트에서는 경기가 시작된 지 채 1분도 지나지 않아 박태민 선수는 실수로 채팅창에 'a'를 표기했고 주심 임기홍 심판은 같은 규정을 적용해 몰수패를 선언했다.
경기 후 박태민은 "키보드가 한글인지 영어인지를 확인해 보려다가 엔터키까지 누르게 됐다"고 황당한(?) 상황을 설명했다.
이로써 공군 출신으로 스타리그 16강에 진출하는 첫 선수가 될 수 있는지 관심을 모았던 박태민은 16강 길목에서 어이없는 실수로 '2연속 몰수패' 기록을 남기고 말았다.
1세트는 본인이 직접 경기포기 선언을 결심한 상태였지만 2세트는 채 펼쳐보지도 못한 상태에서 몰수패를 당해 박태민 본인뿐만 아니라 보는 이들의 아쉬움을 자아냈다.
'ㅎㅎ'과 'a'라는 두 번의 채팅은 박태민에게 몰수패뿐 아니라 '주의' 조처까지 받게 했다. 경기 규정 제16조(주의 관련) 6항 '일시 중단 요청, 경기포기선언을 제외한 채팅을 하였을 시'도 동시에 적용돼 '주의 및 몰수패'라는 엄격한 처분을 받게 된 것이다.
공군 프로게임팀 홈페이지에는 규칙 위반 탓에 준비한 경기를 펼쳐보지도 못한 박태민에게 팬들의 격려가 이어지고 있다. 팬들은 "한번의 실수로 경기를 펼쳐보지도 못한 것은 너무하지 않냐"고 한 목소리를 냈다.
다음 아고라에도 많은 e스포츠팬들이 이번 판정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고 있다.
두 번 연달아 실수를 범한 박태민에게도 책임이 있지만 하나의 케이스에 대해 두 가지 조항(몰수패와 주의)이 맞물려 지나치게 엄격한 처분이 내려지는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심판에게 재량권이 주어진다면 16조와 18조 중 판단해 처분할 수 있겠지만 한국e스포츠협회 경기 규정에 심판의 재량권이 포함된 조항은 거의 없다. 그렇다고 지금 상태에서 재량권만 늘 경우, 판단 기준이 모호해져 매 심판마다 논란의 소지가 생길 수 밖에 없다.
판정을 내리는 심판과 이를 받아들이는 선수 모두가 공감할 만큼 완성도 높은 규정을 위한 경기 규정 '보수공사'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같은 상황에 대해 토씨 하나 다르지 않은 두 조항이 중복 적용되는 현 경기 규정은 제2의 박태민을 낳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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