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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재보선, 친李-친朴 분열의 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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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득 '불출마 종용' 발언에 박근혜 '발끈'…한나라 내홍 극심

4.29 경주 재보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내 양대 계파인 친이(親李), 친박(親朴) 간의 갈등이 심상찮다.

애초 경주 재보선 후보군의 윤곽이 잡힐 당시부터 양 계파 간 대리전 양상이 될 것이라는 게 예측이긴 했지만, 선거가 한 달 정도 남은 2일 현재까지 양 계파는 첨예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양측의 갈등은 당초 예상보다 큰 파장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초 친이계 정종복 전 의원과 친박계 정수성 양 후보 간 신경전으로만 전개됐던 갈등이 계파 간 갈등으로까지 폭발한 계기는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부의장의 '사퇴 종용' 발언으로부터 비롯됐다.

친박계 정수성 후보 측이 지난 31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 전 부의장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았다는 폭탄 발언을 하자, 당사자인 이 전 부의장과 정 후보를 직접 만난 이명규 의원 등 친이계는 발끈했다.

이 전 부의장은 정 후보의 주장에 대해 "정씨가 먼저 만나자고 요청을 해서 이 의원에게 무슨 얘기를 하는지 들어보라고 보냈을 뿐"이라며 "육군 대장 출신으로서 선거판에서 이렇게 하는 것은 점잖치 못한 행동"이라고 불쾌감을 나타냈다.

당 공천심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친이계 안경률 사무총장도 "정치 선배의 충고를 귀담아 듣지 않고 무조건 하겠다는 독불장군 식의 정치"라며 정 후보의 주장을 강하게 비난했다.

하지만 친이계 인사들이 만남에 대해 부정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정치적 충고'를 했다고 표현한 것으로 봤을 때, 정 후보 측이 말이 어느 정도 근거는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자 친박계가 바로 반격에 나섰다.

박근혜 전 대표는 이례적으로 발 빠르게 지난 1일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들에게 "우리 정치의 수치"라며 이 전 부의장과 친이계에 직격탄을 날렸다.

평소 언행이 신중한 박 전 대표가 이 같은 즉각적이고 공격적인 표현으로 대응한 것은 그동안 참아왔던 불만이 폭발한 것으로 추측된다.

박 전 대표는 그동안 경주지역 공천에 정 후보를 지지해 왔음에도 지난 총선 공천논란의 주역인 정종복 전 의원이 당 공천권을 따내는 과정에서 내내 침묵을 지키며 중립을 유지해 왔다.

그럼에도 친이계가 정수성 후보 측에 사퇴를 강요하면서 동시에 박 전 대표의 지원유세를 압박하자, 강력 대응 방침으로 급선회를 한 것으로 분석된다.

계파 간 갈등이 전면전 양상으로 확대되자 친이계와 당 지도부는 적극적인 해명에 나서면서 진화에 열을 올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전 부의장은 이날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 친박계가 대거 포진된 경북 지역 의원들을 불러 오찬을 함께 하면서 "나는 그렇게 약삭빠르게 정치를 하지 않는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정 후보가 고의로 기자회견을 한 것은 아닐 것이라 생각하며 선거에서 온갖 소리가 다 나오고 옆에서 이런 저런 소리를 하니까 기자회견을 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제는 잊어버리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사무총장도 이날 박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 "경위를 정확히 파악하기 전에 전직 대표님의 말씀에 코멘트 한다는 게 적절치 않다"며 "박 전 대표는 당에서 높은 자리를 지내신 분이기 때문에 지금 뭐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맞대응을 자제했다.

또 사퇴종용 주장에 대해서는 "서로 오해에서 이런 불씨가 생긴 것"이라며 적극 해명했다.

당 지도부도 함께 나서 거들었다. 박희태 대표는 이날 BBS라디오 '김재원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당이 무소속 후보에 사퇴하라 그럴 수도 없고 여론조사를 해보니 그럴 필요도 없다"며 정 후보 사퇴 종용설은 사실이 아님을 강조했다.

친박계는 친이계와 당 지도부의 적극 해명에 아직까지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은 채 사태를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이런 친박계의 침묵은 경주 재보선 계파 간 대결 구도가 자칫 당 전반으로까지 확산돼 분열기류를 조성할 수 있다는 수 있다는 신중함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발언으로 정 후보는 '박심(朴心)'을 얻은 것이 거의 기정사실화되는 효과를 보게 돼 경주 재보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경주 재보선으로 촉발된 당내 갈등은 양 계파의 자제로 일시적으로 봉합된 듯 가라앉긴 했지만, 다시 깊어진 계파 간 갈등의 골은 선거전이 본격화되면서 언제든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가능성이 크다.

주류인 친이계는 당내 주도권을 친박계에 뺏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 전 의원의 당선에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친박계도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박 전 대표까지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정 후보를 도운 상황이라, 박 전 대표의 영향력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승리를 끌어내야 하는 입장이다.

4.29 경주 재보선이 이제 단순히 지역 보궐선거가 아닌 계파 간 대리전 양상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하면서, 앞으로 선거 양상이 향후 여당 내 권력구도에 어떤 파장을 불러올 지 주목된다.

박정일기자 comj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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