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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복] 능숙한 타잔은 무엇이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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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잔을 아시지요? 오래된 영화 속의 타잔 말입니다. 월트디즈니의 만화영화로도 만들어져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기도 했지요. 얼마 전에 ‘벤처기업들은 정글의 타잔에게서 배우자’는 경영론이 유행하기도 했는데, 썩 재미있습니다. 한 벤처기업의 CEO가 ‘벤처 생존전략’을 만들어 홍보한 뒤 여기저기 사이트에서 그 글을 인용하기도 했습니다. 대부분은 보셨겠지만, 내용은 이렇습니다.

1. 팬티만 입는다 = 타잔이 팬티만 걸치고 지내듯 긴축재정은 필수다. 무리한 사업 확장도 실패의 화근이 될 수 있다.

2. 힘이 되는 동물들을 친구로 만들어라 = 타잔이 혼자서 싸우기 어려울 때 동물 친구들을 부르듯이 다른 기업들과 전략적 제휴와 협력을 강화한다.

3. 강인한 체력이 필요하다 = 타잔 하면 구릿빛 육체미가 연상되듯 벤처기업은 경쟁력 있는 기술력과 아이템이 있어야 한다.

4. 줄을 잘 탄다 = 밧줄타기의 명수 타잔처럼 벤처는 자신만의 네트워크 형성을 잘 해야 한다.

5. 제인과 동거한다= 타잔이 문명세계에서 온 제인과 함께 사는 것처럼 벤처기업은 시너지 효과를 위해 관련 오프라인 기업과 짝을 맺어야 한다.

6. 잘했어, 치타 = 타잔에게 조수 치타가 있듯이 벤처기업 CEO에게는 충성스런 직원이 있어야 한다. 직원에게는 야단치기보다는 칭찬을 자주 해 주어야 로열티가 생긴다.

7. 침입자로부터 정글을 보호한다 = 모럴 해저드에 빠진 일부 기업사냥꾼으로부터 벤처 세계를 보호해야 한다.

8. 고릴라가 키웠다 = 타잔을 고릴라가 키웠듯이 벤처기업은 시작부터 혼자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는 정글의 생존법칙을 배워야 한다.

9. 학습능력이 뛰어나다 = 타잔이 치타에게 밧줄타기를 쉽게 배웠듯이 벤처기업도 전방위 학습능력을 키워야 한다.

억지로 꿰어 맞춘듯한 부분이 조금 눈에 거슬리기도 하지만, 벤처경영을 타잔의 생존 또는 정글지배 비결과 절묘하게 결합시킨 측면에서 보기 드문 수작(秀作) 입니다. 게다가 이 당시는 벤처 위기가 심각할 때였으니 이런 ‘타잔 배우기’가 더욱 주목을 받을만 했지요.

오늘은 타잔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할까 합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타잔에게서 배우기’와는 다른 측면에서 접근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제 주장을 펴기 위해서는 먼저 타잔에 대한 고찰이 필요합니다.

타잔은 원래 소설이었다고 합니다. 미국의 작가 에드거 라이스 버로(1875~1950)라는 사람이 1912년 소설 ‘Tarzan of the Apes’를 내놓았는데, 꽤 인기를 끌었다네요. 독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자 무려 25권이 연작으로 출판되었습니다. 당시는 식민시대였으니 백인들의 아프리카 동경심리와 맞물려 주목을 받을만 했겠지요.

더구나 정글에 홀로 버려진 백인 소년이 유인원들과 함께 자라난다는 설정에서부터 아름다운 백인 여자 제인(흑인이 아닌, 그것도 아프리카 밀림에서)을 만나 함께 모험을 한다는 이야기가 미국인들에게 크게 어필했습니다.

우리가 타잔을 알게 된 것은 TV 영화를 통해서 입니다. 첫 타잔 영화가 만들어진 것은 1918년 입니다. 영화잡지를 뒤져보니, 지금까지 월트디즈니의 만화영화를 포함해 모두 47편의 공식 타잔 영화가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물론 아이디어를 빌려다 쓴 모방작 및 아류작까지 포함한다면 100편을 훨씬 넘을 것입니다.

공식 타잔 영화에서 주인공을 맡았던 배우도 18명에 이릅니다. 1918년의 첫 영화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거대한 몸집의 사나이가 타잔을 연기했습니다. 엘모 링컨이라는 배우인데 힘이 장사여서 야수들과 진짜로 힘을 겨루었다는 전설이 남아 있습니다. 맨 손으로 사자를 죽였다는 얘기가 있는데, 믿거나 말거나지요.

타잔 역할은 주로 운동선수 출신 배우들이 맡았습니다.

수영선수 출신의 버스터 크라베가 1933년에 타잔을 연기한데 이어 1935년에는 10종 경기선수 출신의 허먼 브릭스가 타잔이 됐습니다. 1959년에는 UCLA 출신의 농구스타 데니 밀러가, 1966년에는 미식축구 선수 마이크 헨리가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러나 마이크 헨리의 뒤를 이은 또 다른 미식축구 선수 출신인 론 엘리가 촬영 과정에서의 숱한 부상을 이유로 출연을 포기하면서, 타잔 영화는 한동안 만들어지지 않게 됩니다. 우리들은 타잔과 제인, 그리고 침팬지 치타를 기억하고 있지만 치타는 원작자가 아니라 헐리우드가 만들어낸 배역으로, 원작엔 없습니다.

론 엘리는 1966년부터 68년까지 NBC에서 방영한 타잔 TV 시리즈에도 출연했는데, 모두 57회가 만들어진 이 TV시리즈의 성공으로 영화 제작은 중단됩니다. 돈 내고 영화를 볼 필요가 없어졌으니까요.

어릴 때 그 TV시리즈를 통해 타잔을 접했던 우리들은 론 엘리가 바로 타잔이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가장 타잔 답다’고 평가를 받는 배우는 1932년 ‘Tarzan, the Ape Man’이라는 영화를 시작으로 모두 12편의 타잔 영화에 등장했던 조니 와이즈뮬러라고 합니다.

5개의 올림픽 금메달을 받은 수영선수 출신인 그는 제인을 연기한 모린 오설리번(한때 우디 앨런의 부인이었던 미아 패로의 어머니입니다)과 함께 타잔 영화를 최고의 흥행작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헐리우드식 표현에 따르면 “타잔을 연기한 18명의 배우들이 엄연히 존재하지만 언제나 타잔은 와이즈뮬러로 기억된다”고 합니다.

조니 와이즈뮬러는 루마니아 태생입니다. 그가 수영계에 남긴 혁혁한 성과는 오히려 그늘에 묻혀 있습니다. 1904년 루마니아의 프라이도프에서 태어난 와이즈뮬러는 부모를 따라 세살 때 미국 펜실베이니아로 이민을 갔는데 병약한 체질 때문에 일찍 수영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1924년 시카고대학에 재학중이던 그는 프랑스 파리올림픽에 참가해 금메달 사냥을 시작했습니다. 이 대회에서 100m 자유형, 400m 자유형, 800m 자유형 계영을 석권했고 단체 경기인 수구종목에서 동메달까지 따냈지요. 4년 뒤인 28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올림픽에서는 100m 자유형과 800m 자유형 계영에서 다시 두개의 금메달을 따냈습니다.

두 차례의 올림픽에서 다섯개의 금메달을 따는 동안 그는 올림픽기록 세개, 세계기록 두개를 경신했습니다. 10년에 걸친 선수생활 동안 51차례 세계신기록을 세웠고, 각종 세계 대회에서 모두 67차례 우승을 차지하는 등 참가한 모든 경기에서 1위를 놓친 적이 없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와이즈뮬러가 18명의 배우 가운데 가장 타잔다운 타잔으로 추앙을 받는 이유는 그가 ‘가장 능숙한 타잔’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는 16년 동안 12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흑백영화 시대의 영웅으로 확고히 자리를 잡았습니다.

우리가 ‘타잔’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장면이 ‘줄타고 이동하기’ 입니다. 어린 시절, 즐겁던 타잔놀이를 기억하시는지요. 동네 나무마다 줄을 묶어 놓고 타잔 흉내를 내다가 떨어져 다친 기억 쯤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악당을 잡기 위해, 혹은 사나운 원주민 마을에 감금 당한 백인탐험가를 구출하기 위해 밀림을 이동할 때 타잔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수단이 바로 줄타기 입니다. 높은 나무의 기다란 줄이, 타잔 만이 알고 있는 길목의 요소요소에 준비되어 있어 그의 임무 완수 수단으로 요긴하게 활용됩니다.

타잔을 주의 깊게 살펴본 후배의 지적에 따르면 ‘능숙한 타잔’과 ‘얼치기 타잔’을 가르는 경계가 ‘줄타기 자세’라고 합니다.

자세히 들여다 봅시다. 와이즈뮬러 같은 능숙한 타잔은 줄타는 자세가 다릅니다. 줄을 일찍 놓습니다. 줄을 이용해 공중을 날면 그 뿐입니다. 그 줄을 과감하게 놓고 다음 줄로 손을 뻗칩니다. 그래서 체공 시간이 깁니다. 마치 날아가는 것 같지요. 당시는 컴퓨터 처리기술이 발전하지 않았을 테니, 줄타기 장면의 대부분은 연기자의 기술에 의존했을 것입니다. 론 엘리가 숱한 부상을 당한 이유도 이런 위험 때문이지요.

반면 얼치기 타잔은 줄을 좀처럼 놓지 않습니다. 한 손으로 앞줄을 잡은 뒤에야 다른 손의 뒷줄을 놓는 방식으로 전진을 합니다. 그래서 동작이 굼뜨고 칠칠치 못하게 보입니다. 편집기술을 이용해 빠르게 움직이는 것처럼 조작을 하지만, 때때로 두 손 모두 줄을 잡고 있는 장면이 눈에 들어옵니다.

두려움 때문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타잔 역할은 미국의 대표적인 운동선수 출신이 맡았으므로 이들의 타고난 운동신경과 근력에 약간의 연습만 보태어진다면 줄타고 이동하기 쯤은 식은죽 먹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수의 얼치기 타잔들은 ‘땅에 곤두박질 당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안전장치는 되어 있었을 것입니다)’에 사로잡혀 과감한 연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몸을 던져 연기를 한 와이즈뮬러 만이 수십년이 넘도록 ‘정통 타잔’으로 남아있는 것이지요.

벤처업계에서 만나는 일부 교수나 연구자 출신들을 보면 자꾸 타잔의 줄타기가 생각 납니다. 벤처 창업이라는 새로운 줄을 잡았으면서도 뒷줄(교수, 연구자)을 결코 놓지 않습니다. 놓기가 싫은 것이지요.

두 개의 줄을 잡고 매달려 있는 사이에 경쟁자 타잔들은 저 멀리 앞서 갑니다. 어정쩡한 위치 때문에 중차대한 의사결정이 늦어지거나 보류되지만, 이들의 사고 중심에는 자신의 퇴로를 먼저 확보하려는 안정 희구의식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이 분들은 좀처럼 리스크를 안는 법이 없습니다.

한 교수 출신의 벤처 사업가는 최근 간판을 내리고 학교로 돌아가면서 자신의 실패 이유를 시장 탓으로 돌렸습니다. “우리 시장이 미성숙한데, 너무 앞선 개념을 도입했던 것 같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값진 경험이었고 좋은 시도였다.”

여기서 입장의 차이가 명확해 집니다. 이 분에게는 ‘값진 경험과 좋은 시도’였을지 모르겠습니다만, 그 회사에 젊음을 걸었던 직원들은 과연 어떨까요? 간판을 내린 뒤 집기를 정리하고 다른 일자리를 찾아 정처없는 길을 떠나야 할 직원들 말입니다. 한 때 충만했던 이들의 패기와 꿈, 희망은 어디로 가야 할까요?

공학박사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어떤 벤처기업을 보니, ‘정통 타잔’이 단 한명도 없더군요. 모두가 양손에 각각의 줄을 잡고 매달려 있는 형국입니다.

“물주(대주주)가 지나치게 탐욕스러워 더 이상 함께 일을 못하겠다”고 떠들면서도 “그렇다면 우리가 창업을 해보자”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습니다. 월급만 잘 나오면 그만이라는 사고방식입니다. ‘리스크’라는 용어는 떠올리기도 싫어 합니다.

일부 박사는 회사와 대학이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잘 꾸며서 좋은 결과를 낸 뒤, 교수 임용을 받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습니다. 회사가 잘 굴러가 코스닥 등록이라도 하면 큰 돈을 벌 수도 있으니 이게 바로 일석이조 아니겠습니까. 다른 박사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기술을 개발해 상품화 하는 것보다는 논문을 써서 자신의 업적을 남기는데 더욱 관심이 높습니다.

박사들이라서 그런지 뒷줄(학계)에 대한 미련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선택의 문제입니다. 뒷줄을 놓지 않으면 앞으로 갈 수 없고, 그대로 매달려 있을 수 밖에요. 차라리 뒤로 돌아가는게 구경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시원할 것 같습니다. 답답한 사람들입니다. 사람은 모르겠습니다만, 그 회사가 잘 될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습니다.

기술계통의 사람들만이 그런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들에게는(볼펜 장사들에 비하면) 선택의 기회가 더 많을 뿐입니다. 리스크를 지지 않으려는 것은 상당수 사람들의 공통된 속성입니다. 전력투구를 하지 않습니다. ‘줄을 타다가 떨어져서 머리가 깨져도 좋다’는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이 회사가 심상치 않으면 저 회사로 옮기면 그만입니다. 위험한 줄타기를 즐길 생각이 없습니다.

‘앞’으로 움직이다가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이미 지나오면서 안심할 수 있었던 ‘뒤’에 대한 미련이 얼치기 타잔을 만듭니다. 때로는 앞과 뒤의 어떤 것도 포기하고 싶지 않은 욕심이 전진을 방해합니다. 그러나 맹수들이 들끓는 밀림에서 매달려만 있다는 것은 먹이감이 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물론 ‘앞’과 ‘뒤’는 상대적이며 다분히 관념적입니다. 마음 먹기에 따라 ‘뒤’가 ‘앞’ 으로 돌변하고 그 반대가 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목표를 명확하게 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간혹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하는 사람이 나올 수도 있겠으나 현실은 그리 만만치 않습니다.

영화의 줄타기 장면은 다시 찍으면 그만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라면 얼치기 타잔이 살아남기 힘듭니다. 사업은 영화와 다른 현실입니다. 영화 속의 타잔이 아닌 현실의 타잔이 되어야 밀림을 누빌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낯선 공간에 들어서기 전에, 미리부터 탈출구를 생각합니다. 생소한 세계에 대한 두려움은 만인에게 공통된 감정입니다. 티끌만한 두려움도 없이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다만 정말로 원하는 목표를 향해 행동을 취할 때 공포는 눈녹듯 사라지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행동입니다.

영화의 타잔이 사고로 정글에 버려지는 통에 살아남으려고 적응을 했다면, 우리 세상의 타잔은 스스로 정글을 찾아 나선 사람들 입니다. 두 줄을 잡고 밀림 관광을 즐길 여유가 없습니다. ‘언제든 (문명세계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릴 때에야 비로소 타잔으로서의 자격요건을 갖출 수 있습니다. 게다가 현실의 밀림은 영화처럼 멋들어지지 않습니다. 맹수들은 포악하고 원주민들은 잔인하기 짝이 없습니다.

자신감 넘치는 ‘능숙한 타잔들’이 많이 나타나 그 화려한 줄타기 이동 기술을 보여주었으면 합니다. 사람들은 그런 타잔과 함께 밀림의 심장 속으로 따라 들어가는 것을 주저하지 않습니다.

와이즈뮬러는 1947년 영화계에서 은퇴해 개인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72년 미국의 마크 스피츠가 독일 뮌헨 올림픽에서 100m 자유형을 비롯한 일곱 종목을 석권했다는 소식을 듣고 분통을 터뜨렸다고 합니다. “파리나 암스테르담 올림픽 때 지금처럼 수영 종목이 많았다면 나는 스피츠보다 더 많은 금메달을 땄을 것이다.”

뮌헨대회의 수영 종목은 15개였지만, 30년대 올림픽 수영종목은 여섯 개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이처럼 도도하고 당당했던 ‘정글의 왕’ 와이즈뮬러는 휴양지로 유명한 멕시코의 아카풀코에서 84년 심장마비로 사망했습니다.

‘타잔 조니 와이즈뮬러, 여기 잠들다.’

아카풀코의 묘비에 새겨진 글귀와 같이 그는 한때 세계를 석권한 수영선수보다는 ‘영원한 타잔’으로 사람들의 뇌리에 남아 있습니다.

레스터 서로 교수의 최근작 ‘지식의 지배’에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그 인용으로 말미를 대신합니다. 이 부분을 읽다 보면 여러가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투자는 그 본질상 미래에 대한 자발적인 희생을 요구한다. 어떤 동물들의 체내에는 이러한 자발성이 잠재되어 있다. 그들은 겨울을 대비하여 음식을 비축하고 집을 짓는다. 비버 같은 동물은 댐을 건설하여 주어진 환경을 바꾸어 놓기도 한다. 그러나 상당수의 동물들은 그렇지 않다. 경제적인 면에서 볼 때 후자는 단순히 생활 수준을 대폭 낮춤으로써 그 시기(겨울)를 참고 견디는 것이다.

많은 동물들이 굶주리거나 혹한에 노출되어 목숨을 잃는다. 모든 생명체의 어머니인 자연은 그러한 죽음에 개의치 않는다. 자연은 여름철에 이들 종이 충분하게 태어나게 함으로써 다음해 봄이 될 때까지 그 중 일부가 살아 남을 합리적인 개연성을 높여 이러한 생존 문제를 해결한다.

자연은 개체의 생존 여부에는 관심이 없다. 가장 발빠른 영양도 가장 빠른 사자와 맞닥뜨리면 잡아 먹힐 수가 있고 아니면 우연히 함정에 빠졌다가 발이 느린 사자에게 잡아 먹히는 불운을 당할 수도 있다. 적자생존과 자연도태는 생존과 진보의 군집 양식인 것이다. 종의 생존을 위해서 아주 뛰어난 개체가 생존자가 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여러가지 요인 가운데 하나는 자신의 과거와 미래를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행의 도정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인간은 비록 투자의 결실을 맛보지 못할 것임을 알고 있을 경우에도 미래의 개선에 기꺼이 투자한다.>

/한상복(㈜비즈하이 파트너, 전 서울경제신문 기자) closest@bizhig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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