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망신살'…정족수 부족 해프닝으로 추경통과 무산

한나라당이 12일 새벽 민주당이 불참한 가운데 추가경정 예산안 국회 처리를 시도했으나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의결정족수 문제를 지적한 민주당의 주장에 막혀 끝내 본회의를 열지 못해 실패하고 말았다.

특히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18대 국회 들어 처음으로 야당을 배제하고 단독으로 법안 통과를 시도했으나 절차상 문제로 실패, 향후 정국 경색에 대한 책임론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11일 밤까지 민주당과 한전 및 가스공사 손실보조금 등에 대해 협상을 벌였다. 하지만 막판까지 합의에 실패하자 민주당을 배제한 채 자유선진당 등과 예결특위 소위원회, 전체회의를 연이어 열고 4조2천667억원 규모의 추경안 통과를 시도했다.

한나라당은 그러나 예결특위 전체회의에서 추경안 의결 정족수가 1명 부족하자 예결특위 소속 한나라당 황영철 의원을 같은 당 박준선 의원으로 사보임 조치를 취하면서까지 의결을 강행하려 했다.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 이한구 예결특위원장은 국회 의사국으로부터 사보임 변경 통지가 처리돼야 의결 처리가 가능했음에도 통지를 받기 전 의결을 강행하는 하자를 범했다. 민주당이 이를 지적하며 무효를 주장해 예결위 전체회의 개최가 지연됐다.

한나라당은 본회의장에 의원들을 대기시키고 예결특위 정족수 논란을 피하기 위해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추경안 직권상정을 요구했으나 김 의장은 절차상 하자를 지적하며 이를 거부했다.

결국 한나라당은 새벽 4시 의원총회를 열고 내주 예결특위 전체회의를 다시 열어 추경안을 통과시키기로 결정, 추석 전 추경안 통과에 실패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자신이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서는 원내대표단 전원 사퇴라는 책임론도 거론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추석 전 민생을 돕겠다는 취지로 추경안 처리를 강행했으나 처리에도 실패하고 야당과의 관계도 악화돼 이래저래 곤혹스러운 상황에 몰리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