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예산안, 예결위 통과…'날치기' 오점

진통을 거듭하던 추가경정 예산안이 한나라당과 선진과 창조의 모임의 표결 강행으로 12일 자정을 넘긴 시간 국회 예결특위 추경심사 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논란이 일던 추경안이 결국 민주당이 배제된 상태에서 강행 처리됨으로써 향후 정국은 상당기간 경색이 불가피하게 됐다.

국회 예산결산특위는 국회 본회의에 앞선 11일 밤, 추경심사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잇따라 열어 추가경정 예산안을 처리해 국회 본회의로 넘겼다. 이후 한나라당과 선진과 창조의 모임은 국회 본회의를 열어 이를 처리할 예정이다.

이날 통과된 추경안은 정부가 당초 요청한 추경 예산 4조8천654억원보다 5천977억원이 줄어든 4조2천677억원이었다.

이번 추경안의 최대 난제였던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에 대한 손실 보조금 1조2천550억원은 2천510억원 삭감된 1조40억원으로 통과됐다. 자원개발 예산 1조1천억원 역시 3천억원이 삭감됐다.

그러나 이날 예결특위 소위와 전체회의는 민주당 의원들이 한나라당과 선진과 창조의 모임 의원들의 표결처리 강행 방침에 항의하며 퇴장한 상태에서 이뤄져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날 이한구 국회 예결특위 위원장은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이번 추경안은 거의 전원 의원이 합의한 내용"이라면서 "다만 옥의 티는 한 가지에 대해 민주당 쪽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이 안돼 표결에 민주당이 참석하지 못한 상태에서 다른 의원 위주로 처리됐음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민주당이 제안한 부분에 대해서도 본예산을 심의할 때 충분히 감안해 처리하는데 협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민주당을 끝까지 소위에 참여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이사철 한나라당 간사는 "민주당은 개회시간 3시간 전인 9시 갑자기 2조9천억원을 증액한 안을 내놓는 등 고의적인 시간끌기를 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최인기 예결특위 간사가 "오만과 독선에 찬 이명박 정부,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코드를 가진 독선에 찬 한나라당은 오늘 예결위 소위에서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일방적 날치기로 통과시킴으로써 의회에 커다란 폭거를 자행했다"고 격렬히 비난했다.

최 간사는 "한나라당은 민주당과의 합의와 합의처리 약속을 일방적으로 저버리고 민주당 예결 소위위원이 불참한 가운데 의결했다"며 "예산안에 대해 다수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것은 전례가 없었고 20년 전 권위주의 시대에서나 있을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의 참여 없이 의결된 소위 예산안이 무효라는 점을 강력히 주장한다"며 "앞으로 정기국회 운영을 비롯해 내년 예산안에 대해서도 협조할 수 없다"고 했다.

그동안 원내 교섭단체 간의 합의가 관례였던 추경안이 결국 민주당을 배제한 상태에서 처리됐고, 이에 민주당이 향후 국회 일정에 동의하지 않을 뜻을 분명히 함으로써 18대 국회 첫 정기국회는 대화와 타협보다는 극한 대결과 갈등이 난무할 가능성이 커지는 쪽으로 전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