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에 무대로 돌아온 서태지는 기자회견에서 '지루하지 않는 사람'을 이상형으로 꼽았다.
자신이 전혀 지루하게 살아오지 않은 탓일까? 변화무쌍하고 실험정신과 도전정신으로 똘똘뭉친 서태지는 음악은 물론이고 패션에서도 가장 앞에 서서 대중을 리드한다.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파격적인 음악으로 돌아온 서태지의 이번 패션은 펑크룩이다. 결코 심심할 수 없는 펑크룩, 서태지처럼 톡톡 튀어보자.

발랄, 유머러스한 뉴펑크룩으로 편안하게
컴백 현장에 나타난 서태지는 체크 무늬의 복고풍 재킷에 화이트 티셔츠와 블랙 배기 팬츠로 스타일리시한 면모를 드러냈다. 또 브라운 톤의 선글래스와 로보트 모양의 액세서리 그리고 펑크한 스타일의 스터드 장식 레더 팔찌로 액센트를 줬다.
가장 눈길을 모으는 것은 헤어스타일. 이전 빨강색으로 염색한 머리 등 강렬한 힙합 스타일을 보여준 것과 달리 이번에는 샤프하게 커팅된 샤기컷으로 돌아왔다.
펑크(punk)는 속어로 '시시한 사람' '재미없는 것' '불량소년·소녀' '풋내기' 등 다양한 의미를 갖고 있다. 펑크 패션이 발생한 것은 미국이지만 이를 정착시킨 것은 런던의 젊은이들이다.
1970년대 후반 생겨난 런던의 펑크 패션인 펑크룩은 기성세대에 대한 반항으로 머리를 핑크나 그린으로 염색하고 기분 과도한 메이크업에서 출발했다.
이러한 스타일은 음악 등 다른 문화 사조에도 영향을 미처 펑크록이라는 장르가 탄생했다.
서태지의 이번 컴백 패션은 전통적인 펑크룩에 복고 무드를 살짝 얹은 퓨전 스타일이다. 패션계 전반에 흐르고 있는 복고 무드는 다양한 스타일과 믹스앤매치를 이루며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 내고 있다.
특히 서태지의 이번 스타일은 유럽의 젊은 층을 중심으로 불고 있는 뉴펑크룩의 하나로 해석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스타일은 어둡고 반항심 강한 펑크룩에서 벗어나 발랄한 개구쟁이 소년과도 같은 유머와 재치가 담겨있다.
서태지 컴퍼니 측은 일본인 스타일리스트가 서태지만의 개성 있는 스타일을 만들어내는데 조언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어느때 보다 대중성에 대한 배려가 깊은 이번 앨범의 콘셉트대로 서태지는 패션에서도 강렬한 펑크룩이 아닌 편안함과 스타일리시함을 믹스한 퓨전 펑크룩를 선택했다. 그렇지만 빨강머리처럼 튀지는 않지만 여전히 평범함을 거부하고 있다.
편안함과 스타일리시함, 두마리 토끼 잡았다
서태지가 만들어낸 스타일은 그의 실험적인 행보와 함께 다양한 변주를 일으키지만 가만히 살펴 보면 계보에 따라 연관성을 갖고 변주중이다. 이번 서태지의 펑크룩은 이전 7집 당시 선보였던 유러피안 트래시룩과 근접해 있다.
당시 좀더 대중적인 음악으로 접근하려는 그의 전략은 패션에도 나타나 티셔츠와 재킷으로 수수하면서도 그런지한 스타일을 한껏 살려 파격보다는 친근함으로 다가왔다.
물론 두 스타일은 완전히 다르나 서태지가 파격 혹은 실험, 도전 등의 키워드 보다는 대중이라는 키워드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는데 흐름의 공통점을 둘 수 있다. 그리고 보는 이로 하여금 편안함과 친근함을 주는 동시에 스타일리시함을 잃지 않아 역시 서태지라는 평을 받았다.

트렌드 리더로 우뚝 선 서태지의 스타일 연보
92년 등장한 서태지는 음악만큼이나 파격적인 패션으로 전국을 아노미 상태로 만들었다. 특히 라벨을 붙인 채 옷을 입는 것은 요즘 명품 로고를 드러내고자 하는 대중의 심리를 앞서 시도한 것이다.
또한 야구 캡 모자가 유행이던 당시 서태지가 쓰고 나왔던 중절모와 오버롤즈 패션은 전국적으로 유행하기에 이르렀다.
문화와 트렌드를 읽고 한발 앞서 대중을 리드할 줄 아는 서태지는 2집부터 빨강, 노랑 등으로 염색한 헤어 스타일을 선보였으며, 국악이 들어간 힙합 음악에 (엘레강스한) 앙드레김의 정장을 입어 전형적인 믹스앤매치의 스타일을 선보였다.
이후 4집 '컴백홈'에서는 단발머리, 스노보드 복장으로 다시 한번 대중은 물론이고 패션계와 문화계까지 놀라게 만들었다. 이러한 그의 행보는 정확한 타이밍으로 컴백과 휴식으로 마케팅의 귀재, 가벼운 상술의 발로라는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았다.
하지만 서태지와 아이들에서 보여준 실험성 짙은 패션 스타일은 솔로 앨범 컴백 후 보여준 스타일에 비하면 밋밋하기 그지 없었다.
서태지와 아이들 해체 후 처음 모습을 드러냈던 2000년 8월 공항에 나타난 그는 아저씨 단발로 팬들은 물론이고 언론을 화들짝 놀라게 만들었다.
빨간 레게 머리와 스포티한 레이어드룩, 드레곤 레이어 헤어스타일에 교복 패션, 유로피언 트래시 등 그의 패션 스타일의 변천사는 음악만큼이나 화려하고 다양하다.
뮤지션임에 틀림없는 그가 보여주는 스타일리시한 행보는 단순히 듣기만 하는 음악을 넘어 스타일리시한 음악을 추구하는 음악인들의 취향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누구보다 여행을 즐기는, 그리고 각국의 음악을 섭렵하는 서태지가 이를 모를 리 없다.
/홍미경기자 mkho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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