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형 기기에 주로 사용됐던 플래시메모리가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의 텃밭인 PC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플래시메모리 진영은 초저가 PC 시장 뿐 아니라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를 기반으로 일반 데스크톱 및 노트북시장까지 노리고 있다.
11일 인텔은 전용 '아톰' 프로세서가 탑재되는 초저가 PC '넷북'(노트북)과 '넷톱'(데스크톱)에 HDD대신 2~8GB용량의 플래시메모리 기반 저장장치가 탑재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플래시메모리는 주로 휴대폰, MP3플레이어 등 소형 디지털기기와 USB메모리같은 저장장치에 쓰였다. 그러나 PC 각 부문에 플래시메모리 탑재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등 플래시메모리와 SSD의 디지털기기 시장 침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플래시메모리는 전원이 차단돼도 데이터가 지워지지 않는 특성 때문에 각종 저장매체로 활용되는 메모리반도체다. 플래시메모리 중 하나인 낸드플래시는 최근 차세대 저장장치로 꼽히는 SSD에 활발하게 탑재되고 있다.
SSD는 낸드플래시와 콘트롤러를 결합해 플래시메모리의 단점인 읽기·쓰기속도를 HDD보다 월등히 끌어올린 저장장치다. 빠르게 회전하는 자기디스크(플래터)로 구성된 HDD와 비교해 소비전력·발열·충격·소음 등에서 우수하다는 점도 특징 중 하나다.

◆플래시메모리, PC시장 '침공'
최근 MP3플레이어 및 휴대형 멀티미디어기기(PMP) 기업들은 4.6㎝(1.8인치) HDD대신 손톱만한 크기의 8GB, 16GB 낸드플래시 칩 패키지 탑재에 나서고 있다.
세계 1위 MP3플레이어 기업 애플은 지난 2004년까지 '아이팟 클래식' 제품에 HDD를 썼지만, 이후 낸드플래시 탑재 제품의 비중을 높여 지난 2007년까지 HDD 대체를 거의 마친 상태다.
이제 플래시메모리가 노리는 것은 HDD의 텃밭인 PC 시장. 최근 울트라 모바일 PC(UMPC) 및 초저가 노트북 분야에서 SSD를 전용으로 탑재한 제품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대만 아수스텍의 'Eee PC'가 대표적인 사례.

SSD는 HDD보다 가격이 5~10배나 높은 게 단점이지만, SSD 제조사들이 32GB SSD 가격을 10만원대까지 낮춰 공급하면서 수요를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HDD 및 SSD 업계가 예상대로 4.6㎝ 크기에서 SSD의 HDD 대체가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최근 인텔과 샌디스크, 슈퍼탤런트 등은 초저가 PC 시장을 겨냥한 4.6㎝ 이하 크기, 4~30GB 용량의 다양한 초저가 PC용 SSD를 출시했다. 가격도 수만원 정도로 낮춰 경쟁력을 확보했다.
넷톱과 넷북은 교육용, 개발도상국 시장용 등에 타깃을 맞춘 제품인 만큼 수백GB의 고용량 HDD 대신 저가, 저용량의 플래시메모리 기반 저장장치를 탑재해도 높은 수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인텔의 분석이다.
◇인텔 초저가 PC 사양비교 예시
| 넷 북 | 일반 저가노트북 | |
| CPU | 아톰-싱글코어 1.6GHz | 셀러론-1.73GHz |
| 저장장치 | 플래시 기반 2GB, 4GB, 8GB | HDD 80GB |
| 냉 각 | 팬 없음 | 팬 있음 |
| 화면크기 | 25.4㎝(10인치) 미만 | 35.8㎝(14.1인치) |
| 광디스크 | 없음 | 있음 |
| 무선연결 | 있음(802.11b/g) | 있음 |
| 키보드 | 미니형태 | 보통크기 |
| 메모리 | DDR2 400MHz/533MHz 256~512MB | DDR2 1GB |
| 운영체제 | 리눅스/윈도XP | 리눅스/윈도비스타 |
◆일반 PC-외장형 저장장치 영역도 HDD-SSD 대결 '불꽃'
지난해까지만 해도 지나치게 높은 가격 때문에 SSD가 노트북 등 소비가전 분야에서 확산되는 데는 수년의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올들어 시장판도는 크게 바뀌고 있다. SSD 기업들이 지난해까지 활발히 쓰였던 고가 싱글 레벨 셀(SLC) 낸드플래시 대신 가격이 절반 정도인 멀티 레벨 셀(MLC) 낸드플래시를 쓴 SSD를 대거 출시하면서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는 것.
그러다 보니 초저가 PC뿐만 아니라 일반 노트북과 외장형 저장장치 분야에서도 HDD와 일전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 인텔 등 주요 SSD 기업들은 성능이 떨어지는 MLC 낸드플래시를 쓰면서도 읽기 및 쓰기속도를 초당 200메가바이트(MB/s), 100MB/s 안팎까지 끌어올린 제품들을 하반기 일제히 출시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 2007년까지 나왔던 SLC 기반 SSD보다 더 우수한 성능이며, HDD보다 2~3배 정도 빠른 수준이다.

이에 따라 비슷한 성능을 유지하면서 SSD 가격은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급속히 떨어지게 됐다. 뿐만 아니라 업계 간 대량 공급을 위한 시장 쟁탈전에서 SSD 가격은 추가로 하락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 6월 초 일본 도시바가 128GB SSD를 탑재한 노트북을 출시한 것처럼, 저장용량 또한 HDD에 크게 밀리지 않는 노트북들이 속속 판매될 전망이다.
대만 프리텍은 최근 용량이 48GB에 이르는 USB메모리를 선보였다. 이는 PC 내부뿐 아니라 외장형 대용량 저장장치 부문에서도 HDD와 플래시메모리의 경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글로벌 PC 기업 HP와 국내 늑대와여우컴퓨터는 2008년 들어 SSD를 탑재한 데스크톱 PC를 선보이기도 했다.
48GB USB메모리는 8기가비트(Gb) MLC 낸드플래시를 기준으로 플래시메모리 가격만 15만원 가량에 이른다. 이는 수백GB 용량의 외장형 HDD를 구입할 수 있는 가격. 플래시메모리는 아직까지 외장형 저장장치와 데스크톱 PC 부문에서 가격경쟁력이 떨어지지만, 노트북과 초저가 PC 부문을 중심으로 PC 영역 침투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목마른' 낸드플래시 업계 수요진작 기대
최근 D램 가격이 후발업체들의 경쟁력 약화와 함께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 달리 낸드플래시 가격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2007년 80% 이상 폭락했던 낸드플래시 가격은 지난 2분기 초 애플의 3세대(3G)폰용 물량 구매와 함께 소폭 반등했지만, 이후 다시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낸드플래시 가격이 업계 제조원가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은 삼성전자, 도시바, IM플래시(인텔-마이크론 합작사) 등을 중심으로 생산량을 확대하는 가운데 수요를 이끌 핵심 기기가 없기 때문. 2008년 들어 스마트폰이 낸드플래시 수요를 진작시킬 제품으로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애플의 경우에도 하반기 필요물량을 지난 4월 선구매한 수준에 그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낸드플래시 주력제품(8Gb MLC) 고정거래가격 추이 (단위:달러)
| 2006년 | 2007년 | 2008년 | ||||||||||||||||
| 12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 | 2 | 3 | 4 | 5 | 6 |
| 9.5 | 6.1 | 5.1 | 6.0 | 7.4 | 7.2 | 7.4 | 7.7 | 9.0 | 6.8 | 5.4 | 5.1 | 3.5 | 3.3 | 3.2 | 2.8 | 3.2 | 3.3 | 3.2 |
이런 가운데 초저가 PC 및 일반 노트북을 중심으로 플래시메모리 탑재가 확대되면서 낸드플래시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500달러 정도의 초저가 PC 세계시장 규모가 지난 2007년 50만대 수준에서 오는 2012년 900만대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반기 SSD 기업들이 일반 노트북 시장을 노린 마케팅에 적극 나서면서 100GB 안팎의 대용량을 차지하는 SSD도 적잖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SSD 탑재 시스템 전문기업 ONS의 이기택 이사는 "당초 노트북 시장에서 SSD는 오는 2009년경에나 확산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삼성전자·인텔 등의 시장공략 추이를 봤을 때 확산시기가 2008년 하반기로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은 상태"라고 전했다.
/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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