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은 해지통장에도 잔고가 있다?

신한은행이 인터넷뱅킹용 계좌 관리에 통일성을 잃어 해지된 통장에 잔고가 있는 것처럼 기록되는 등 고객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신한은행 고객인 J씨는 인터넷뱅킹에 접속해 우연히 한 메뉴를 접했다. 그동안 눈여겨 보이지 않던 '신규·해지 메뉴서비스'가 그것. 이 메뉴를 클릭하자 서브 메뉴로 '예금해지·해지예상조회·해지현황조회'가 보였다.

호기심으로 이 메뉴를 누른 J씨는 순간 당황했다. 그동안 자신이 해지한 신한은행 총 6개의 해지 통장이 떠올랐다. 몇 년전의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았던 J씨는 또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해지된 통장 중 2개의 통장에서 각각 5만1천원, 45만5천원 정도의 금액이 기록돼 있었다.

J씨는 자신이 기억 못하는 휴면계좌인 줄 알고 흥분까지 했다. 자신이 기억 못하는 통장에 50여만원의 돈이 남아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통장에 금액이 라고 찍혀 있으니 고객으로서는 그렇게 생각할만 했다. 해지된 통장에 금액이 남아있어 궁금했던 J씨는 신한은행 측에 문의했다.

이같은 상황을 설명하자 본사에서는 다시 콜센터로 연결했고 콜센터는 해당 통장의 개설지점인 여의도남지점으로 전화를 바꿔 주었다. 여의도남지점에서 설명을 들은 J씨는 어이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 밖에 없었다.

신한은행 여의도남지점 측은 "통장에 찍혀 있는 금액은 최종적으로 거래(해지)된 시점의 잔액이 그대로 보여지는 것일 뿐"이라며 "시스템 통합 이전의 자료이기 때문에 그것을 정상적으로 돌리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J씨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해지된 통장이라면 분명히 잔액은 0이 돼야 하는 게 상식. J씨는 "신한은행측의 설명은 다만 인터넷뱅킹에서 그렇게 보여지는 것일 뿐 실제로는 내가 찾아간 금액이라는 설명이었다"며 "통장에 금액이 찍혀 있는데 그냥 보여지는 것 뿐이라고 하면 어떤 고객이 납득할 수 있겠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신한은행 측의 설명은 해지현황 조회이기 때문에 해지당시의 통장잔액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J씨는 이 설명 또한 이해할 수 없었다. 지난 4월1일 신한은행에 가입돼 있던 펀드를 해지했다. J씨는 해지하자마자 해지현황 서비스에 접속했다. 해지날짜(4월1일)와 그리고 금액에는 0원으로 나타났다.

J씨는 "만약 해지날짜의 금액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4월1일자로 해지한 펀드의 금액도 0이 아니라 그 당시(해지시점)의 잔액이 표시돼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만약 해지당시의 잔액을 표시하는 것이라면 메뉴 이름을 '금액'이라고 해서는 안되고 '해지시점 금액'이라고 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한은행 인터넷뱅킹 담당자는 이에 대해 "입출금식 통장과 정기예금, 펀드 등은 조금씩 다르다"며 "입출금식 통장의 경우 해지된 시점의 금액을 보여주는 것이고 펀드는 연결계좌로 바로 입금되기 때문에 0으로 표시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금액'이 아니라 '해지된 시점의 금액'으로 표시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 부분은 내부적으로 의견을 조율해 봐야 할 것 같다"고 즉답을 피했다.

고객으로서는 헷갈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지난 2007년 12월말 현재 국내 인터넷뱅킹 등록 고객수는 약 3천800만명에 이르렀다. 2002년말 1천771만명과 비교하면 5년 만에 무려 두배 이상 증가했다. 2007년 인터넷뱅킹을 통한 조회, 자금이체와 대출 서비스 이용건수도 하루평균 1천792만건으로 2006년보다 무려 40% 늘어났다.

갈수록 인터넷뱅킹을 이용하는 고객이 급증하고 인터넷뱅킹을 통해 은행업무를 보는 것이 보편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마당에 신한은행의 헷갈리는 계좌관리는 인터넷뱅킹에 대한 신뢰에 의문이 생기게 한다.

J씨는 "보여지는 것일 뿐 실제로는 찾아간 금액이라면 통장잔고는 분명히 0이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단순한 이런 수치조차 실제와 다르다면 인터넷뱅킹을 어떻게 신뢰하고 이용하겠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