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은 변화하고 또 진화한다. 그러면서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국가·기업 간 격전이 벌어진다. 신시장 개척을 위한 분석과 도전은 '디지털 한국'의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아이뉴스24는 창간 8주년을 맞아 디지털 시대를 주도할 '신격전지'를 조망해보고, 우리나라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방안을 연중기획으로 고민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신성장동력 찾기가 한창이다. 한국 경제를 이끌어갈 정책주체로 재출범한 지식경제부는 신성장동력의 하나로 자동차, 조선, 의료, 국방, 건설 등 5개 주력산업에 IT를 접목하기 위해 오는 2012년까지 1조원을 투입키로 했다.
일반 제조영역에 IT를 융합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내장형(임베디드) 소프트웨어(SW)와 통신·네트워크다. 지식경제부의 정책 추진과 함께 국내 임베디드 SW 산업은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전망이다.
'IT 아닌 것이 없다'고 할 정도로 정보기술이 생활 깊숙이 파고들었지만, 새로운 시장은 끝없이 열리고 있다. 세계적으로 4세대(4G) 통신이 확산되면서 새로운 IT 서비스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거의 모든 디지털기기에 채택되고 있는 액정표시장치(LCD)를 대체할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가 소비자 곁으로 오면서 한국이 '디스플레이 강국'의 위상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차세대 디지털기기 저장장치로 꼽히는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는 성능은 물론, 소음과 발열 등 불편을 제거해줄 수 있는 기기로 벌써부터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와 격전을 벌이고 있다. 이밖에 오래 전부터 관심을 끌어왔던 로봇과 바이오·나노, 금융 IT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이러한 '신격전지'에서 국내 기업들은 세계 수준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 확대와 신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각 사업영역은 다국적 '공룡 IT 기업'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부가 면밀한 공조로 시장을 주도해나가는 한편, 소비자들에게 풍요로운 '디지털 삶'을 제공했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차세대 격전지'들을 살펴본다.
◆'뜨겁게 달아오르는' 4G 통신시장
4G 통신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4G는 인터넷과 음성전화의 경계를 완전히 허물어버릴 기술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재 4G 유력기술은 3가지로 압축되고 있다. 유럽진영이 내놓은 3G LTE(Long Term Evolution)와 한국 주도의 와이브로, 퀄컴의 UMB(Ultra Mobile Broadband)가 바로 그것. 이 중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기술은 3G LTE와 와이브로 2가지다.
한국업체들은 3G LTE와 와이브로 양쪽에서 모두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와이브로 표준화를 주도하고 있으며, LG전자는 노텔과 함께 3G LTE 상용화 기술에 힘을 쏟고 있다.
유럽과 미국 등 상당수 국가들은 3G LTE를 유력기술로 보고 있다. 가장 많은 이동통신사가 LTE 기술을 4G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와이브로 역시 미국 지역에서 상용화를 시작하고 중남미, 동남아시아 등 신흥시장에서 세를 넓혀가고 있어 두 진영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와이브로에 가장 앞서고 있는 회사는 삼성전자와 KT, 포스데이타 등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에 이어 일본 UQ커뮤니케이션과 함께 와이브로 사업에 나섰다. UQ커뮤니케이션은 일본 2위 이동통신사 KDDI와 교세라, 인텔캐피탈 등 6개가 함께 설립한 컨소시엄이다. 이미 삼성전자는 미국 이동통신사 스프린트와 와이브로 상용화에 나선 상태다. 일본 지역에서는 오는 2009년 2월부터 상용서비스가 시작된다.
포스데이타는 와이브로 장비 수출을 차근히 늘려가고 있다. 최근 포스데이타는 싱가포르항만청(MPR) 및 정보개발청(IDA)와 공동으로 항만 무선인터넷 사업을 위해 협력했다. 이 사업이 완료되면 싱가포르 인근해에서도 무선인터넷이 가능하다. 인터넷 프로토콜(IP) 기반의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KT는 지난 2007년 인수한 우즈베키스탄 통신업체 수퍼아이맥스와 이스트텔레콤을 통해 타슈켄트와 사마르칸드 등 현지 12개 도시에서 와이브로를 포함한 초고속 인터넷서비스를 시작한다. 이외 중남미, 인도, 동남아 등 여러 신흥시장에서 와이브로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 '개화'…세계1위 '맹주' 기대
LCD,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에 이어 OLED 시장이 개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AMOLED 대량 양산에 성공하는가 하면, 향후 재료·장비 국산화율 제고로 산업 규모를 더욱 키워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은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LGD), LG전자, 삼성SDI 등이 LCD, PDP 선두권을 달리고 있는 명실공이 디스플레이 강국이다. 지난 2007년 하반기부터 삼성SDI가 소형 AMOLED 대량 양산에 들어가면서 시장 확대를 주도하고 있다.
AMOLED는 스스로 빛을 내는 유기물질을 이용한 디스플레이로 현재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LCD보다 밝기, 화질, 두께, 소비전력 등 다양한 면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 아직까지 제조비용을 줄이고 대형화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다소 미진한 상태지만, 향후 LCD와 시장 경쟁에 나설 수 있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각광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AMOLED 분야에서 일본, 대만 등 디스플레이 경쟁국을 압도하고 있다. 삼성SDI가 소형에 이어 TV용 중형 제품의 상용화를 앞두고 있고, LGD도 소형 제품의 대량양산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세계 1~2위 LCD 기업인 삼성전자와 LGD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의 확대와 함께 AMOLED 분야에서 TV용 대형 제품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기술들을 개발하고 있다.
AMOLED는 2007년 말부터 휴대폰, MP3플레이어에 이어 디지털카메라, 내비게이션, 디지털액자 등 중·소형 디지털기기에 속속 채용되고 있다. 아직까지 가격이 지나치게 높은 상황이지만, 시장의 확대와 기업들의 기술 성숙도 추이에 따라 노트북·TV 등 중·대형 제품에도 AMOLED가 확대 채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OLED 시장 매출 추이 (단위:100만달러) 2006 | 2007 | 2008 | 2009 | 2010 | 2011 | 2012 | |
OLED 매출 | 477 | 559 | 1,148 | 1,829 | 2,968 | 3,869 | 4,142 |
AMOLED 같은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발전은 초슬림 디지털기기처럼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창출해 디스플레이 산업 규모를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 속에서 국내 디스플레이 제조사들이 수출 규모를 확대하고, 재료·장비기업들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높다.
일본 소니는 지난 2007년 11월 세계 최초로 28㎝(11인치) AMOLED TV를 상용화하면서 LCD TV에서 밀리는 시장 지위를 되찾겠다는 야심을 보이고 있다. 이외 일본 엡손, 캐논, TMD와 대만 CMEL 등 상당수 기업들도 OLED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디스플레이 제조사와 부품·장비 중소기업의 협력이 정부 연구개발(R&D) 지원과 맞물려, 우리나라가 OLED 시장의 확고한 선두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매진해야 할 것으로 요구된다.
◆'신개념 디지털기기' 저장장치 SSD로 '세계일류' 꿈꾼다
메모리반도체를 활용한 차세대 디지털기기 저장장치 SSD가 뜨고 있다. SSD는 현재 PC 등에 대중적으로 쓰이는 HDD에 비해 성능 및 안정성에서 월등한 우위를 보이고 있다.
HDD는 빠르게 회전하는 자기디스크(플래터)의 정보를 바늘 모양의 헤더가 읽어내는 구조를 보이고 있다. 아직까지 가격이나 용량 면에서 HDD가 크게 앞서는 상황이다. 하지만 메모리반도체와 콘트롤러의 조합으로 구성되는 SSD는 속도와 안정성을 기반으로 용량을 확대하고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할 수 있는 잠재력이 높다.
국내 삼성전자, 엠트론, 오픈네트써비스(ONS) 등 기업들은 SSD 및 관련 기업시스템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삼성전자, 하이닉스반도체 등이 세계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1, 2위를 달리고 있다는 점은 우리나라가 SSD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
SSD는 휴대폰이나 MP3플레이어 등에 쓰이는 소형 저장장치와 달리 HDD와 같은 대용량을 구현하기 때문에 재료로 쓰이는 플래시메모리의 대형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 바꿔 말하면 삼성전자, 하이닉스같은 플래시메모리 제조사들은 SSD 업체들에 제품을 공급해 물량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도 얻을 수 있는 것. 이 때문에 국내 기업들 간 전략적인 협력 및 제휴가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2007년 세계 반도체 1위 기업 인텔과 HDD 1위 씨게이트테크놀로지, 플래시카드 1위 기업 샌디스크, 낸드플래시 2위 도시바, 그리고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슈퍼탤런트 등 글로벌 기업들의 SSD 시장 진출 및 사업 확대가 본격화됐다. SSD 시장을 놓고 글로벌 기업 간 기술 및 시장선점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성능 면에서 우위를 확보했지만, 기술과 마케팅은 다르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상황이다. 지난 2007년 정부 차원에서 SSD를 '세계일류상품'으로 꼽았으나, 한국이 시장 선점에 나설 수 있도록 더 전략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으로 요구된다.
◇세계 SSD 시장규모 및 평균가격 추이2006 | 2007 | 2008 | 2009 | 2010 | 2011 | 2012 | 연평균 성장률(%) | |
수요량 (1천대) | 112 | 352 | 4,444 | 18,841 | 40,659 | 59,363 | 82,710 | 200.5 |
매 출 (100만달러) | 370 | 587 | 1,832 | 4,477 | 6,649 | 8,674 | 10,170 | 73.7 |
평균가격 (1달러) | 3,296 | 1,668 | 412 | 238 | 164 | 146 | 123 | -42.2 |
시장조사기관 웹피트리서치에 따르면 SSD 세계시장 규모는 연평균 74%씩 성장해 오는 2012년 102억 달러 규모를 형성할 전망이다. 이는 지난 2007년 하반기 SSD 시장이 본격 개화되기 이전에 예측한 수치로, SSD의 발전 가능성을 보면 이보다 더 큰 시장이 열릴 수 있다는 기대도 높다.
시장조사기관 IDC가 집계한 지난 2006년 기준 세계 HDD 시장규모는 296억 달러였다. SSD가 가격이나 소비자 인지도 면에서 약점을 개선할 경우 HDD 시장을 빠르게 잠식할 수 있는 상황이다.
◆IT융합의 핵심 임베디드SW…한국 잠재력 커
임베디드 SW는 모든 기기와 장비의 '두뇌'로서 중요성 때문에 SW 분야 '꽃'으로 불린다. 한국은 우수한 모바일 인프라와 휴대기기 분야 제조능력으로 이미 이 분야 성장 기대주로 자리 잡고 있다.
임베디드 SW는 휴대폰, 개인용 디지털기기(PDA) 등 무선기기부터 디지털가전, 자동차, 국방, 항공 등 다양한 분야의 장비에 내장되는 핵심기술이다. 제품들의 기능을 다양화하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역할을 한다. 각종 디지털기기에서 딱딱한 하드웨어(HW)를 제외한 모든 것이 임베디드 SW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게다가 새로운 IT 기기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고려하면, 임베디드 SW가 활용될 분야는 앞으로도 무궁무진하다.
최근 지식경제부가 IT와 자동차, 조선 등 산업을 결합한 융합시대를 열겠다고 밝힌 계획에서도 임베디드 SW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기기와 SW의 결합에 있어 임베디드 SW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IBM, 오라클 등 세계적인 SW 기업들은 신성장동력으로 임베디드 SW를 선정,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국내 임베디드 SW시장은 그동안 풍부한 모바일 환경과 세계적인 하드웨어 제조업체들이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아왔다. 글로벌 SW 기업들은 이미 국내에 연구개발센터를 설립하고 한국을 임베디드 SW의 테스트베드, 기술개발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국내 시장은 규모와 성장률 면에서도 높은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국내 임베디드 SW 생산액은 89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이 같은 수치는 세계 임베디드 SW 생산액의 7% 수준이다.
기업용, 개인용 SW를 모두 합친 국내 SW 시장이 세계 SW 시장규모의 1%에 미치지 못하는 것과 비교하면 국내 임베디드 SW 산업의 전망이 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시장조사기관인 IDC는 2008년 국내 임베디드SW 시장 규모는 약 2조600억원을 기록하며 20% 이상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이 '모바일 강국'이라는 점 역시 임베디드 SW 시장 확산에 있어 매력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세계적인 모바일기기 생산업체가 있는 국내 시장은 어느 시장보다도 빠르고 새로운 기술을 선보일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고 평가받고 있다.
◆'IT기술의 결정체' 지능형로봇 '출동'
국내 로봇시장은 지난 2006년 말 기준 약 7천260억원 규모로 세계 6위 수준을 나타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국내 로봇시장은 매년 35%씩 성장하고 있다.
정부가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지능형 로봇으로, 현재 세계시장 규모가 약 85억 달러 정도로 초기단계에 있다. 그러나 지능형 로봇은 10년 이후 비약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기술 트렌드는 상용화기술이 원천기술을 이끌어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로봇 산업에서도 실용성 높은 기술 및 제품을 개발해 초기 시장수요를 창출하고, 빠르게 시장을 선점하는 일이 중요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식경제부는 가전, 자동차, 통신 등과 연계해 지능형 로봇을 육성할 계획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지식경제부가 옛 정보통신부의 로봇 관련 정책기능을 통합함으로써, 불필요한 경쟁 없이 효율적인 R&D 지원을 해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적인 IT 인프라를 자랑하며 첨단기기에 대한 수용성이 빠른 한국은 지능형 로봇의 초기시장 창출이 원활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2002년 국제로봇연맹은 오는 2020년까지 세계 로봇시장이 5천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 예측했다. 빌게이츠 MS 회장도 "PC 이후 세대는 로봇혁명시대"라며 "로봇의 현재 위치는 1970년 PC 초기 상황과 유사하며, 향후 로봇산업도 급격히 성장할 것"이라 내다봤었다. 이처럼 앞으로 로봇 수요는 기존 산업현장은 물론 환경, 실버, 의료, 국방, 교육 등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필연적으로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선 유진로봇, 다사로봇, 이노메탈이지로봇, 마이크로로봇, 그랜드포트 등이 지능형로봇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은 10여년 전부터 가사 및 공공서비스 도우미 로봇, 교육용 로봇, 완구 로봇 등 제품 개발로 성장해왔다.
최근 현대중공업, SK텔레콤, 현대로템, 노틸러스효성 등 대기업들도 서비스로봇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활발한 사업 참여로 기술 개발 및 시장 확대를 견인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강화돼야 할 것으로 요구된다.
◆바이오·의학의 요체 '맞춤의학시대' 열린다
게놈정보의 '맞춤의학시대'가 다가옴에 따라 보건의료와 연결된 바이오산업이 부각될 전망이다. 바이오산업은 지난 2000년 인간게놈 초안 발표로 단숨에 보건의료산업의 핵심 분야로 부상했다.
그러나 바이오산업은 지난 7년 간 기술적 장애와 산업화의 어려움 때문에 그다지 큰 성과를 내지 못했던 게 사실. 이제 '개인별 인간게놈 프로젝트시대'를 맞아 바이오산업은 의료 핵심산업으로의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이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사람마다 각기 다른 질병소인을 진단해내는 '맞춤의학' 시대가 열리기 때문.
미래 바이오산업의 80~90%는 보건의료와 연결돼 있을 만큼 맞춤의학 시대 개막이 바이오산업에 미칠 파급효과도 크다. 유전체 관련 기업뿐 아니라 바이오마커, 진단시약, 염기서열정보에서 정보의학, 정보처리산업 등에 이르기까지 관련 분야가 넓고 필요한 기술인력도 막대하기 때문이다.
바이오 인력만 해도 미래에 필요한 유전체 바이오 서열분석 기술요원과 1인당 30억개의 서열정보에서 질병 관련 정보만 추려낼 대용량 정보처리요원의 수는 각각 5천명 이상이 필요하다. 향후 지역별 유전체분석센터가 미국에만 최소한 3천개 이상이 생기고, 세계적으로 5천~1만개 정도가 개소한다고 볼 때 필요한 정보의학 요원의 수는 적지 않을 것으로 파악된다.
선진국은 이미 다양한 개인별 게놈분석에 대응하고 있다. 미국 NIH, MIT보드연구소, 영국 생거센터에선 '게놈 1000 프로젝트'(서양인 1천명의 게놈분석 계획)를 착수하려 하고 있다. 다국적 인터넷기업 구글도 유전정보 온라인회사를 설립하는 등 개인별 게놈분석 분야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최근 중국도 선전에서 1명의 중국인 게놈 전 서열분석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한국은 유전정보 수집, 이동, 분석에 필수적인 IT 기술과 탄탄한 서양식 의료기반 등 '아시아 바이오 메디컬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유전정보가 비슷한 아시아인들의 유전정보를 확보, 송도에 '아시아 게놈센터'를 설립하면 선진 다국적 제약사들이 이곳에 자연스레 모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 아시아 게놈프로젝트 인프라 구축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정선 바이오벤처협회장은 "앞으로 5년 내 '1인당 게놈분석 1천달러시대'가 올 것"이라며 "정부가 50억~100억원 정도를 투자하고, 나머지를 민간이 지원해 '아시아 게놈프로젝트'에서 중국보다 앞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산업 차원에서도 미래의학과 관련 있는 바이오산업을 게놈산업으로 특화해 집중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생명현상 관련 연구정보를 수집·관리·분석할 뿐 아니라, 신약 타깃물질을 탐색하는 생명정보학(바이오인포매틱스) 분야에서 국내 인프라 및 기술 역량은 선진국에 비해 취약한 실정이다.
국내에선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국가유전체정보센터에서 생물정보 데이터베이스(DB)를 개발한데 이어 기업 차원에서 마크로젠 등 바이오기업을 비롯해 삼성SDS, 비트컴퓨터 등이 생명정보학의 연구 및 기술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금융IT, '동남아 금융허브' 구축과 함께 '쑥쑥'
바야흐로 '전자금융 시대'가 열리고 있다. 거미줄처럼 연결된 통신망을 타고 세계 금융가는 더 밀접해지고 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가 세계를 휩쓸고 있고, 실시간으로 해외 증권시장 상황이 전달되는 것은 모두 IT 기술의 발전 덕이다.
금융이 IT화되며 '동남아시아 금융허브'를 목표로 하는 국내 금융시장의 성장도 가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 금융시장의 강점이 바로 IT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발달한 초고속인터넷망과 각종 거래시스템이 자리를 잡으면서 우리 금융시장도 선진시장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를 잡고 있다.
그 중에서도 증권 관련 금융 IT의 해외 진출이 두드러진다. 은행, 보험 등 타 분야에 비해 우리 증권선물거래시스템은 세계 일류급 수준으로 평가된다. 우리나라의 증권거래시스템은 신흥 동남아 증시 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동남아 금융허브 육성이란 목표에 IT시스템이 한 몫 단단히 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말레이시아 거래소 관계자는 한국증권선물거래소(KRX)와 코스콤이 개발한 채권매매시스템을 공급받고 나서 놀란 입을 다물 수 없었다고 한다. 1년여만에 개발된 이 시스템은 운영 1주일만에 말레이시아 채권거래시스템을 장외 중심에서 장내로 혁신시키고 있다. 이같은 성과에 말레이시아거래소는 2차 시스템 역시 KRX에 맡겼다.
KRX는 말레이시아 외에도 우즈베키스탄,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 증시와 협력해 IT시스템 수출과 현지거래소 지분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해외거래소와 제휴에 있어 우리 IT시스템이 전략 수출상품이 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증시 IT시스템의 우위는 선물옵션 거래에서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코스피200을 중심으로 한 국내 파생상품 거래 규모는 거래량 기준 단연 세계 1위다. 지난 2007년 하루 평균 거래액도 30조원에 달했다. 시장 개설 이후 100% 전산으로 이뤄지는 거래가 아무런 문제없이 운영되고 있다. 그만큼 세계적인 신뢰성을 확보한 셈이다.
KRX의 시스템 외에도 국내 증권사들이 개발한 홈트레이딩시스템(HTS)나 몇몇 기업들이 서비스 중인 증권정보시스템의 수출도 가시화되고 있다. 국내 HTS시장을 개척한 대신증권은 태국 등 동남아시장에 IT시스템을 수출했다. 워낙 치열한 경쟁 끝에 살아남은 이들 시스템들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제품이라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급성장 중인 중국증시는 국내 IT시스템 수출에 좋은 텃밭이 될 전망이다.
/아이뉴스24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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