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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숙 영진위 위원장 "영화계 위기, 방어 못한 책임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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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의 표명한 안 위원장 고별사

지난 5일 사의를 표명한 안정숙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인 6일 오전 '공무원에서 영화인으로 돌아가는' 심경을 밝혔다.

오는 5월 27일이 임기 만료인 안 위원장은 '지극히 개인적인 사정'으로 사표를 제출하게 됐다며 위원장직을 중도하차했다.

안 위원장은 '영화계에 드리는 말씀'이라는 글을 통해 사의를 표명한 이유와 위원장직을 떠나는 감회, 현 한국영화계의 문제점과 과제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안 위원장은 "지난해 한국영화 중 흑자를 기록한 작품은 13편이다"며 "이는 영화관에만 의존해야 하는 영화의 현실 때문이고 이 '위기'는 영화계 밖으로부터 온 것이다"고 말했다.

또 한국영화계의 위기를 가져온 영화계 밖의 문제에 대해 "방어를 철저하게 하지 못한 책임을 묻는다면 인정하겠다"고 마지막 심경을 밝혔다.

안정숙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임으로 오는 5월 영화진흥위원회 4기 위원회가 새롭게 구성될 때 현 위원장 직무는 이현승 부위원장이 대행한다.

이하 안정숙 위원장의 고별문 전문

공익근무를 마치고 영화인의 자리로 돌아가며

제가 지극히 개인적인 사정으로 주어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영화진흥위원회를 떠납니다. 공익근무하라고 저를 위원회로 파견해주신 영화계 여러분께 먼저 상의 말씀을 여쭈어야 마땅했으나 그러지 못한 점 넓은 아량으로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출발부터 저는 저 자신이 최선의 영화진흥위원장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 때 저의 개인적인 여건 역시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일하기에 적절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영화계의 명령과 부르심을 거역하지 못하고 스스로에 대한 회의, 현실적 여건과의 갈등을 접고 저의 최선을 다하리라고 다짐하며 3기 위원회에 합류하였습니다.

떠나는 지금도 저는 제가 최선의 영화진흥위원장이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많이 부족했습니다.

저의 임기 중 한국 영화는 스크린쿼터의 축소와 영화산업의 수익성악화와 그로 인한 투자의 위축, 수출의 부진 등 여러 어려움 만났습니다. 이러한 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진흥정책을 만들면서 저는 이 정책으로 이 방책들로 한국영화산업의 지속적 발전과 영상문화의 함양을 이루어 낼 수 있을지 불안과 회의로 밤을 지새기도 하였습니다.

부족한 저를 영화계 여러분께서는 항상 격려해주셨습니다. 투자환경 개선을 위해 중대형 투자조합의 설계를 함께 해주셨습니다. 비디오 디브이디 시장을 초토화시킨 불법다운로드완 불법복제를 근절시키고 뉴미디어 시장을 새로운 수익의 장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의지를 함께 모아주셨습니다. 영화의 다양성을 보장해 줄 제도와 공간을 확보하는 힘을 주셨습니다.'한류'의 거품이 꺼진 뒤 새로 길을 내야할 해외시장으로 발을 내딛는 동지가 되어주셨습니다.

참으로 어려운 시기에 한국영화사가 시작된 이래로 지속되어온 스태프 처우 개선의 숙제를 제작가 협회와 영화산업노조의생산적 단체협상으로 상생의 대화로 풀기 시작하셨습니다. 여러분의 격려와 질책과 참여가 없었다면 영화진흥위원회의 영화정책은 수립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 많은 회의와 TF에 만사를 제쳐놓고 달려와 경험과 지혜를 쏟아놓으신 여러분께 흔쾌히 그분들을 그 시공간으로 파견하신 더 많은 여러분들께 심심한 감사를 드립니다.

이러한 대화와 공동체 정신이 '뉴코리언시네마'라 일컫는 한국영화의 기적을 만들어낸 힘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한국영화위기론'이 회자되고 있는 2007년 상영된 112편의 한국영화 가운데 관객 100만 명 이상을 만난 작품이 31편입니다.

10억원 미만의 저예산 영화 35편을 빼고 본다면 4할 이상이 백만 명을 넘긴 것입니다. 이것을 인구 1억 2천 7백만명, 연간 제작편수 407편의 일본에서 10억엔 이상 수입을 올린 영화(약 82만명)가 51편이라는 사실과 비교해봅시다.

그런데 2007년에 흑자를 기록한 한국영화는 13편입니다. 이 기묘한, 한국 외부에서라면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상황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우리 영화계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영화관에만 의존해야 하는 영화의 현실 때문이고 이 '위기'는 영화계 밖으로부터 온 것입니다. 물론 방어를 철저하게 하지 못한 책임을 묻는다면 인정하겠습니다.

이 왜곡된 구조를 바로잡고 정보화 사회를 앞당기고 IT 산업확장으로 가는 길에서 희생된 한국영화의 부가시장을 회복하는 노력, 발달된 기술을 영화의 새로운 수익창구 개설에 활용하는 노력, 유통을 담당하는 대기업과 전문 프로덕션이 서로의 역할을 충분히 인정하며 합리적이고 공정한 상생의 길을 찾는 노력 등을 저는 영화인 여러분과 제 4기 영화진흥위원님들께 짐으로 넘겨드리고 떠납니다.

이른바 '서사의 위기'를 극복하고 한국영화의 창조성을 강화해나가는 일, 디지털 시네마의 시대로 효과적으로 진입하는 일, 한국영화의 국제화를 꾀하고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일, 영화인들의 복지제도를 정착시키는 일, 영화인력전문화와 지속교육을 통해 영화제작의 효율성을 높이는 일, '스크린 독과점'을 슬기롭게 해소하여 영화의 다양성-다양성 영화만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을 확보하는 일 등 아주 많은 과제를 저는 다 풀지 못하고 떠납니다.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영화계 여러분께서 이제까지 해오신 것처럼 여러분들이 이 숙제들을 반드시 풀어내시리라 믿습니다. 새로 만든 길을 미처 돌아볼 틈도 없이 질주하며 한국영화 역사의 아름다운 장을 만드신 그리고 그 역사 자체가 되어버리신 영화계 여러분이시기에 저는 정말 한국영화의 힘을 믿습니다.

아, 드릴 감사가 더 있습니다. 어려운 때에 영화발전기금을 모아주시는 극장과 제작배급관계자 여러분께 깊이 머리숙여 감사드립니다. 발전기금은 극장만이 아니라 방송과 통신 역시 부담해야한다는 것이 저의 생각이었습니다만 이 역시 내일의 과제가 되었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 식구들에게서 보내는 편지에서 제 마음을 진흥위원회에 남기고 간다 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 남겼습니다. 거추장스럽지 않도록.

부여해주신 임무를, 시간을 다 하지 못하고 개인의 인연에 얽매여 떠나는 저를 흉보시고 질책해 주십시오. 다만 여러분께 드리는 감사와 애정은 거절하지 말아 주십시오.

/정명화기자 some@joynews24.com 사진 조이뉴스24 포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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