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사업이 10년이 넘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습니다."
안철수연구소 김홍선 제품개발연구소장은 국내 보안 업계를 향해 따끔한 충고를 아끼지 않는다.
김 연구소장은 ISS와 시큐어소프트를 설립하고, 유니포인트의 보안사업부와 안철수연구소의 기술고문을 거쳐 지금의 제품개발연구소장을 맡게 됐다. 김 연구소장은 안쳘수연구소의 글로벌 제품 전략 수립을 비롯해 제품 기획·개발 및 적시 공급, 유지보수 총괄, 신기술 기획 및 확보 등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기술 상품화에 주력하는 '보안 1세대'
그런 그에게서 '해결 과제 산적한 보안 업계'라는 지적이 나온 것이 예사롭지 않다. 이는 아마도 보안 업계를 이끌어온 한 사람으로서 보안 업체에 대한 애정이 밑바탕이 된 진심어린 충고일 것이다.
"올해 초 안철수연구소에 들어와 네트워크 사업을 안착시키는 데 주력했습니다. 네트워크 보안을 넘어 안철수연구소의 콘텐츠, 상품, 기술력을 해외에 전수하는 것 역시 제 역할이죠."
김 연구소장은 막상 글로벌 진출 전략을 수립하다 보니 안철수연구소의 글로벌 콘텐츠가 상당히 미비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국내 대표 보안 기업인 안철수연구소가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 성공 모델을 수립해야 한다는 일종의 책임감을 동시에 느꼈다고 한다.
"보안 업체만이 경쟁 상대라는 생각은 떨쳐버려야 합니다. 주요 포털업체 뿐만 아니라 hp, IBM, EMC 등 다른 분야라 여겼던 기업들이 모두 경쟁상대입니다."
기존 경쟁체제가 수직 경쟁체제였다면 지금은 네트워크 경쟁체제라는 것. 김 연구소장은 글로벌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경영권 안정, 자금력, 브랜드 인지도가 수반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0년대 초반 IT 버블현상이 나타나면서 누구나 보안 업계에 뛰어들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 때 안철수연구소가 전략적인 선택을 통해 해외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지 못한 것은 반성할 일이지만, 상황적 여건이 조성되지 않은 것도 문제였습니다."
김 연구소장은 안티 바이러스사업을 '조(兆)' 단위로 운영하는 글로벌 업체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전략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쟁자와 동반자가 혼재된 상태에서 파트너십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며, 적절한 파트너를 선정해 업계 리더로서 방향을 설정하는 것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해외 진출 시 나라별로 특화해서 마케팅 활동을 펼쳐야 합니다. 아시아나 남아메리카 시장에 미국과 유럽식 모델을 적용한다면 백전백패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산업을 주도하는 국가인지 아닌지 여부 등을 파악해 적절한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하고 게임 룰을 만들어갈 수 있어야 해외 진출에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김 연구소장은 말한다.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 가진 업체로 변모
"이제 보안 시장은 복합적인 환경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네트워크, PC와 같은 단말기, 애플리케이션 이 세 가지가 결합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김 연구소장은 네트워크 보안과 PC보안을 동시에 구축한 안철수연구소가 일종의 독특한 입지를 구축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이제 PC 뿐만 아니라 모든 IT 기기들에 보안은 필수요소로 자리잡을 겁니다. 보안의 영역이 광범위해지고 형태 역시 단일 제품이 아닌 서비스 형태로 나아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과거 10년동안 보안 업계는 벤더가 이끌어가는 게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시장의 요구에 적극 대처할 수 있는 업체가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김 연구소장은 말했다.
보안 업계에 발을 들이기 전부터 '기술을 상품화하는 것'에 흥미가 많았다는 김 연구소장은 향후 기술력을 밑바탕으로 삼아 적절한 제품 컨셉을 부여해 국내 및 해외시장에서 인정받는 제품으로 개발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안티 바이러스 패키지 위주 사업에서 벗어나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가진 역동적인 업체로 변모해야 한다고 그는 거듭 강조했다.
김 연구소장은 자신이 갖고 있는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데 관심이 많다. 지난 9월부터는 고려대 정보경영공학전문대학원 정보보호기술연구센터(CIST) 겸임교수로 임용돼 정보보호 분야에 재직 중이거나 진출하려는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있다.
후학을 양성하는 일 외에도 제2의 인생을 꿈꾸고 있다는 김홍선 연구소장.
"은퇴한 후에는 사회 소외 계층을 도와주는 일을 해볼 생각입니다. 인생을 두 번 산다고 생각할 때 사회에 보탬이 되는 역할을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었거든요."
아직은 구체적으로 밝히기 힘들다는 김 연구소장은 자신이 가진 기술이 보안 업계에 보탬이 됐듯, 향후에는 IT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해볼 생각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서소정기자 ssj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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