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의 파급효과로 홈네트워크 업체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그동안 새로 분양되는 아파트마다 최고급 홈네트워크 제품을 앞다퉈 설치하는 통에 호황을 맛봤지만 돌연 찬바람이 몰아치고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되면서 그렇다. 분양가 상한제의 여파가 홈네트워크 시장까지 미치고 있는 것이다.
지난 9월1일부터 시작된 분양가 상한제에 따라 오는 12월부터 분양되는 아파트는 모두 원가를 공개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아파트를 지을 때 도입한 제품의 상세한 사양과 금액이 공개된다.
이에 따라 분양가 상한선을 맞춰야 하는 건설사들은 고급형 홈네트워크 제품을 지양하고, 기본적 기능만 제공하는 저가형 시스템 도입에 나섰다.
깜박하고 가스불을 잠그지 않았을 때 외부에서 휴대폰으로 가스밸브를 잠그거나 뜨거운 여름 집에 도착하기 전에 에어컨을 작동시켜 집안을 시원하게 조절해 놓는 것 등 흔히 홈네트워크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의 갖가지 고급기능 적용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음성으로 조명을 켜고 끄는 음성인식, 가전제품 제어나 홈네트워크에 헬스케어를 적용해 건강관리를 책임지는 새로운 서비스들도 당분간은 '채택 보류'가 불가피하다.
현재 분양되는 아파트에는 대부분 홈네트워크 시스템이 기본적으로 채택되고 있다. 홈네트워크 비용의 경우 분양가 상한제의 가산비에 100% 반영돼 건설비로 인정받아 분양가에 반영할 수 있다. 하지만 건축에 소요되는 모든 경비가 낱낱이 공개되는 만큼 건설사로서는 홈네트워크에 많은 비용을 투자하기 힘든 여건이다. 홈네트워크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홈오토메이션에서 지원하던 방문객 확인과 현관문 개폐 정도의 기본적 기능이 주로 채택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하반기 들어 아파트 분양이 쏟아지고 있는데도 홈네트워크 업체들의 표정은 대부분 어둡다. 기술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앞서 있지만 시장이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분양가 상한제라는 복병이 등장한 것이다.
이에 업계는 각자 자구책을 마련하고 시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현대통신(대표 이내흔)은 신축 보다는 기축 아파트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해외 시장도 염두에 두고 있다. 기축 아파트의 경우 재건축과 다름없는 대규모 리모델링이 활발한데다, 싱가포르 등 해외 시장에서 아파트 건설이 붐을 이루고 있어 시장 전망이 밝은 편이다.
현대통신 관계자는 "기존에는 기축 아파트에 홈네트워크를 적용할 때 제약 사항이 많아 홈오토메이션 수준 정도로 만족해야 했으나 리모델링 요건이 많이 완화돼 홈네트워크를 적용하는데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대통신은 저가형 제품 라인업을 추가해 시장에 탄력적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출시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홈네트워크와 함께 도입되는 디지털도어록 시장도 본격 진출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할 계획이다.
서울통신기술(대표 송보순)은 제품 라인업을 다양화 해 건설사의 요구에 대응하고 영상전화기 등 기존 시스템과 호환 가능해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서울통신기술 관계자는 "시장이 양극화될 조짐이 있다는 게 업계 전망"이라며 "분양 차별화를 위해 최고급 사양의 홈네트워크를 도입하는 시장 및 저가형 시장을 모두 아우를 수 있도록 제품 라인업을 갖춘 업체가 절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선 분양 후 아파트를 완공하던 예전에는 프로젝트를 먼저 수주한 뒤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건축이 마무리된 후 분양하는 방식으로 전환되는 추세에서는 홈오토메이션부터 시작해 홈네트워크로 진화된 기술력 있는 회사가 시장을 이끌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통신기술은 디지털도어록 영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이미 포화된 국내 시장의 사무실, 연구소, 대학 등 틈새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슬림한 디자인의 제품을 내놓았으며 건국대, 폴리텍대 등 대학교 기숙사의 경우 홈네트워크 시스템과 연동하도록 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조지연기자 digerat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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