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소구경 소총 복사 종목에서 금메달을 거머쥐며 한국의 사격 간판스타로 불리던 이은철 선수(40)가 IT 사업가로 변신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의 현 직함은 분당에 있는 실리콘밸리테크의 대표이사. 이은철 사장은 홍파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사격을 시작, 6학년 때 어린이 사격왕에 등극하면서 기대주로 떠올랐다. 경희중 1학년 때 당시 문교부에 재직중이던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가 컴퓨터를 처음 접했으며 사격 역시 계속했다.
그는 올림픽에서 1개, 아시안게임에서 5개,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4개, 세계선수권대회 2개의 금메달을 땄으며 은·동메달은 셀수 없을 정도로 많이 획득했다. 이렇게 사격에서 이름을 날리던 이은철 사장이 IT 사업가로 옷을 갈아입은 것이다.

이은철 사장은 "선수를 계속해오다 코치로 전향할 계획이었는데 이미 훌륭한 코치분들이 계셔서 선수를 오래하게 됐다"며 "대학교 때 미국에서 컴퓨터 사이언스를 전공했고 간단한 컴퓨터 게임을 직접 개발할 정도로 관심이 많아 IT 분야에 몸담게 됐다"고 말했다.
1990~2000년까지 한국통신(현 KT) 소속으로서 국가대표로 맹활약한 이은철 사장은 은퇴 후 2000년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업체 윈드리버시스템에 입사해 필드 애플리케이션 엔지니어로 일했다. 이어 네트워크 프로토콜 판매 업체 IP인퓨전으로 자리를 옮겨 영업 업무를 맡았다.
"선수시절에도 한국통신 소속이었으니 IT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운명인가 보다"고 이은철 사장은 말했다.
그는 "IP인퓨전에 있으면서 '내가 세일즈에 능력이 있구나'하고 깨달았다"며 "한국과 대만 시장을 맡아 회사 총 매출 가운데 25%의 실적을 내가 올릴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이후 IP인퓨전이 액세스재팬에 매각되면서 그는 경험을 살려 한국에 실리콘밸리테크를 설립했다. 실리콘밸리테크는 한국에 진출하려는 미국 IT 업체가 지사를 내기 이전까지 순조롭게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고 있다. 이은철 사장은 현재 코어네트워크 서비스 업체 인포블럭과 디지털전치왜곡(DPD) 칩 업체인 옵티크론의 지사장 역할을 맡고 있다.
이은철 사장은 "실리콘밸리테크를 설립한지 2년 정도 됐는데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며 "인포블럭 같은 경우 한국에 들어온지 6개월만에 포스코 등 대기업에 레퍼러스를 구축하는 등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고 있으며 향후 해마다 2배의 매출 신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성공을 발판으로 이은철 사장은 미국 진출 역시 노리고 있다. 미국 IT 업체가 한국에 진출하는 것을 도운 노하우를 살려 한국의 유망 IT 벤처가 미국으로 진출해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겠다는 것.
그는 "한국 업체와 손잡고 획기적인 보안 스위치를 개발, 미국 진출을 준비중"이라며 "한국 업체들이 미국에 진출 후 정착이 쉽지 않은데 실리콘밸리테크가 원활한 진출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각종 대회에서 메달을 휩쓸며 세계 사격계를 주름잡았던 이은철 사장이 글로벌 IT 시장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조지연기자 digerat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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