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닷컴의 수익모델 부재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너나할 것 없이 '수익모델'을 외치고 있다.
최근 이를 뒷받침할만한 좋은 모델이 떠올랐다. '웹 에이전시'가 바로 그
것. 종합 웹에이전시는 흔히들 전략, 디자인, 기술력의 삼박자가 이루어져
야 통합 서비스(Integrated service)가 가능하다고 한다. 웹디자이너,
시스템 엔지니어, 마케터를 모두 보유하고 있는 닷컴들 입장에선 한번쯤
해 볼만한 아이템이 아닐 수 없다.
기존에는 SI 대행, 솔루션 개발 또는 포털이나 커뮤니티 사이트 운영, 컨
설팅을 지향하던 업체들이 시장 리스크가 증대되면서 당장 수익이 발생하
고 미국의 성공 레퍼런스(나스닥에 상장한다는)가 많이 있는 웹 에이전시
모델을 표방하기 쉬웠던 것이다. 실제 이런 모델로 해외의 유수 자금을 깜
짝 놀랄만한 금액과 조건으로 끌어들인 사례도 있어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
기도 했다.
우리 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인터넷이 화두에 오른 것은 불과 3~4년 전의 일
이다. 1년 이상 지속된 코스닥 시장 활황과 더불어 각종 인터넷 관련 업체
들이 생겨났고, 정부도 언론도 이 냄비 업계에 일조했다. 또 스스로 유능
하다고 믿는 많은 인력들이 너도나도 창업과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를 위
해 뛰어들었다.
국내에는 약 2천명 정도의 인터넷 컨설턴트가 존재한다고 한다. 산업의 역
사가 짧은 만큼 그만큼 선발업체와의 지식차(Knowledge Gap)가 작고, 체
계적인 교육과정 부재로 인해 개개인의 학습능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쉽
게 습득할 수 있는 가벼운 방법론(Methodology)만을 가지고 있던 것이 우
리의 현실이었다.
현재 국내 웹에이전시 업계는 태생에 따라 몇가지로 나뉘어 진다. 크리에
이티브 부티크(Creative Boutique)나 웹사이트 제작 업체로 출발한 대부
분의 국내 토종 웹에이전시, 최근 열기를 띠고 있는 대기업 또는 해외 유
수기업의 지사에서 출발한 대형 웹에이전시, 그리고 마지막으로 업종전환
을 계기로 경쟁에 뛰어든 변형 웹에이전시이다.
각각의 모습과 형태는 천차 만별이고 경쟁이 심화되면서 산업지도에서 포지
셔닝하는 바도 다르지만 현재 이들이 하는 일은 대동소이하다.
현재 웹 에이전시는 3천억원의 시장규모에 약 500개의 법인과 개인 및 소
규모 그룹까지 약 2천개의 웹에이전시가 시장에 있다고 한다. 대부분 전
략, 디자인, IT의 3개 그룹으로 이루어진 조직을 가지며, 마케터와 디자
이너가 붙어 시안과 제안서를 만들고 계약을 성사시키면 엔지니어까지 작업
에 뛰어들어 일을 마무리 짓는 것이다.
업체가 많은 만큼 고객의 요구에 따라 여러 차례 경쟁을 하기도 하며, 때
에 따라선 심한 하향 가격 조정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일부 인지도를 얻
은 업체들은 제안 중심의 영업활동만 하고 실제 프로젝트의 수행은 모두 외
부 아웃소싱(용역)으로 해결하기도 하는 기이한 마케팅 회사가 되기도 한
다.
그럼에도 전년도에는 대부분의 회사가 2~3배 성장을 했고, 올해 역시 모두
들 2배 이상의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과연 이러한 우리의 웹 에이전시 시
장이 밝은 것인가?
인터넷 비즈니스를 바라보는 기업의 시각이 바뀌어야 하겠지만 우선 에이전
시 업체들이 이를 주도적으로 변화시켜 나가는 체질개선이 이루어져야 할
시장이라고 생각한다. 청바지 산업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철저히 인터
넷 산업의 성장과 맥락을 같이하게 된다. 그럼에도 주 고객층이 오프라인
의 대기업군이기 때문에 닷컴 위기설과 무관하게 꾸준한 성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종합화와 전문화’두 갈래 길의 선택을 통해 올해에는 두 세 개의 웹에이
전시 시장군으로 분할이 이루어 질 것이며 버티컬 마켓(Vertical
market) 성향을 띠게 될 것이다. 혼란스럽겠지만 회사들은 미국 인터랙티
브 에이전시 시장의 모델을 좇아 서비스 브랜드를 키우려고 할 것이며, 원
가절감과 니치마켓을 노린 패키지 상품도 정신없이 출시될 것이다.
이런 다각적이고 다양한 시장의 존재는 자칫 인터넷 산업을 리딩하여 활성
화시키는 것이 아닌 햐향 평준이라는 스스로의 모순에 빠질 위험이 있다.
먼저 에이전시 사업이라는 리스크가 적은 모델에서 수확체증의 모델을 찾아
야 한다.
런닝 게런티(Running Guarantee ; 실제 운용수익에 대한 배분을 전제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 모델이나 해외 프랜차이징이나, 휴지조각인 MOU
가 아닌 실질적인 협력관계를 통한 네트워크 시너지가 일어날 수 있어야 우
리가 바라는 건강한 산업지도를 그릴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 성
공사례가 적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며, 실제 수행할 수 있는 인력도 미약
할 뿐이다.
둘째로 자체 역량의 강화이다. 앞서 얘기했듯이 현재의 시장 진입장벽은
낮지만 이러한 노하우가 축적되어 3~4년 뒤에는 쉽게 뛰어들지 못하는 성
장을 이룰 것이다. 이 진입장벽의 근간을 지식강화와 시스템(방법론) 강화
를 통해 이루어야 한다. 경쟁력은 여기서 제고될 수 있다.
셋째는 눈을 크게 뜨고 해외를 바라보는 것이다. 단순 홍보를 위한 해외진
출만이 능사는 아니다. 앞서 얘기한 자체 역량강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해
외진출은 지사에서의 리스크를 국내에서 감당할 여지가 적기 때문에 실패
할 확률이 높고 과감한 결정을 내릴 의사결정의 폭이 줄어든다. 투자유치
및 홍보를 위해 해외로 진출한 사업은 차가운 시선으로 다시 봐야할 것이
다.
마지막으로 인력에 대한 필터링이다. 벤처 CEO 업무의 절반은 사람을 구하
는 것, 절반은 있는 사람을 붙잡아 두는 것이라고 한다. 기업들은 쓸만한
사람이 없다고 하는데 인력시장은 취업난이다. 통합성을 추구하면서 많은
웹에이전시들이 그 역할에 어울리는 경력을 가진 인력을 수혈했으나 창업초
기 생사고락을 함께한 초기멤버들과의 조직융화가 어려운 형편이다.
조직은 유기체이다. 비이상적인 성장은 여러 기관에서 병이 생기기 마련이
다. 흔히 성장의 캐즘(Chasm)으로 이야기하는 시기를 슬기롭게 넘겨야하
는 경영진의 지혜가 필요하다.
/송유진 ADN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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