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공정위 법정공방 속 DRM 호환 재추진

SK텔레콤 가입자들은 '멜론'이외에 벅스나 주크온 등 다른 곳에서 구매한 음악파일을 휴대폰으로 듣지 못하는 것과 관련 법정 공방이 진행중인 가운데, SK텔레콤과 전문 온라인음악사업자들 사이에 호환 협의가 다시 시작돼 주목된다.

SK텔레콤과 벅스· 주크온· 엠넷 등 온라인음악사업자모임인 디지털뮤직포럼(DIMF)은 지난 3월 상호연동 협의가 결렬된 후, 최근 일부라도 연동하자는 쪽으로 협의를 다시 시작했다.

당시 SK텔레콤은 "다른 사이트에서 받았다면 일단 노래 한곡(종량제)만 휴대폰에서 들어라"는 입장을, DIMF는 "노래 한곡 뿐 아니라 월정액제로 샀어도 휴대폰에서 들을 수 있게 해 달라"고 주장해 협상이 결렬됐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개발한 디지털잠금장치(DRM) 연동 모듈인 엑심(EXIM)을 기반으로 소비자가 다른 음악사이트에서 산 음악도 SK텔레콤 휴대폰에서 들을 수 있게 하려는 데, 적용범위를 두고 이견이 컸던 것.

SK텔레콤 조원용 뮤직사업팀장은 "엠심 도입시 개발비용을 어떻게 할 것인지, 종량제만 할 것인지 정액제까지 할 것 인지 등 몇가지 이슈가 있었는데 최근들어 상당부분 의견 접근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고객 가치 극대화를 위해 DRM 문제는 연내 해결하자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중재에 관여하고 있는 정보통신부 관계자도 "2주전 쯤 전부터 SK텔레콤과 전문업계가 실무미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확인해 줬다.

그러나 SK텔레콤과 전문업계간 종량제냐 정액제포함이냐 등 적용범위와 관련된 이견이 전부 없어진 것은 아니다.

정통부 관계자는 "일단 종량제만 이라도 SK텔레콤 휴대폰과 호환시키자는 것이며, 업계(DIMF)가 종량제로 구입한 음악만 호환하겠다는 입장으로 바뀐 것은 아니다. 정통부는 이와관련 어떤 중재안을 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이번 협상이 진척돼도 소비자들은 일단 SK텔레콤 휴대폰에서는 벅스· 주크온· 엠넷 등의 사이트에서 산 개별곡들(종량제)만 PC에서 컨버팅한 다음 들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는 주크온에서 산 정액제 음악파일은 SK텔레콤 휴대폰으로 들을 수 없다는 걸 의미한다.

◆DRM 사태 해결, 대법원 판결이 영향미칠 듯

SK텔레콤은 정액제까지 호환시킬 경우 자사의 지적재산권이 심각하게 침해당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 조원용 뮤직사업팀장은 "DRM은 콘텐츠관리에 대한 이슈이고 SK텔레콤은 DRM의 서비스 프로세스와 관련 특허를 출원했다"면서 "힘들여 개발했는데, 모든 것을 공개하라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 DRM은 국제 민간 모바일 규격 표준화 단체인 OMA(Open Mobile Alliance,www.openmobilealliance.org) DRM에 기반해 있으며, 서비스 부문에서도 국내 최초의 정액제 임대 모델인 '멜론'에 적용돼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조 팀장은 특히 "현재 SK텔레콤 휴대폰에서는 멜론이 3만곡, DRM 없는 음악이 55만~80만곡 돌아가는 등 DRM 문제의 핵심은 (호환문제라기 보다는) DRM 없이 돌아가는 불법복제 음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에대해 "종량제는 들을 수 있게 하고 정액제는 들을 수 없다"는 논리는 합리성이 적다는 비판도 있다. 또한 이번 사태는 결국 공정위 심결에 대한 대법원 판결과 소비자 소송 결과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SK텔레콤 DRM이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했다는 이유로 최근 소비자 소송을 낸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정책위원은 "DRM이 유료로 산 음악파일이라도 다른 기기로는 듣기 어려운 사적복제를 제한한다는 측면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공정위가 SK텔레콤 휴대폰에서 멜론 음악만 재생할 수 있도록 한 행위를 금지한 시정명령을 냈는데 이에 SK텔레콤이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에서 대법원이 어떤 입장에 서느냐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공정위는 지난 해 12월 13일 "SK텔레콤이 이동통신서비스시장에서의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자사 MP3폰 소지자에게 멜론 음악파일만 구입토록 했다"며 "시정명령 송달일로 부터 60일 이후 시정조치하고, 과징금 3억3천만원을 부과한다"고 시정조치한 바 있다.

이에 SK텔레콤은 공정위 결정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서울지방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자, 공정위는 "효력가처분 신청을 취소하고 당장 시행하라"는 항고장을 냈다.

현재 이 사건은 서울고등법원에서 심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