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회상장의 규제 장치를 교묘히 피해간 새로운 M&A 기법이 벤처캐피탈에 의해 등장했다.
한국기술투자가 그 주인공. 한기투는 해당 기업의 주요 주주들의 보호예수와 관계 없이 언제든 투자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기법으로 1년 미만 신생벤처를 우회상장시키는 데 성공했다.
◆규제 피하고, 위법도 아닌 신종 기법
기업 구조조정 업체겸 창업투자사인 한국기술투자가 채택한 방법은 기업간 맞교환 형식의 우회상장이 아니라 삼각형 순환고리를 그리며 투자 하는 방식이다.
방법은 이렇다. 지난 3월8일 코스닥기업 유비다임은 한국기술투자 컨소시엄을 상대로 3자배정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발표한다. 한국기술투자와 컨소시엄은 이태균 전 유비다임 대표로부터 143만주의 구주를 80억원에 추가로 인수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5월10인 한기투는 232만주의 유비다임 구주매입과 신주인수를 마무리, 유비다임의 최대주주가 됐다.
한기투는 경영권을 잡은 후부터 유비다임을 통해 신생 UCC업체 유클립의 우회 상장 작업에 나섰다.
유비다임은 5월21일 유클립 주요 주주로부터 지분 3만915주 39.76%를 인수키로 했다. 취득금액은 99억원. 유비다임은 증자등으로 확보한 자금 50억원, 신주인수권부사채(BW)발행으로 확보한 50억원으로 충당했다.
이 과정에서 설립1년도 안된 유클립은 1주당 35만5천원, 액면가 5천원의 70배의 평가를 받았다. 그나마 최초 41만원에서 하향 조정된 금액이다.
유비다임의 유클립 인수가 마무리되자 한기투는 지난 20일 보유중인 유비다임 주식 116만주를 유클립의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였던 김진환씨에게 매각했다.
이로써 한기투->유비다임->유클립->한기투로 이어지는 우회상장의 고리가 완성됐다. 마치 재벌들의 순환출자를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무력화된 보호예수 규정
이 같은 복잡한 기법덕에 우회상장에 성공한 유클립 주주들은 덤으로 보호예수 부담까지 피할 수 있었다. 유클립의 2대주주인 김양호씨는 유비다임의 최대주주가, 유클립 최대주주 김진환 대표는 유비다임의 2대주주가 되며 교묘히 보호예수의 망을 피한 것이다.
우회상장시 매물 출회를 막아 투자자들을 보호하는 보호예수제도가 무력화된 것이다.
이에 대해 코스닥 관계자는 "법을 위반한 내용은 아니기 때문에 문제 삼을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인 방법이 아니지만 합법적으로 이뤄져 절차상은 문제될 게 없다는 설명이다.
한기투는 이미 투입 자금의 상당수를 회수했고 나머지 금액도 주식시장을 통해 회수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추가 이익 또한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 과정에서 한기투는 유상증자 참여 주식에 대해 3개월의 자진 보호예수를 약속했지만 불과 1개월만에 식언이 됐다.
한기투측은 "주식의 정식 매매시점은 자진보호예수 기간이 종료된후여서 문제될 게 없다"고 주장했다.
백종민기자 cinqang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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