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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정]보안 인력난 해소, '의지'를 가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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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보안업체에서 일하는 한 엔지니어로부터 차마 웃지 못할 이야기를 들었다. 보안업계 종사자들이 스스로를 껌팔이, 삽질맨, 코더(coder), 멍키(monkey) 등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어지는 그의 설명을 들으면서 보안업계의 비참한 현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껌팔이'는 고객사에 파견나가는 것이 '껌팔러 가는' 행위와 유사하다고 여겨지는 걸 빗댄 말이다. 정보보호업체에서 안전 진단 업무를 담당하게 되면 한두달간 고객사에 파견되는데 그게 꼭 껌팔이 신세 같다는 설명이었다.

'코더(coder)'는 청운의 꿈을 안고 개발자로 들어왔지만 짧은 시간에 성과를 내야하는 열악한 근무 환경에서 결국 연구에 몰입하지 못하고 코딩 업무에만 매달리는 개발자를 빗댄 말이다. '멍키(Monkey)'는 멍~하니 주어진 일만 간신히 해대는 처지를 희화화 한 말이라고 했다. '코더' 보다도 낮은 수준의 업무를 하는 개발자를 지칭하는 용어라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보안업계의 인력난에 대한 취재를 막 끝낸 기자는 이런 설명이 예사롭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취재 과정에서 들었던 숱한 얘기들을 집대성해주는 농담 같아서 '짠~'한 마음을 억누를 수 없었다.

보안업계를 뒤흔들고 있는 인력난을 열악한 근무환경 탓만으로 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만성적으로 이어져 온 중소기업과 대기업간의 불평등 구조, 보안에 대한 인식 부족, 그리고 정보보호산업에 대한 정부의 정책 부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지금의 암울한 현실이 태동하게 됐기 때문이다.

보안업계의 인력난을 취재하면서 기자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해묵은 명제를 떠올리게 됐다. 그만큼 보안 인력난은 처음과 끝을 찾을 수 없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단단히 꼬여 있는 문제다. 어디서부터 그 매듭을 풀어야 할 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신세 한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설사 끝이 보이지 않더라도, 한 줄기 빛을 찾으려는 노력은 분명 필요할 것이다.

그렇기에 기자는 보안업체 경영자와 종사자, 그리고 정부에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다. "지금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느냐?"고.

이런 질문을 던지는 기자에게 "물정 모르는 순진한 소리를 한다"고 타박할 지도 모르겠다. 그런 비판에 대해 딱히 반박할 말은 없다. 하지만 그래도 "열악한 환경과 구조만을 탓하며 그 뒤에 숨어버리려 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는 분명 반성할 필요가 있다"는 말만은 꼭 하고 싶다.

어느 7년차 보안 개발자도 비슷한 말을 했다. 한창 젊을 때 자부심 하나로 보안 개발자의 길을 걷게 됐다는 그는 "중요한 것은 결국 의지"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런 말도 했다.

"지금 당장은 힘들더라도 정부가 정보보호산업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고급 인력을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적극 지원한다면, 지금의 보안업계 인력 엑소더스(exodus) 현상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의지'라는 말은 모호하기 그지 없다. 하지만 복잡한 실타래처럼 꼬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하나 하나씩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는 '의지'가 있어야만 할 것이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또 다른 개발자는 "회사를 위해 한번 쓰고 버려지는 '소모품'이 아닌 진정한 '개발자'로 클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지극히 상식적인 그의 이 같은 외침이 대답 없는 메아리가 되어 허공으로 흩어지는 일이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기자는 다시 한번 이 말을 되풀이하고자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의지다."

/서소정기자 ssj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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