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올해 인터넷전화(VoIP) 번호이동을 검토하기로 한 데 이어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도 인터넷전화 활성화를 위해 시내전화번호를 부여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최근 발표해 인터넷전화 업계의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전화에 시내전화 번호를 부여하거나 시내전화간 번호이동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6일 정보통신부 조경식 통신경쟁정책팀장은 "인터넷전화에 번호이동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풀어야 할 문제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조만간 이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넷전화 번호이동 기대감 고조
정통부는 올해 인터넷전화 활성화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정통부는 올해 결합판매 제도를 개선하면서 인터넷전화와 시내전화 번호이동 도입을 연내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도 최근 '인터넷전화 시장에서의 상품 차별화 전략 연구 보고서'를 통해 인터넷전화 활성화를 위해 시내전화 번호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인터넷전화 업계에서는 시기와 방식의 문제일 뿐 시내전화와의 번호이동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정부의 인터넷전화 활성화 대책 중 업계에서 가장 기대하고 반기는 부분이 인터넷전화와 시내전화간 번호이동제도 도입이다. 현재 인터넷전화 활성화 취지에서 마련된 070 식별번호 자체가 인터넷전화 대중화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070 번호는 스팸 번호로 많이 사용하는 060이나 080 번호 중간에 끼여 있어 수신자가 스팸 전화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기존 시내전화 번호를 070으로 바꾸어야 하는 불편함도 있다. 특히, 기업내 대외 접촉이 많은 영업이나 마케팅 사원의 경우 전화번호를 바꾸는 것은 위험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인터넷전화에서 시내전화 번호를 그대로 사용할 경우 이러한 문제점들이 사라진다. 게다가 인터넷전화는 시내전화보다 요금이 저렴하게 때문에 통신비 절감 효과를 위해 가정이나 기업에서 도입이 늘어날 전망이다.
◆해결 과제 산적…정부 활성화 의지 절실
이러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인터넷전화와 시내전화간 번호이동을 도입할 때 검토해야 할 문제점들은 산적해 있다. 정부의 인터넷전화 활성화 의지가 절실히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우선, 시외전화 번호 부여의 문제다. 시내전화는 전국 16개 지역별 번호가 부여돼 있으나 인터넷전화는 지역의 구분이 없다. 따라서 서울에서 시내전화 번호를 그대로 사용하는 인터넷전화 가입자가 부산으로 이사할 경우 그 번호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주한 가입자가 부산의 옆집으로 전화를 걸면 시외전화로 인식(02-051간 통화)해 시외전화 요금이 부과된다.
따라서 시내전화 번호가 부여된 인터넷전화 가입자가 이사하더라도 이사한 곳의 번호를 다시 부여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번호이동 수준을 넘어 인터넷전화에 시내전화 번호 부여가 허용되는 수준까지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
인터넷전화에 시내전화번호를 부여할 경우 형평성의 문제가 뒤따른다. 일반적으로 시내전화는 긴급통신(119 등)이 가능하고 정전 시에도 통화가 가능하지만 현재 인터넷전화는 그렇지 못하다. 지난 2004년 인터넷전화 기술을 이용한 하나로텔레콤의 디지털전화에 시내전화 번호를 허용할 경우에도 기존 시내전화의 기능을 지원하도록 허가조건을 부여했다.
따라서 인터넷전화에 시내전화 번호를 부여하거나 번호이동 제도를 도입할 경우 시내전화 번호 부여의 조건, 기존 070 번호와 시내전화번호가 이동 허용 여부 등이 심도 깊게 논의돼야 한다.
미국의 경우 인터넷전화 사업자에 지역전화번호를 할당하면서 시내전화번호이동(LMP)를 포함한 번호자원 관리와 관련된 문제들에서 기존 통신사업자와 동일한 수준의 의무를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는 LNP표준, LNP비용 분담 등이 포함된다.
영국의 경우 인터넷전화 사업자에게 비지리적번호(056)와 지리적 번호를 동시에 부여하고 있으며 번호이동을 위해서는 긴급통신 등 PATS(Providers of Publicly Available Telephone Services)의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호주도 영국과 비슷하게 인터넷전화도 지리적번호와 비지리적번호(0550)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으나 둘간의 번호이동은 허용하지 않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인터넷전화 시장에서의 상품차별화 전략연구' 보고서에서 "시외전화 번호 부여, 긴급통신 등 제도적, 기술적으로 여러 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점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고 충분히 고려해야 하지만 2010년 BcN 도입 등 중장기 번호정책과 맞물려 인터넷전화에 시내전화 번호 도입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희종기자 hjka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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