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 상대는 닌텐도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업종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액체사회'로 진화하고 있는 증거입니다."
'독서광'으로 통하는 김인 삼성SDS 사장.

그는 26일 전체 임직원에게 보낸 월요편지에서 '나이키 상대는 닌텐도다'라는 책을 읽고 느낀 소감을 바탕으로 IT서비스 업계에 시사하는 바를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겉보기에는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나이키와 닌텐도, IT서비스 업계가 김 사장 눈에는 어떤 관련을 맺고 있는 것으로 비춰지는 걸까.
김 사장 역시 "신발을 비롯한 스포츠 용품을 만드는 나이키의 상대는 당연히 리복, 아디다스, 푸마일 것으로 생각되는데 엉뚱하게도 비디오 게임기와 게임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닌텐도가 경쟁상대라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라는 반문으로 편지를 써내려 갔다.
요지는 이랬다.
나이키의 고객층이던 젊은 사람들이 스포츠에 할애하는 시간이 줄고 상대적으로 게임에 치중하는 시간이 늘다 보니 운동화 두 켤레를 사던 고객이 한 켤레만 산다.
부모로부터 용돈을 받으면 그 돈의 60%를 신발이나 스포츠 용품 구입에 써 왔는데 이제는 30%만 쓰고 나머지를 게임기나 게임용 소프트웨어를 산다는 것이다.
때문에 스포츠 용품 제조사는 이제는 시장 점유율 뿐 아니라 시간 점유율을 각별히 신경써야 하며, 소비자들이 스포츠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도록 전략을 잡고, 더 재미있고 새로운 스포츠를 개발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이 내용은 나이키가 지난 94년부터 5년 연속 3배 이상의 경이적인 성장률을 기록한 뒤 서서히 성장률 둔화를 겪으면서 내린 결론이다.
김 사장은 "이제는 같은 업종 내에서의 경쟁이 아니라 다른 업종과의 경쟁이고, 그래서 나이키의 상대는 닌텐도라는 것인데, 이는 업종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액체사회(Liquid Society)'로 진화하는 실증적 사례라고 생각한다"고 정의했다.
이어 "앞으로 유비쿼터스 시대가 열리게 되면 산업간 경계는 더욱 무너지고, 기존 관념을 뛰어넘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제품, 새로운 서비스가 생겨날 것"이라며 "이처럼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 나가느냐에 따라 우리 회사, 더 나아가 IT 서비스 산업 전체의 성장과 발전이 달려 있을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는 이 같은 맥락에서 서비스를 어떻게 확대, 발전시킬 것인가를 고민하자는 취지에서 자사가 고안해 낸 '서비스 연구개발(R&D)'이라는 용어의 개념과 의미를 되새겨달라고 주문했다.
이처럼 김인 사장이 '나이키 상대는 닌텐도'라는 메시지를 꺼낸 든 것은 때마침 이건희 그룹 회장이 내건 올해 화두인 '창조경영'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창조적 사고를 적극 독려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나이키와 닌텐도처럼 겉보기에는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대상을 연관시켜 보는 시도 자체가 바로 창조적 사고의 첫 걸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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