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 IPTV워크숍을 앞두고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 관련업계가 숨가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이날 워크숍에는 융추위 추진위원과 전문위원, 부처와 업계 등 이해당사자들이 전부 모여 종일 논의한다. 일종의 끝장 토론이다. 그래서 이번에야말로 4년여를 끌어온 IPTV 법제화의 가닥이 잡힐지 주목된다.
하지만 워크숍을 이틀 앞둔 현재까지 정통부와 방송위는 ▲기간통신사업자 자회사 분리 여부(네트워크 동등 접근권 보장 시기와 정도) ▲사업권역(전국면허냐, 지역/전국면허냐) ▲ 적용법률(제3의 법이냐, 방송법 개정이냐)을 두고 대립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정통부와 방송위의 IPTV 도입방안에 지원세력이 적극적으로 모이고 있다는 것.
통신회사 규제완화에 주목하는 정통부 옆에는 통신사와 지상파방송사가 있고, 공정경쟁에 관심이 많은 방송위 곁에는 인터넷업계와 건설회사, 케이블TV업계가 존재한다.
오는 12일 전문위 회의, 13일 워크숍, 15일 융추위 전체회의 등 일련의 회의를 통해 IPTV 도입 방안이 사실상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 업계의 관심도 점점 고조되고 있다.
◆규제완화의 수혜자는 지배적사업자…정통부-통신-지상파 연합
정통부는 IPTV를 제3의법인 '광대역융합서비스사업법'으로 규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IPTV는 곰TV, 판도라TV 등 인터넷동영상과 비슷한 속성을 갖고 있으니 방송법으로 규율할 수 없다는 것.
이에따라 정통부는 KT도 본체에서 등록만으로 IPTV를 할 수 있게 하고, 사업권역도 전국이 타당하다고 보고 있다. 시내망을 가진 KT의 지배력 전이에 대한 우려는 가입자가 300만명에 도달하면 망개방을 의무화하거나 시장점유율을 33%로 제한하는 일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통신사 규제완화, 망개방 향후 도입'이라는 정책은 KT의 지지를 받고 있다.
유선통신사업이 침체되고 있는 가운데 서비스(IPTV)를 수직결합해 신성장동력을 찾으려는 KT에 가장 유리하기 때문이다.
정통부는 KT가 수익성있는 대도시만 서비스하지 못하도록 하려고 사업권역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안도 제시했다. 그러나 이역시 KT의 망투자 부담을 분산시키는 안이어서 KT로서는 잃을 게 없다.
지상파방송사는 KT와 동일한 이유는 아니지만 정통부의 IPTV에 대한 규제완화 정책이 숙원이었던 멀티모드서비스(MMS)를 도입시키고, IPTV를 통해 케이블TV를 견제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언론연대는 12일 세미나 등을 통해 IPTV에 대힌 ▲기간통신사업자 자회사 분리 자율화 ▲MMS 동시 도입 ▲망개방 유예(전국 1천800만 가구중 10%가구 점유까지 유보) 등의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연대의 경우 ▲IPTV를 방송으로 보고 ▲기간통신사업자의 콘텐츠(PP)진입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점에서는 정통부의 반대편에 있으나, 기간통신사 자회사 분리를 반대하고 망개방 도입도 찬찬히 해야 한자고 주장하는 점에서는 정통부와 뜻을 같이한다.
네트워크 지배력 차단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콘텐츠 독점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공영방송으로 취급받는 지상파를 유료방송과 분리, 융합시대에도 콘텐츠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언론연대는 ▲MMS 도입의 전제로 지상파계열 PP를 유료방송시장에서 걷어들이고 ▲IPTV 사업자의 방송시장 진입에 대한 공적 기여(지상파 디지털전환을 돕기 위한 기금출현 등)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정경쟁을 강조하는 사업자들…방송위-인터넷-건설사-케이블 연합
방송위는 IPTV를 디지털케이블TV와 마찬가지로 '방송법'으로 규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IPTV는 곰TV, 판도라TV 등 인터넷TV와 다르며, 디지털케이블방송과 같으니 '동일서비스동일규제' 원칙에 따라 방송법으로 규율해야 한다는 것.
방송위는 KT의 경우 시내전화 지배력이 IPTV로 전이되지 않으려면 자회사로 분리해 허가받도록 하고, 사업권역은 케이블TV와의 형평성을 전제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망개방과 관련해서는 사업초기부터 즉시 망접속과 임대 원가를 산정해 다른 기업에게 비차별적인 접근권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존 유료방송과의 공정경쟁과 망개방 즉시 도입'이라는 방송위 정책은 인터넷과 건설회사에게서 지지받고 있다.
정통부의 인터넷전화 연착륙정책(시내전화보호정책)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터넷 업계로선 망개방의 입장에 선 방송위가 멀티플랫폼간 경쟁에 나설 수 있는 희망이기 때문이다.
또한 방송위는 문화부와 함께 사업자분류체계에서도 3분류(네트워크-플랫폼-콘텐츠)를 주장, 사회적인 영향력이 떨어지는 부분은 차등규제하겠다고 밝혀 통신회사와 인터넷업계를 하나의 영역(전송)으로 보는 정통부보다 인터넷기업에 유리하다.
위성방송의 공시청설비이용방송(SMATV)형태로 아파트 IPTV 시장을 넘보는 건설회사들도 망없는 사업자의 IPTV 진입 허용이라는 점에서 방송위 정책에 기대를 걸고 있다.
케이블TV방송사는 망개방에는 인터넷기업보다 소극적이나 방송위가 KT 자회사 분리, 사업권역 검토시 케이블TV와의 형평성을 고려한다는 것은 찬성이다.
하지만 동시에 정부와 국회에서 전방위로 진행되는 IPTV 조속 법제화 움직임은 부담스럽다.
특히 케이블 업계는 "새술은 새부대에"를 외치면서 IPTV에는 기존 유료방송인 디지털케이블TV와 다른 콘텐츠 수급정책을 원하나, 정통부와 방송위는 IPTV에 KBS1과 EBS 의무재전송을 합의한 바 있어 괴로워하고 있다.
프로그램접근법(PAR) 등을 통해 네트워크 지배력 뿐 아니라 콘텐츠 지배력도 같은 해법으로 풀어야 한다는 지적과, 언개련이 통신회사 뿐 아니라 케이블TV에 대해서도 콘텐츠(PP) 시장 진출 제어와 망개방 의무화를 주장하는 것도 부담이다.
◆경쟁정책 빅뱅…설비기반경쟁 vs 서비스기반경쟁
IPTV 법제화의 방향은 "디지털융합시대 경쟁정책을 어떻게 만들어야 산업이 발전하고 소비자 후생이 커지는가"에 대한 문제와 직결된다.
정통부는 설비기반경쟁에, 방송위는 서비스기반경쟁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KT가 본사 차원에서 IPTV에 진출하고 망개방은 일정시간이 지난 후 해야 경제적인 효율성이 커지고 통신회사에 망을 고도화할 유인을 줄 수 있다는 게 정통부 생각이다. 이는 인터넷전화(VoIP) 연착륙 정책이나 이동통신 MVNO(가상이동망사업) 도입 지연, 초고속인터넷 기간역무화, VoIP 활성화없는 통신 결합판매 규제완화 등 정통부의 다른 정책들과 맥을 같이한다.
반면 방송위는 KT를 자회사로 분리진입시키고, IPTV 사업초기 망개방을 해야 다양한 서비스 사업자가 출현해 경쟁이 활성화되고, 이로서 시장의 효율성과 국민의 미디어 선택권이 보장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인터넷전화 활성화, 초고속인터넷 부가통신역무화, 통신업계 내외부의 공정경쟁 환경을 고려한 결합판매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입장과 같다.
양쪽 모두 약점은 있다.
정통부는 수년동안 망고도화에 올인해 온 결과, 무선콘텐츠와 소프트웨어 업계의 몰락 등 중소벤처의 에코시스템 붕괴와 반소비자적인 통신요금 논란에 직면했다.
방송위는 서비스기반 경쟁에 무게를 둘 경우 신규망(FTTH) 원가를 정확하게 계산해 망없는 기업들이 통신회사 망 투자시 비용을 적절하게 분담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나 방송통신융합시대 경쟁정책을 만드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미래 최고의 부가가치 산업인 콘텐츠의 자유로운 유통에 기반한 콘텐츠 중심의 국가 성장전략을 만드는 일이다.
/김현아기자, 강호성 기자 chaosi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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